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7일 목요일

◆명품시계 이야기 ◆ (4) 롤렉스

[명품시계 이야기] 손목위 성공한 남자의 증표 `롤렉스`

시계를 손목 위에 얹을 생각을 누가 언제 했을까.

불과 100년 전만 해도 가지고 다니는 시계는 회중시계뿐이었다. 최초 개발자가 알려지지 않은 손목시계를 호기심 많은 누군가가 차고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여자 팔찌를 찬 것처럼 우스꽝스러워 보였고, 크기가 작아 회중시계만큼 시간이 정확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업 수완이 뛰어난 독일 출신 시계업자 한스 빌스도르프는 손목시계가 시간만 정확하다면 회중시계를 앞지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1905년 그는 작지만 정확한 스위스산 무브먼트를 장착한 손목시계를 만들어냈고, 짧고 부르기 쉽도록 `롤렉스`라고 이름붙였다.

롤렉스 손목시계는 시계 역사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1970년대 사람들이 기계식 시계를 버리고 일본제 전자시계로 바꿔 찼듯이, 당시 사람들은 회중시계 대신 롤렉스로 대변되는 손목시계를 차기 시작했다. 급기야 1930년대로 들어서면서 손목시계 생산량이 회중시계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오이스터 퍼페추어 데이트 저스트
다른 많은 시계업자들도 손목시계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롤렉스는 기술적인 면에서 그들보다 한발짝 앞서나갔다.

크로노미터(시간을 기록하는 장치) 인증 손목시계가 그 증거다. 1914년 당시 항해용 큰 시계에만 크로노미터 인증을 주던 영국 KEW천문대에서 손목시계로는 처음으로 롤렉스가 A등급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것.

롤렉스는 손목시계지만 내구성이 강하고 정확하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현재까지도 전 세계 시계 브랜드 중에서 크로노미터 인증을 가장 많이 받은 브랜드가 롤렉스이기도 하다.

1927년 롤렉스는 또 한 번 히트를 한다. 영국 런던 여성 속기사였던 메르세데스 글리츠가 영ㆍ프 해협을 헤엄쳐 횡단할 때 롤렉스는 신제품 방수시계 `오이스터`를 그녀에게 협찬했던 것. 글리츠는 15시간15분에 걸쳐 영ㆍ프 해협 횡단에 성공했고, 그녀가 착용한 롤렉스 시계는 아무 이상 없이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시드웰러 딥시
`오이스터`는 물과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시계통 금속을 이음새 없이 통째로 깎아 만들었고, 시계 용두(크라운)를 잠수함 해치처럼 나사 모양으로 이중 삼중으로 잠그도록 고안한 시계다. 언론은 평범한 여성의 위대한 도전에 경의를 표하면서 신기하고 놀라운 방수시계도 함께 보도했다.

이후 롤렉스 효자 제품이 된 `오이스터`는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자동으로 태엽이 감기는 영구회전자 퍼페추어 기능을 추가했고, 날짜가 자동으로 맞춰지는 `데이트 저스트`, 날짜와 요일이 표시되는 `데이-데이트` 등 신기술을 더하면서 진화를 거듭했다.

현재 롤렉스에서 가장 잘나가는 시계가 바로 `오이스터 퍼페추어 데이트 저스트`(스테인리스스틸은 600만원 선)다.

롤렉스 하면 전문가를 위한 시계로도 유명하다.

1000가우스의 강한 자기장이 있는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밀가우스는 통신ㆍ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 근무하는 전문기술자를 위해 만들어졌고, 다이버용 시계 시드웰러 딥시는 수심 3900m까지 방수가 되는 제품이다.

이 밖에 요트 경기 선수를 위한 요트 마스터, 카레이서를 위한 데이토나, 비행기 조종사를 위한 듀얼 타임 기능의 `GMT 마스터` 등이 있다. 롤렉스는 `롤렉스` 시계 하나만을 보유한 단독 회사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가 있으며 창업자 한스 빌스도르프가 사망하기 전에 세운 한스 빌스도르프 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세상에는 롤렉스보다 비싸고, 정확하고, 역사성까지 갖춘 고급 시계가 많다. 그럼에도 성공했거나 성공을 갈망하는 남성들은 롤렉스부터 찾는다. 묵직하고 단단함, 그리고 성공 이미지까지, 롤렉스는 시계의 벤츠다.

[김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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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6 16:46:59 입력, 최종수정 2009.08.06 17: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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