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2일 수요일

◆ Summer MBA / (5)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 ◆

고객정보 보관만 하면 下手…지갑을 열게 하라
메가박스 시간ㆍ요일별 요금 달리해 관객 늘려
세계 카지노지존 `해러스` 성수기 큰손順 예약받고 애호게임ㆍ식당 정보 계속 제공해 재방문 유도
◆ Summer MBA / (5)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 ◆

미국 라스베이거스 한복판에 있는 시저스 팰리스 호텔. 로마 양식으로 지어진 이 호텔은 4000석이 넘는 콜로세움 극장과 거대한 카지노, 라스베이거스 최고급 쇼핑몰인 포럼 숍으로 유명하다. 시저스 팰리스 호텔 주인은 미국 해러스엔터테인먼트(Harrah`s Entertainment). MGM미라지와 윈 등을 제친 세계 1위 카지노 사업자이자 호텔 체인이다.

최근 2~3년간 이어지고 있는 경기 불황은 카지노 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 세계 4개 대륙에서 53개 카지노를 운영하는 해러스도 불황 여파를 고스란히 맞았다. 하지만 경쟁자인 MGM미라지가 24%, 윈이 39% 이익 감소를 기록할 때 해러스는 이익 감소폭이 18%에 불과했다. 최근 경영학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수요매출관리(DRMㆍDemand and Revenue Management)` 기법을 적절히 활용한 덕택이다.

◆ 고객 DB를 실제 매출로 연결하라

= 수요매출관리는 고객 정보를 분석해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집단을 찾아낸 뒤 이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고객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관리하는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ㆍCRM)과 유사해 보이지만 수요매출관리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CRM이 고객 특성을 단순히 분석하는 것에 그친다면 DRM은 이익이 날 수 있도록 고객 수요를 창출해 수익성을 최대화하는 수요관리 기법인 것이다. 즉 다양한 시나리오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그 고객에게 맞는 가격 정보와 홍보 방법을 도출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미래 기업 수익을 예측하는 것이다.

해러스엔터테인먼트 수요매출관리를 자세히 살펴보자. 해러스가 운영하는 호텔 투숙객은 호텔 내에서 지갑이 필요 없다. 체크인 때 지급받은 카드로 카지노 게임과 식사, 쇼핑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 계산은 호텔을 떠날 때 한꺼번에 정산하면 된다.

해러스는 이를 통해 고객이 카지노와 쇼핑몰, 식당 등에서 얼마를 사용하는지 알 수 있다. 좋아하는 카지노 게임과 선호하는 식당에 대한 정보도 입력된다. 이를 통해 고객 가치를 분석하고 이들에게서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프로모션을 고안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러스는 성수기에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 것이 아니라 호텔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지를 기준으로 예약을 접수한다. A라는 고객이 지난번 투숙했을 때 카지노에서 돈을 많이 쓰고 쇼핑몰 이용금액도 많았다면 다른 사람 예약을 취소하고서라도 A고객 예약을 우선 접수한다. 또 A고객이 즐겼던 카지노 게임과 식당 등에 대한 정보를 우편과 전화 등으로 지속적으로 A고객에게 제공해 그가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매출관리는 서비스업인 호텔과 카지노에 꼭 필요한 기법이다. 호텔과 카지노는 투숙객이 많건 적건 간에 똑같은 인원이 투입돼 운영되어야 한다. 성수기에는 이익을 많이 올려주는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호텔에 도움이 된다. 또 비수기에는 한 명이라도 고객이 더 들어오는 것이 호텔로서는 이익이다.

◆ DRM은 제조원가도 낮춘다

= 수요매출관리는 이처럼 △현재와 미래 고객 수요 예측과 수요 창출 △매출ㆍ이익 최적화를 위한 판매ㆍ공급 사슬 구성 △고객군마다 세세한 최적 가격 설정으로 단가ㆍ판매량 최적화와 수요 조절 등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수요매출관리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극장이다. 극장은 주말에는 평일에 비해 관객이 2~3배 몰리지만 평일에는 관객 수가 주말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든다. 또 조조와 심야시간대에는 관객이 적다. 관객 수에 관계없이 똑같이 영화를 상영해야 하는 극장으로서는 고객을 분산시킬 필요성이 강하다.

이를 위해 메가박스는 국내 영화관 가운데 최초로 시간별ㆍ요일별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했다. 수요가 적은 요일과 시간대에는 요금을 낮추고 반대로 수요가 몰리는 주말에는 요금을 올렸다. 이러한 메가박스 전략은 피크타임에 집중되던 관객 수요를 분산시켜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윈저와 조니워커를 판매하는 다국적 주류 회사인 디아지오도 수요매출관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기업이다. 스카치 위스키는 오랜 시간 숙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2년산과 17년산 위스키는 12년 후, 17년 후 수요를 예측해서 현재 얼마를 생산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아지오가 사용한 것은 `글로벌 분류 모델`을 이용한 사전 대처적인 수요 창출과 형성이다. 브랜드 매니저가 소비자 소비패턴 구분과 각 시장에 대한 수익 기회 분석을 통해 미래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현재 위스키 숙성량을 결정한다.

◆ 돈되는 고객서 최고수익 내라

= 수요매출관리(DRM)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서비스 사이언스 중 한 분야다. 서비스 사이언스는 서비스 주도 경제가 요구하는 기술과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경영학, 컴퓨터공학, 산업공학, 사회과학, 법과학 등 학문을 응용해 서비스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새로운 학문 영역이다.

서비스 사이언스의 목적은 기업에 막연하게 자리 잡고 있는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서비스를 과학의 한 분야로 본다. 이를 통해 서비스와 연관된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를 개발하고 측정하는 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과 방법론을 적용한다.

수요매출관리도 서비스 산업 수요를 관리하는 컨셉트에서 시작됐다. 단순한 수요 예측에서 수요 창조 개념을 넘어 `돈이 되는 고객 수요를 관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단순히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수요를 관리하는 것이다.

수요매출관리를 위해서는 수요 창출에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은 고객 집단은 누구이며, 이 집단의 행동 패턴이 어떠한지, 어떠한 방법으로 이 집단이 구매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이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적정 가격은 어느 수준인지 등을 분석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즉 고객 전체 시장을 유의미한 기준으로 잘개 쪼개어 어떤 시장을 대상으로 어떤 프로모션과 가격 정책을 써야 하는지를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 단순히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철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수요매출관리를 위해서는 시장분석 기법이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이고 실제로 금융회사나 카드회사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RFM(RecencyㆍFrequencyㆍMonetary) 기법이 있다.

RFM 기법은 고객이 미래에 구매하는 행위를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 구매 내용이라고 가정한다. 각 고객에 대한 RㆍFㆍM을 계산한 후 이를 바탕으로 고객군을 정의한 뒤 각 고객군의 응답 확률과 메일 발송 비용을 고려해 이익을 주는 고객군에게만 메일을 발송하는 것이다.

클러스터링 기법도 많이 사용된다.

이는 높은 잠재력을 지닌 유망 고객 집단을 찾아내는 것이 주요 목표다. 같은 집단에 속한 고객은 동질성을 지닌다는 점에 착안했다. 고객을 집단으로 분류한 뒤 커트라인보다 점수가 높은 집단을 선택해 이들을 중심으로 집중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다.

■ DRM은

수요매출관리로 불리는 DRM(Demand and Revenue Management)은 수요 관리에 고객 정보를 반영해 최고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수요를 창출하는 수요관리 기법이다. 다양한 시나리오와 과거 고객 데이터 분석이 핵심이다. 가격 변경이나 프로모션 등에 대한 시장 반응은 복잡하고 또 고객에 대한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 체계를 수학적으로 모델화하고 시장 흐름을 시각화한다.

■ He is…

김수욱 서울대 교수(45)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생산관리ㆍMIS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2003년에는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생산관리를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서울대 MBA(경영전문대학원)에서 `생산서비스 운영관리`를 강의하면서 강의평가에서 98점으로 한국인 교수 가운데 최고 점수를 받기도 했다. 수강생 19명 중에서 17명이 김 교수 강의를 100점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2007년 정년보장(테뉴어) 심사를 미리 받을 정도로 뛰어난 연구실적을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정부투자기관ㆍ기관장 경영평가위원, 교육과학기술부 정부출연기관 기관평가위원 등 외부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정리 = 이승훈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