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시대 `리얼 옵션`으로 리스크 줄여라 | |||||
선택과 집중 대신 복수대안에 소규모 투자 삼성, 소니ㆍ도시바 표준경쟁땐 모두 선택 삼성전자, 블루레이 승리 굳어지자 `올인` "저금리로 석유 투기" SK에너지 시나리오 유가 100弗 넘어 대박 | |||||
◆Summer MBA / ② 조명현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
소니로선 천만다행이었을까. 이번 싸움의 승자는 소니였다. 지난해 2월 후지이 요시히데 당시 도시바 사장이 HD-DVD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차세대 매체의 승자는 블루레이로 굳어졌다. 과거엔 포르노를 비롯한 영화사업자들이 VHS를 선택했지만 이번엔 콘텐츠 회사들이 블루레이의 손을 들어줬다. 누가 승자가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양쪽 모두를 선택했다. 블루레이와 HD-DVD에 모두 투자하면서 어느 것이 표준이 될 것인지 지켜본 것이다. 승자가 블루레이로 굳어지자 삼성은 HD-DVD를 빠르게 포기하고 블루레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지금 삼성전자는 소니와 블루레이 시장에서 점유율 수위를 다투고 있다. 경영학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리얼 옵션(Real Option) 기법`의 대표적인 사례다. ◆ 옵션 투자는 금융시장에만 있는 게 아니다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다. 지식기반 산업인 IT(정보기술)뿐 아니라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전통적 산업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들로서는 현재의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기법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통상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은 세 가지다. 참여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참여자들이 보유하는 지식이나 기술수준이 높아질수록,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질수록 불확실성은 커진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기업들이 대처할 수 있는 전략적 기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리얼 옵션 기법과 시나리오 플래닝이 그것이다. 옵션(Option)은 원래 금융시장에서 쓰이는 용어다. 금융시장만큼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큰 곳은 없다. 이 때문에 위험을 줄이기 위한 수단, 즉 헤징(Hedging)의 목적으로 옵션이 탄생했다. 주식 가격이 변할 때 반대 방향으로 옵션을 매수할 경우 주식 급등락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리얼 옵션도 위험을 헤징하는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 기법 가운데 하나다. 리얼 옵션은 게임이론 대가인 아비나시 딕시트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가 만들어낸 재무적 옵션(Financial Option)에서 기본 개념을 가져왔다. 재무적 옵션이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처법으로 개발된 것처럼 실물시장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리얼 옵션이 탄생한 것이다. ◆ 대안마다 역량을 구축하고 집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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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는 여러 대안을 검토해 최고의 수익률(IRRㆍ내부수익률)을 올리는 방안을 선택한다. 확실성이 높은 때라면 `선택과 집중`을 위한 당연한 선택이고, 의사결정도 비교적 손쉽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이 같은 투자 의사결정이 결코 쉽지 않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기술이나 제품이 시장 표준으로 떠오르는 일도 왕왕 발생한다. 블루레이와 HD-DVD 가운데 어느 것이 산업표준이 될지 모르는데 한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가 다른 것이 표준이 될 경우 시장에서 순식간에 낙오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 리얼 옵션 기법이다. 하나의 대안을 선택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대안에 대해 소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다. 기업은 여러 가지 대안에 조금씩 투자하면서 기술을 익히고 시장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특히 대안마다 대규모 투자 때 필요한 역량을 파악하고 미리 인재와 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미리 `보험`을 들었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옵션별 성공 가능성과 투자수익률 등을 검토해 투자를 확대하거나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러한 리얼 옵션식 사고는 기술발전이 빠르고 불연속적인 신약 개발이나 IT 분야의 투자 의사결정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머크나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업체들은 보다 전문적으로 `블랙-숄스 옵션가격 결정모델`을 이용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한 벤처기업들의 기술을 블랙-숄스 모델로 평가해 전략적 투자를 한다. 기술 평가 이후 실제 제품개발 단계에서도 블랙-숄스 모델을 꾸준히 적용해 단계적으로 투자액을 높이거나 투자 중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최근엔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도 리얼 옵션 기법이 널리 쓰이고 있다. 본격적 M&A에 나서는 것이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판단한다면 일단 지분을 출자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맺어 세력권 안에 둔 뒤 불확실성이 가신 뒤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이다. ◆ 리스크 줄이고 역량은 키우고 시나리오플래닝도 필요 = 정유회사 로열더치셸은 1980년대 말 소련 붕괴 가능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국제유가는 상승할 것이란 시나리오에 베팅했다. 결과는 대성공.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의 대가인 피터 슈워츠의 견해를 받아들인 덕분이었다. 로열더치셸의 대성공 이후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시나리오 플래닝에 주목했고,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리얼 옵션 기법과 함께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에 예상되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시나리오별로 전략적 대안을 미리 수립하는 경영 기법이다. 국내 기업으로는 SK그룹이 계열사별로 아예 담당 임원을 둘 정도로 시나리오 플래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때 SK에너지가 사용한 방법이 바로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우선 유가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면서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정리했다. 이어 투기세력의 유무, 수요산업의 성장ㆍ정체 등에 따라 네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고 각각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시나리오를 정교하게 만들었다. 그 가운데 SK는 전 세계적 저금리 기조에 따라 석유 투기자본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란 쪽에 베팅했다. SK에너지는 추가 투자를 결정했고 한때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치솟으면서 큰 이익을 남겼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경영자들은 투자를 아예 하지 않거나 반대로 리스크와 상관없이 투자하는 쪽으로 갈린다. 전자는 리스크를 겁내는 것이고 후자는 리스크를 무시하는 것이다. 두 방식 모두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이다. 전략적 사고의 핵심은 어느 정도 리스크를 수용하면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리얼 옵션은 물론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성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전략적 방법론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①기업이 당면한 이슈를 도출 ②이슈별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추출 ③각 요소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요인을 선정 ④시나리오 여러 개를 조합 ⑤각각의 대응전략을 수립 ⑥시나리오들의 전개과정을 모니터링 등 총 6단계로 전개된다. 시나리오는 현실적인 이슈를 포함하되 최대한 자세한 내용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니터링 단계에서는 각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에 중점을 두도록 전략을 계속 수정해야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한 미래를 구성원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를 통해 구성원이 리스크를 인지하게 만들고 이에 대한 대응과 변화의 필요성을 일깨워 조직 역량을 결집하도록 해주는 효과를 갖는다. ■ <용 어> 리얼 옵션(Real Option) = 아비나시 딕시트 프린스턴대 교수의 파이낸셜 옵션 이론을 실물 경영환경으로 확장한 개념이다. 경영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투자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옵션이라는 헤징(위험회피)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블랙 - 숄스 옵션가격 결정모델 = 블랙과 숄스가 개발해 1973년 발표한 모형이다. 다섯 가지 데이터를 이용해 옵션이론을 도출했는데 실물 경영에서는 여기에 입력되는 데이터를 기업 상황에 맞는 내용으로 변형해 사용하고 있다. ■ He is…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45)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고등경영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밴더빌트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한 뒤 1997년 고려대 경영대에 부임해 경영전략과 국제경영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중견 학자다. 1998년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JFE)`에 실린 `소유구조, 투자, 기업가치(Ownership Structure, Investment, and Corporate Value)`라는 논문에서 기존 기업지배구조 이론과 맞서는 논리를 펴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논문으로 1999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매일경제 이코노미스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공기업ㆍ준정부기관 기관장 평가단 간사를 맡기도 했다. 부인은 송기원 연세대 자연과학부 교수. [정리 = 이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9년 8월 1일 토요일
◆Summer MBA / (2) 조명현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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