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 성패는 밀기와 끌기 활용하기 나름 | ||||||
베네통, 흰색옷 먼저 만들어 인기끌면 염색 델, 부분조립품 활용 고객주문에 맞춰 생산 코카콜라엔터프라이즈, 차량경로프로그램 구축…年 4500만달러 비용절감 | ||||||
◆Summer MBA / ⑧ 강성민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설립자인 루치아노 베네통이 아코디언과 자전거를 판 돈으로 낡은 편물기계를 마련해 스웨터를 짜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전 세계 120여 개국에 70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글로벌 패션기업의 시작이었다. 베네통의 성공 비결은 요즘 용어로 보면 획기적인 공급망관리(SCM)에 있었다. 당시만 해도 대다수 의류업체는 미리 염색된 실로 옷을 만들었다. 이에 비해 베네통은 염색된 실로 제품을 생산하는 전통적 방법을 역발상으로 뒤집어 흰색 스웨터를 먼저 대량 생산했다. 이후 패션 트렌드에 맞춰 순발력 있게 염색을 실시하는 이른바 `후염 공정`을 도입했다. 흰색 원형 스웨터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안정적이며 제품 수명이 길어 재고 위험성이 낮았다. 당연히 비용은 절감되고 여기서 확보된 원가경쟁력으로 삽시간에 시장을 장악했다. ◆ SCM은 끌기와 밀기의 미학(美學) = 삼성전자, 델, 월마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AMR리서치가 뽑은 `2009 SCM 톱 25` 보고서에서 10위 안에 든다. 세계 최고 수준 SCM 프로세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늘날 글로벌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반면 제품 수명주기는 더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고객 기대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제대로 된 SCM 없이는 절대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진리가 됐다. 기업들이 SCM에 목을 매는 것은 SCM이 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도 절감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수준을 높이면 매출이 늘고 비용을 줄이면 순이익이 늘게 돼 있다.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고객 주문을 이행하는 스피드와 신뢰성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제품 다양성이 확보돼야 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재고 수준이 낮아야 한다. 재고는 곧 손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율적인 생산과 유통이 요구된다. 문제는 이들이 서로 상충된다는 것이다. 마치 반대로 뛰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과 같다. 빠르게 주문을 이행하기 위해선 충분한 재고가 필요하며 제품이 다양하면 생산 효율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상충관계 속에서 최적의 공급체인은 과연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까. 삼성전자, 델, 월마트 등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공급망 관리 전략에는 `밀기ㆍ끌기`가 있다. 전통적으로 공급망은 `밀기식(Push-based)`과 `끌기식(Pull-based)`으로 분류된다. 베네통 사례로 보면 염색 전 공정은 밀기식 대량생산, 염색 공정부터는 끌기식 맞춤 공급망을 채택한 셈이다. 밀기ㆍ끌기 혼합 전략으로 베네통은 고객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키면서 대량 생산의 장점도 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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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전략의 장점을 접목하라
= 원칙적으로 밀기와 끌기를 구별하는 것은 고객의 주문시점과 생산시점 타이밍의 차이다. 쉽게 말해 밀기식은 재고생산, 끌기식은 주문생산을 뜻한다. 밀기식은 장기적 수요 예측에 근거해 생산과 유통을 결정한다. 고객 주문시점과는 무관하다. 끌기식에서는 생산시점이 주문시점과 같다. 실제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다. 두 전략의 장단점은 명백하다. 밀기식은 생산과 유통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스템이다. 일용품과 같이 수요가 일정하거나 소비자 요구가 크게 다양하지 않은 제품이라면 미리 수요 예측을 하고 제품을 대량 생산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살릴 수 있다. 그러나 리드타임(lead timeㆍ제품이 생산 이후 소매상까지 전달되는 시간)이 길고 재고 수준이 높다는 약점이 있다. 반면 끌기식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맞추는 데 역점을 두는 시스템이다. 수요 예측이 힘들고 고객 다양성이 크다면 끌기 전략이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리드타임이 길다면 끌기 전략은 비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선박은 생산시간이 길지만 고객 기대시간도 길기 때문에 끌기 방식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에는 밀기와 끌기를 혼합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밀기와 끌기 간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상류(생산 쪽)에서는 밀기, 하류(고객 쪽)에서는 끌기를 사용하는 전략을 통해 밀기와 끌기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혼합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전환점을 어느 곳에 둘 것인가다. 상류 쪽에 둘수록 공급망에서 밀기 전략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하류에 둘수록 끌기 성격이 강하게 된다. 경계선에서는 수요 예측에 따라 재고를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혼합 공급망에서는 밀기와 끌기의 경계에만 전략적 재고를 두며 끌기 부분에서는 전혀 재고를 보유하지 않게 된다. `차별 지연화(Postponement)`는 혼합 전략의 좋은 사례다. 개별 제품에 따라 차별화되기 전의 공통적인 원형제품을 먼저 생산한 뒤 실제 수요가 발생하면 즉시 완제품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모듈러(Moduler) 생산`은 조립만 하면 완제품이 되는 부분 조립품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각 모듈은 몇 가지 옵션을 갖기 때문에 조합을 통해 다양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PC 제조업체인 델은 직접 주문생산으로 유명하다. 델은 모듈러 방식을 통해 주문생산 공정을 갖췄다. 최종 조립은 고객 주문에 따라 시작되지만 모듈 생산은 밀기 방식을 통해 효율적으로 조달되는 셈이다. 밀기와 끌기 혼합 전략은 순서적 최적화를 의미하는 전통적인 공급망관리 전략을 전체 최적화 전략으로 대체하는 대표적인 SCM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퀴즈 하나. 가로 24㎞, 세로 8㎞ 크기 정방형 시가지 안에 15곳의 편의점이 있다. 이곳에 차량 2대를 이용해 라면 300박스를 배송해야 한다. 편의점마다 원하는 라면 수량이 다르고 시가지 안에는 20개의 일방통행 길마저 존재한다. 도로 한 구간의 길이는 가로 4㎞, 세로 2㎞며 편의점은 구간 한가운데 있다. 어떻게 해야 최소 비용으로 배송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아무리 경험이 많은 사람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대더라도 쉽게 최적해를 구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0.1초 안에 최적해를 구할 수 있다. 문제는 동일한 알고리즘을 이용해도 규모가 커지면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다는 것. 하지만 이미 상당수 글로벌 기업이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2004년 코카콜라의 세계 최대 병입자 겸 유통업자인 코카콜라엔터프라이즈(CCE)는 차량경로문제(VRPㆍVehicle Routing Problem)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현재 CCE는 이 프로그램을 사용해 미국 캐나다 유럽 등 430개 유통센터가 운용하는 차량 5만4000대의 최적 경로를 매일 결정하고 있다. 배송 경로를 산출할 때는 차량의 용량, 매장별 수요, 배송 가능 시간대, 도심 러시아워, 운전자 근무시간 등 다양한 제약 요소를 고려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CCE는 연간 450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배송 지연율을 기존 6.3%에서 2.4%로 줄이며 고객서비스를 크게 높였다. 물류 최적화가 비용 절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물류비가 2004년 11.9%로 일본(8.2%)이나 미국(9.5%)에 비해 높은 편이다. 특히 화물 수송에서 도로에 의존하는 비율이 2005년 기준으로 96.6%에 달해 일본(44.5%)이나 미국(84.3%)에 비해 높다. 물류 네트워크 최적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아직까지 많은 기업은 단순히 생산지나 수요지 근처에 물류 거점을 설립하는 식의 전통적 방법에 의존해 물류 네트워크를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 주문을 받아 언제, 어떤 순서로, 어떤 기계에서 제품을 생산할 것인지에 대한 모듈과 물류 최적화를 위한 모듈을 통합 운영해야 할 때다. 최고경영자(CEO)들은 매출과 성장에 관심을 쏟게 마련이다. 그러나 매출 증가가 곧 수익성 향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방법이 오히려 경쟁력을 원천적으로 키우는 일이다. ■ He is… 강성민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51)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미국 시카고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코넬대에서 경영학 석ㆍ박사를 취득한 뒤 1995년 가톨릭대에 부임했다. 1999년 국제 학술지인 `매니지먼트 사이언스`에 생산 스케줄링과 관련한 논문을 게재해 화제를 모았다. 전공인 생산관리 분야 가운데 스케줄링과 시퀀싱 등 계량적ㆍ과학적 접근법에 관심이 크다. 로지스틱스 학술대상, STX엔진 우수학술상 등을 수상했고 SK가스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부인은 W호텔 부총지배인인 배선경 씨. ■ <용 어> 공급망관리 (Supply Chain Management) = 부품 제조업체부터 제품 생산자, 유통망, 고객에 이르는 물류 흐름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파악하고 가장 원활한 흐름이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통적 개념의 SCM은 재고와 리드타임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주로 공급 사이드에 중점을 뒀던 셈이지만 최근에는 생산법인은 물론 판매법인과 유통망까지 아우르는 정확한 수요ㆍ공급 예측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정리 = 신헌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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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7일 목요일
◆Summer MBA / ⑧ 강성민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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