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2일 수요일

◆Summer MBA / (6)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 학장◆

"성공적 M&A 핵심은 이익보다 자본회전율"
투입 자본대비 이익률 높이는게 성공 관건
미래 수익만보고 무리한 차입 낭패 불러
◆Summer MBA / (6)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 학장◆

2007년 미국의 건설중장비업체 `밥캣` 인수에 성공하면서 공격적 인수ㆍ합병(M&A) 성공 사례로 부각된 두산그룹. 두산은 밥캣 인수 이후 과도한 차입금으로 인한 부담과 밥캣의 실적 악화 소식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며 어려움이 커졌다. 지난해에는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실망감까지 안겨주었다. 결국 두산은 지난 6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포함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발표하며 시장 신뢰 회복에 나서야만 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인수로 재계 선두권으로 도약한 금호아시아나그룹. M&A를 위한 무리한 차입금 확보는 최근 대우건설을 되파는 결정을 발표할 정도로 금호아시아나를 압박했다.

M&A를 둘러싼 형제간의 이견은 `형제의 난`으로까지 이어졌다. 금호아시아나의 향후 경영 방향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최근 들어 무리한 M&A의 병폐가 세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과도한 자금 차입이다. 또 투자효율성을 판단하면서 단순히 미래에 받을 수 있는 이익만 고려하고 자본회전율을 무시한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의 M&A는 단순히 매출과 영업이익만을 따져 시장점유율을 높이거나 기업의 덩치를 키우는 방향으로 많이 진행돼 왔다. 두산과 금호아시아나가 그랬고 M&A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사례도 비슷하다.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투자효율성 혹은 자본이익률을 따져야 한다. 이는 얼마만큼 투자했을 때 얼마만큼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지, 얼마만큼의 자본을 투입했을 때 얼마나 이익인지를 보는 지표다.

자본이익률은 매출총이익률과 자본회전율을 곱해서 나온다. 매출총이익은 총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개념이다.

즉 물건을 팔아서 얼마만큼의 이익이 실현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1000원어치 팔아서 10원을 남겼다`고 할 때 10원이 매출총이익이다. 매출총이익을 매출로 나누면 매출총이익률이 구해진다.

자본회전율은 자본의 이용효율, 즉 1년간 돈을 얼마나 회전시켰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사실상 자본이익률의 핵심이다. `1000원어치 팔아 10원 남긴다`는 사례를 다시 보자. 여기서는 단순히 매출총이익의 개념만 언급돼 있고 자본회전율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다. 1000원어치를 팔기 위해 얼마만큼의 자본이 투입됐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이다. 또 같은 자본을 여러 차례 회전시켜서 더 많은 매출과 이익을 남긴다는 개념도 빠져 있다.

이렇게 자본회전율이 무시될 경우 기업의 회계는 왜곡될 수 있다.

매출총이익이 많이 남는 회사라고 해도 자산이나 자본을 너무 많이 투자할 경우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익률은 줄어든다.

즉 자본회전율을 생각하지 않고 이익이 남는 것만을 보게 되면 차입금을 과도하게 끌어오고 과잉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M&A의 가치를 평가할 때 단순히 이 회사의 매출이 얼마이고 수익성이 얼마이니 이를 인수해야겠다는 방식은 자본이익률의 한쪽 면만을 보는 경우다. 자본회전율을 고려해야 투입한 자본 대비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

기업의 위험관리(Risk Management)에서도 자본회전율이 핵심이 된다. 이는 적은 자본으로도 많은 매출을 일으키는 경영 시나리오 구성의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자본을 투입해 단기간에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은 실제로는 자본회전율이 낮아져 자본이익률은 되레 더 낮아지는 악순환의 반복을 겪고 있다. 여기에 고정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해 빚은 눈덩이처럼 늘어만 가는 기업도 많다. 과거 대기업들은 독과점 구조에 의거한 높은 영업마진으로, 혹은 부동산 특별이익으로 이 비용을 상쇄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자산과 자본의 투하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이를 토대로 한 이익률을 잘 관리하려면 기업은 근본적으로 관리회계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사업부문별로 손익계산서만 따로 만들 것이 아니라 대차대조표까지도 따로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는 계열사를 통한 자금조달과 이를 통한 그룹의 M&A 추진도 대차대조표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일어나는 하나의 예다. 실제로 사업부별로 대차대조표를 관리할 경우 한 곳에서 자금을 빼고 다른 곳에서 메우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 자본이익률과 자본회전율 

일정 자본을 투자했을 때 이익 또는 매출을 얼마만큼 냈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자본이익률은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을 매출로 나눠 계산하는 매출총이익률과 매출을 자본으로 나눈 자본회전율의 두 가지로 구성된다. 매출총이익률과 자본회전율을 곱하면 자본 대비 이익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자본이익률 지표를 구할 수 있다.

■ He is…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학 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은 연세대 상경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뉴욕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고 같은 곳에서 재무와 금융을 전공해 1984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 취득 후 모교로 돌아온 박 교수는 1984년부터 현재까지 25년을 연세대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박 교수는 금융감독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한국선물학회장과 한국증권연구원장 등 다양한 금융단체에도 몸을 담았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 및 매각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으며 2008년부터는 ASFRC(Asian Shadow Financial Regulatory Committee) 회장과 서울특별시 금융도시자문단 단장,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며 사회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정리 = 박인혜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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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1 17:09:34 입력, 최종수정 2009.08.11 19: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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