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기업이 소비자 가르치는 마켓 드라이빙 시대 | ||||||
`값싸고 튼튼` 대신 `왠지 더 좋다` 반응 이끌어내야 삼성전자 TV `뛰어난 LCD` 아닌 `LED`로 대박 새 제품은 완전히 새로운 범주로 차별화해야 성공 | ||||||
◆Summer MBA / (1) 하영원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사실 이 동영상은 삼성전자의 광고였다. 삼성전자는 3월 `LED TV`를 글로벌 시장에 론칭했다. LCD TV이지만 광원으로 냉음극형광램프(CCFL) 대신 LED를 넣고 두께를 3㎝ 이하로 줄인 TV를 삼성전자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군(new category)으로 소비자에게 인식시켰다. 삼성 LED TV는 출시 4개월 만에 전 세계적으로 65만대가 팔려나가면서 히트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범주적 차별화(categorical differentiation)`를 실천해 불황기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LED TV`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정하지 않고 `뛰어난 LCD TV`로 접근했다면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을지 모른다. ◆ 소비자에게 배우지 말고 가르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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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마켓 드리븐(market-driven)` 전략은 분기별로 소비자 성향조사를 실시한 뒤 거기에 맞춰 가격이나 제품 특성을 변경하는 식의 검증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방식은 소비자들이 대개 고정적인 선호를 갖고 있다고 가정한다. 이처럼 의례적인 소비자 조사를 바탕으로 신제품 전략을 세우는 기업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반면 `마켓 드라이빙(market-driving)` 전략은 소비자의 잠재 의식에 초점을 맞춘다. 또 주도권은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이 쥔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마켓 드라이빙 전략을 "소비자를 가르치는 전략"이라고 정의한다. 기업이 소비자 행태에서 마케팅 방법을 배우는 수동적 단계를 뛰어넘어 혁신적인 제품을 통해 소비자를 `가르친다`는 뜻이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 꿈속 테마파크를 현실로 만든 디즈니랜드는 소비자가 앞서 희망했던 사업 모델이 아니었다. 기업이 먼저 상상력과 혁신을 통해 완전히 다른 범주의 제품을 가능케 한 사례다. 특히나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이 `완전히 범주가 다르다` `아주 새롭다`고 느끼는 제품이 잘 팔린다. 과거의 마케팅 연구들은 소비자의 선호(preference), 경험(experience), 인식(perception) 등 차가운 주제(cold topic)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엔 감성(heart)과 영혼(spirit)에 호소하는 `뜨거운 주제(hot topic)`가 대세다.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해야 한다는 간결한 메시지다. `가격이 싸고 제품이 튼튼하다`가 아니라 `왠지 모르지만 이게 더 좋다`는 반응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맛은 다른 경쟁제품과 엇비슷하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다른 제품과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빙그레에서 사용하는 항아리 모양의 용기는 일종의 새로운 선택 기준이 됐다. 범주적 차별화가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심플한 디자인, 터치 방식을 통해 대성공을 거둔 애플 아이팟(iPod) MP3플레이어도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후발 기업에도 범주적 차별화가 성공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하이트맥주는 OB맥주가 장악하던 시장에 제품을 처음 내놓을 때 `비열처리`를 내세웠지만 차별화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하 150m 암반수`라는 후속 마케팅은 큰 성공을 이끌어냈다. 맛이 아니라 원료가 다르다는 식의 홍보가 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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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제품과 비교를 과감히 거부하라 = 아이스크림 제조사인 하겐다즈는 편의점에 상품을 공급할 때조차 개별 냉동고를 고집한다. 다른 빙과류와의 가격 비교를 애초부터 막겠다는 취지다. 여러 브랜드의 상품이 한군데 뒤섞여 있으면 자연스럽게 가격을 먼저 비교하기 마련이다. 비교가 아닌 개별적 가치 판단만 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범주적 차별화를 위한 중요한 장치다. 범주적 차별화는 명품 업체에서 두드러진다. 한 벌에 2만달러를 호가하는 샤넬의 `오트 쿠튀르(고급 여성복)`는 고작 1년에 200벌 정도 팔린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을 들여 오트 쿠튀르를 만드는 것은 남들보다 유행을 6개월 이상 앞서가는 창조적 차별화를 위해서다. 당신의 제품이 범주적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는지는 수량을 여러 개 더했을 때 소비자의 선택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동방신기가 출연한 공연 한 번을 볼지, `짝퉁` 동방신기가 나오는 공연 열 번을 볼지 선택하라면 결과는 자명하다. 다만 주의할 점은 있다. 도를 넘어서는 무리한 차별화는 실패한다는 교훈이다. 1992년 펩시콜라는 무색 콜라인 `크리스털 콜라(Crystal Pepsi)`를 출시했다. 검은색 콜라 일색의 시장에서 나름대로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시도는 엄청난 실패로 끝나고 생산은 1년 만에 중단됐다. 검은색이 아닌 콜라는 맛과 청량감이 떨어질 것이라는 소비자 기호를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존 소비자들의 인식이나 선호를 무시하면서까지 차별화를 시도할 경우엔 오히려 실패를 맛보게 된다. ■ He is… 하영원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55)는 마케팅 분야에서 뛰어난 학문적 성과를 쌓아왔다.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러트거스대 조교수를 거쳐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소비자학회장, 한국마케팅학회장,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효성그룹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부인은 김명숙 서울시립대 교수다. 저서로 `소비자 행동(법문사)` `마케팅 원론` `신제품 마케팅(이상 학현사)` 등이 있다. 오는 10월 마케팅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소비자 연구 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 오프라인판에 마켓드라이빙 이론을 담은 논문 `범주적 속성이 소비자 선택 상황에 미치는 영향`이 실릴 예정이다. [정리 = 황시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9년 8월 1일 토요일
◆Summer MBA / (1) 하영원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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