2009년 8월 19일 수요일

◆ Summer MBA / (7)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

아무리 우량업체라도 시너지 없으면 M&A 말라
규모의 경제ㆍ기술공유ㆍ사업위험분산 여부 점검
CEO의 잠재역량 발굴ㆍ조직통합 능력도 중요
◆ Summer MBA / (7)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

H건설 경영진은 최근 5조원에 K조선을 인수하라는 제안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K조선이 우량업체여서 탐나기는 하지만 건설사가 경험 없이 조선업에 진출하는 게 큰 모험으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지분 일부만 매입하는 방법도 생각해봤으나 K조선 브랜드 가치를 생각하면 인수를 택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H건설은 어떤 판단 근거를 갖고 인수ㆍ합병(M&A) 여부를 결정해야 기업 인수 후 위기에 빠지는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을까. 경영학에서는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역량을 효과적으로 묶는 `전사적 전략(corporate strategy)`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즉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사업다각화를 통한 위험 분산`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피인수 기업에 잠재된 역량을 발굴하고 이질적인 조직을 효과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창조적 능력도 M&A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 M&A 판단 `시너지 효과`에 맡겨라

= H건설이 K조선을 인수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우선 봐야 할 것이 시너지 효과다. M&A를 통해 한 회사로 거듭난 후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가 다른 비용이나 위험보다 더 큰지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른바 `비용(인수에 따른 위험 등)-편익(시너지 효과)` 분석인 셈이다.

시너지는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게 `규모의 경제`다. H건설은 K조선 인수로 기업 규모, 자원 동원력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규모의 이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커진 덩치 때문에 손실이 생기는 `규모의 손실`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규모가 커진 회사는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할 수 있고 경기 상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기술ㆍ자원 공유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범위의 경제`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가능하다. K조선이 보유한 해양구조물 기술은 H건설 해상 플랜트나 조력 발전에 활용될 수 있고 H건설 국외 영업력은 선박 수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두 회사 장점들이 특화를 하지 못하고 어중간한 상태로 남으면 시너지 효과는커녕 서로 짐이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사업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가 어느 정도 커다란지도 시너지 효과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건설사업이 갑자기 어려울 때 조선사업 쪽에 신세를 질 수도 있고, 특수 중장비를 조선소에서 직접 만들어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굳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큰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위험 관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M&A 매력은 떨어진다. 또 M&A를 통해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은 `문어발식 경영`으로 매도돼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소도 될 수 있다.

건설과 조선을 같이 하면서 얻는 시너지는 수익 확대와 원가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축소는 원가에 반영된다. 또 사업부 간 중복투자 절감, 유휴자산 매각은 자본투자 항목에 해당한다. H건설이 K조선을 인수하기 전 독자적 기업가치가 4조원이라고 가정할 때 K조선을 인수한 후 창출된 가치가 5조원 이상 된다면 H건설에 제안된 인수 가격은 타당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창조적 리더십에 시너지가 좌우된다

= 전사적 전략 연구자들은 M&A를 통해 사업 확장을 할 때 `핵심역량`을 강조한다. 잘 모르는 사업에 가능성만 믿고 덤벼들지 말라는 얘기다. 그만큼 시너지를 위한 철저한 사전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기업 비전과 목표, 운영 체제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심역량은 산업 고유의 생산기술을 넘어서 시장 개척 능력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는지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재무구조와 금리 조건은 기업가치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시너지를 만드는 것은 이 같은 표면적인 가치 이외 부문도 크게 작용한다. 바로 경영자 역량이다. 경영자는 남들이 모르는 K조선의 해상구조물 기술과 터빈 기술에 대한 가치를 찾아내는 안목과 이질적 기술진을 이끄는 안목이 필요하다. K조선에서 필요한 기술과 시설을 빼고 나머지는 다시 매각하거나 일부 지분을 남겨서 우호적 관계를 지속할 수도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 문제가 생길지, 협력 관계가 돈독해질지 역시 경영자 능력에 달려 있다.

M&A 방식 역시 경영자의 선택과 능력의 함수다. K조선을 인수했다고 무작정 H건설에 합병할 필요도 없다. 한 회사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시너지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무리한 통합으로 둘 다 위험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별개 회사로 두고 사업 협력을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K조선을 세계 유수 B제철과 합작으로 인수하면 어떨까? 이는 선박 건조에 필요한 철강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소재기술을 공유하기 때문에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합작한 철강회사는 K조선이 투자를 늘릴수록 이득이니 H건설과 이해가 엇갈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창조적 경영인의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은 그동안 우리 경제가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요소였다. 물론 시대가 변해 주주와 이해 관계자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CEO 독단으로 계열사 간 협력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먼저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한` 신뢰가 전사적 시너지 창출에 큰 힘이 됨은 부인할 수 없다.

■ 사업간 연관성 따라 전략모델 다르게

관련성 높을땐 핵심역량 공유…관련성 낮을땐 과감하게 정리

박찬희 교수가 중앙대학교 경영관에서 전사적 전략 이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전사적 전략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업 간 연관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해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에 따라 취해야 할 전략 모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업부 간 관련성이 높다면 핵심 역량을 이전하거나 핵심 활동을 공유해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특정 사업부가 보유한 기술과 지식을 이전하거나 공유하면서 다른 사업부 성장을 도모하는 방법이다. 또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각 사업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시너지를 창출할 수도 있다. 서로 자본과 기술을 이용해 합자를 한다거나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실례로 신개념 디스플레이 AMOLED(유기능동발광다이오드)를 개발한 삼성SDI는 이 기술을 삼성전자와 공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AMOLED를 장착한 휴대전화를 선보이면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SDI 측에서 보면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성과를 올릴 수 있겠지만 삼성전자의 다른 장점과 결합했을 때 더욱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반대로 사업부 간 관련성이 없다면 과감한 정리나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은 최고경영자(CEO) 결단력이 크게 좌우한다. 부실 사업 부문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합리화를 꾀해야 한다. 유휴자산이나 시설 활용도 전사적인 관점에서 활용을 모색해야 한다.

인력 구조조정에는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해고는 퇴직금과 위로금은 물론 대체투자까지 필요한 고비용 처방이다. 남아 있는 직원들 사기 저하도 큰 문제다.

사업 간 포트폴리오 관리는 전사적 전략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과거 BCG(보스턴컨설팅그룹)가 개발한 매트릭스는 사업부 역할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기업 전체 자금이 활용되는 구조다.

성공을 거두고자 하는 모든 기업은 성장률과 시장점유율에서 차이가 있는 다양한 사업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고성장 사업은 성장을 위한 현금 투자를 필요로 한다.

반면 저성장 사업은 잉여 현금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에는 이러한 두 종류 사업 모두가 필요하다. 특히 기업에는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이 중요하다. 캐시카우는 수익 창출원, 즉 확실히 돈벌이가 되는 상품이나 사업을 의미한다. 시장성장률은 낮으나 현재 시장점유율이 높아 계속적으로 현금을 발생시키는 사업 부문이다.

GE 에너지 사업과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계 부문은 불황에도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이는 금융 부문과 온라인 사업 부문에서 입은 손실을 충당해 준다.

■ 전사적 전략(Corporate Strategy)

여러 개 사업부로 구성된 다각화된 기업을 대상으로 `가치 창출`이라는 경영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용하는 경영전략이다. 본사 차원에서 형성돼 최고경영자에 의해 결정된다. 전사적 전략은 여러 사업 부문을 어떻게 구성하고 그렇게 구성한 사업 부문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핵심 고려 사항이다.

■ He is…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우그룹(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비서실장)을 거쳐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전략경영을 기업과 정부 현실에 적용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가르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박사과정 재학 중 작성한 `Globali-zation of Daewoo:Case of Uz-Daewoo Auto`는 세계 유수 경영대학원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딜로이트 컨설팅 자문역과 우리홈쇼핑, SKC&C 등 사외이사로 활동했으며 중앙인사위원회, 국가비전2030 작업반, 녹색성장위원회 등에서도 전략경영 기법을 실천해 왔다. 한국경영학회를 통해 우리 기업 현장 사례를 발굴해 교육 현장에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정리 = 박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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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2 17:13:02 입력, 최종수정 2009.08.12 19: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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