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7일 목요일

◆ 명품시계 이야기◆ ⑤ 바쉐론 콘스탄틴

35억원 시계로 기네스북 올라

◆ 명품시계 이야기 ⑤ 바쉐론 콘스탄틴 ◆

"3년 전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켈레톤 퍼페츄얼 캘린더 시계(2억원대)를 샀습니다. 안에 시계가 돌아가는 장치가 훤히 보이는 제품입니다. 좁쌀보다도 작은 수백 개의 부품마다 `Vacheron Constantin`이라고 적혀 있었죠. 그걸 사람 손으로 일일이 새겨넣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시계가 아니라 작품, 사람의 땀과 기가 들어가 있는 컬렉션이라고 봐야죠."

어느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마니아의 얘기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파텍 필립, 오데마 피게와 함께 세계 3대 고급시계로 불린다. 그중에서도 254년의 역사를 지닌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메이커다.

반세기를 다섯 차례나 넘어온 오랜 브랜드답게 바쉐론 콘스탄틴은 역사, 기술, 디자인 등 여러 면에서 최초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893년 바쉐론 콘스탄틴의 캐비노티에(시계장인)였던 조지 아우구스트 레쇼가 개발한 팬토그래프 기계는 현대 시계기술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무브먼트(핵심적 시계부품)를 사람 손으로 만들다 보니 불량품이 많이 나왔는데 정확한 계측기능을 지닌 팬토그래프가 만들어져 정확한 부품의 연속적 생산이 가능하게 된 것.

1955년에 출시된 `패트리모니 엑스트라 플레이트`는 두께가 불과 1.64㎜밖에 되지 않아 가장 얇은 기계식 무브먼트라는 기록을 세웠다. 1979년에 나온 35억원짜리 `칼리스타`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시계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골드 주괴로 만든 후 130캐럿의 에메랄드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이 시계는 만드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 `칼리스타`의 맥을 잇는 시계가 `칼라 더치스`다.

이 제품은 다이아몬드 9캐럿이 162개, 11.63캐럿이 182개가 들어가 있다. 보석들은 바게트형, 직사각형, 트래피즈 등 다양하게 커팅돼 있다. 18K 화이트골드 케이스 위에 트래피즈컷 다이아몬드를 입힌 이 시계의 가격은 수십억 원대를 호가한다. 시계라기보다는 시간을 볼 수 있는 보석 브레이슬릿(팔찌)에 가깝다.

왼쪽에서부터 칼리스타, 칼라 더치스, 뚜르 드 릴
지난해 출시한 `케드릴`은 `나만의 맞춤시계`를 만들 수 있는 비스포크(맞춤형) 제품이다. 케이스 구조가 7개 부분으로 되어 있고 세 종류의 금속(핑크 골드, 팔라듐, 티타늄)과 세 가지 다이얼 극비 보안 출력 기술이 들어가 있다. 모두 400가지의 맞춤시계 조합이 가능하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1755년 당대 이름을 날리던 시계장인인 장 마르크 바쉐론과 수완이 뛰어난 사업가 프랑수아 콘스탄틴이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다. 4개의 화살촉 끝을 붙여놓은 듯한 `말테 크로스` 로고로 알려져 있다.

[김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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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0 16:38:15 입력, 최종수정 2009.08.21 15:32:24

◆명품시계 이야기 ◆ (4) 롤렉스

[명품시계 이야기] 손목위 성공한 남자의 증표 `롤렉스`

시계를 손목 위에 얹을 생각을 누가 언제 했을까.

불과 100년 전만 해도 가지고 다니는 시계는 회중시계뿐이었다. 최초 개발자가 알려지지 않은 손목시계를 호기심 많은 누군가가 차고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여자 팔찌를 찬 것처럼 우스꽝스러워 보였고, 크기가 작아 회중시계만큼 시간이 정확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업 수완이 뛰어난 독일 출신 시계업자 한스 빌스도르프는 손목시계가 시간만 정확하다면 회중시계를 앞지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1905년 그는 작지만 정확한 스위스산 무브먼트를 장착한 손목시계를 만들어냈고, 짧고 부르기 쉽도록 `롤렉스`라고 이름붙였다.

롤렉스 손목시계는 시계 역사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1970년대 사람들이 기계식 시계를 버리고 일본제 전자시계로 바꿔 찼듯이, 당시 사람들은 회중시계 대신 롤렉스로 대변되는 손목시계를 차기 시작했다. 급기야 1930년대로 들어서면서 손목시계 생산량이 회중시계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오이스터 퍼페추어 데이트 저스트
다른 많은 시계업자들도 손목시계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롤렉스는 기술적인 면에서 그들보다 한발짝 앞서나갔다.

크로노미터(시간을 기록하는 장치) 인증 손목시계가 그 증거다. 1914년 당시 항해용 큰 시계에만 크로노미터 인증을 주던 영국 KEW천문대에서 손목시계로는 처음으로 롤렉스가 A등급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것.

롤렉스는 손목시계지만 내구성이 강하고 정확하다는 인식을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현재까지도 전 세계 시계 브랜드 중에서 크로노미터 인증을 가장 많이 받은 브랜드가 롤렉스이기도 하다.

1927년 롤렉스는 또 한 번 히트를 한다. 영국 런던 여성 속기사였던 메르세데스 글리츠가 영ㆍ프 해협을 헤엄쳐 횡단할 때 롤렉스는 신제품 방수시계 `오이스터`를 그녀에게 협찬했던 것. 글리츠는 15시간15분에 걸쳐 영ㆍ프 해협 횡단에 성공했고, 그녀가 착용한 롤렉스 시계는 아무 이상 없이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시드웰러 딥시
`오이스터`는 물과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시계통 금속을 이음새 없이 통째로 깎아 만들었고, 시계 용두(크라운)를 잠수함 해치처럼 나사 모양으로 이중 삼중으로 잠그도록 고안한 시계다. 언론은 평범한 여성의 위대한 도전에 경의를 표하면서 신기하고 놀라운 방수시계도 함께 보도했다.

이후 롤렉스 효자 제품이 된 `오이스터`는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자동으로 태엽이 감기는 영구회전자 퍼페추어 기능을 추가했고, 날짜가 자동으로 맞춰지는 `데이트 저스트`, 날짜와 요일이 표시되는 `데이-데이트` 등 신기술을 더하면서 진화를 거듭했다.

현재 롤렉스에서 가장 잘나가는 시계가 바로 `오이스터 퍼페추어 데이트 저스트`(스테인리스스틸은 600만원 선)다.

롤렉스 하면 전문가를 위한 시계로도 유명하다.

1000가우스의 강한 자기장이 있는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밀가우스는 통신ㆍ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 근무하는 전문기술자를 위해 만들어졌고, 다이버용 시계 시드웰러 딥시는 수심 3900m까지 방수가 되는 제품이다.

이 밖에 요트 경기 선수를 위한 요트 마스터, 카레이서를 위한 데이토나, 비행기 조종사를 위한 듀얼 타임 기능의 `GMT 마스터` 등이 있다. 롤렉스는 `롤렉스` 시계 하나만을 보유한 단독 회사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가 있으며 창업자 한스 빌스도르프가 사망하기 전에 세운 한스 빌스도르프 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세상에는 롤렉스보다 비싸고, 정확하고, 역사성까지 갖춘 고급 시계가 많다. 그럼에도 성공했거나 성공을 갈망하는 남성들은 롤렉스부터 찾는다. 묵직하고 단단함, 그리고 성공 이미지까지, 롤렉스는 시계의 벤츠다.

[김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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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6 16:46:59 입력, 최종수정 2009.08.06 17:18:13

◆명품시계 이야기 ◆ (1) 파텍필립

돈 있어도 살수없는 파텍필립
4억원 호가…3년 기다려도 대기명단에도 못올라
◆명품시계 이야기 (1)◆

남자들에게 시계는 어떤 의미일까. 시계 마니아들은 "시계는 곧 인격"이라고 정의한다. 예컨대 수천억 원대 자산가가 롤렉스 빈티지를 차고 있다면 검소하고 소탈한 성품이겠거니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명품패션, 와인, 수입차에 이어 명품시계가 남성 트렌드에서 핫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휴대폰을 들고 다니게 되면서 시계를 안 찬다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한편에서는 갖고 싶은 시계를 못 사서 안달하는 마니아층이 생겨나고 있다. 여성들이 명품 가방에 열광하듯 남성 세계에서도 명품시계 사랑이 시작됐다. 재미있고도 깊이 있는 명품시계 이야기를 연재한다.

일전에 스위스 시계박람회인 `바젤` 페어에서 만난 노신사는 자신을 `시계 컬렉터`라고 소개했다. 중소기업 오너인 그는 매년 바젤이나 SIHH(고급 시계 박람회)에 와서 새로 나온 시계들을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제품은 사간다고 했다. 그에게 최고 시계가 무엇인지 묻자 "파텍 필립(Patek Philippe)"이라는 말이 바로 나왔다.

30대 초반인 한 젊은 사업가는 파텍 필립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인 `5078`(시가 4억원)을 사기 위해 3년 전부터 스위스 본사와 세 차례 접촉했다. 그 시계를 왜 사고 싶어 하는지, 그동안 어떤 시계들을 경험해 봤는지, 갖고 있는 시계 목록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 상세하게 인터뷰를 했다. 10대 시절부터 시계 매력에 빠져 `파네라이` 등 명품 시계를 수십 개 보유하고 있는 그였지만 아직까지 5078을 팔겠다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그는 "구하기 힘들다는 에르메스 벌킨 가방은 웨이팅 리스트(대기자 명단)라도 있지 않습니까. 5078은 언제쯤 주겠다는 언급조차도 없으니 애가 탑니다"고 말한다.

그는 파텍 필립을 그토록 갖고 싶어 하는 이유에 대해 "미닛 리피트(현재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기능)가 뛰어나고, 무엇보다 클래식이 느껴지는 심플한 디자인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시계 마니아들은 최고 시계로 파텍 필립을 꼽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 자체적으로 만든 품질인증 실(Seal) 도입

= 최근 스위스 제네바를 기반으로 한 고급 시계업계에서 최대 이슈는 파텍 필립이 `제네바 실(seal)`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자체 품질인증 마크인 `파텍 필립 실`을 사용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1886년에 탄생한 제네바 실은 시계 무브먼트에 `제네바`라고 새겨진 품질보증 인증마크다. 이 실을 받으려면 12가지 항목으로 된 까다로운 규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파텍 필립 측은 "우리는 이미 제네바 실이 요구하는 이상을 실행하고 있다"면서 "제네바 실보다 더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력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파텍 필립은 1839년 키 없는 시계를 최초로 만들어낸 아드리안 필립과 그 재능을 알아본 폴란드 망명 귀족 안토인 노베르트 드 파텍이 설립했다. 창업자 두 사람 이름을 따서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당시 괘종시계는 키를 끼워 태엽을 감았는데, 아드리안 필립은 지금과 같은 용두(크라운)를 개발해낸 인물이다. 1932년 미국에서 `헨리 스턴 워치` 에이전시를 운영하던 현 경영주 스턴 패밀리가 인수했으며 오늘날 가족 경영과 소유를 겸한 몇 안되는 제네바 시계 제조회사다.

◆ 정교한 컴플리케이션 워치의 리더

= 컴플리케이션 워치는 파텍 필립이 시계 부문 왕좌를 지킬 수 있게 만든 분야다. 윤년이나 월의 길이에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날짜를 바꾸는 영구 캘린더, 복잡한 구조로 된 크로노그래프, 지정된 시간을 소리로 알려주는 미닛 리피터, 별의 시간 측정과 일출ㆍ일몰, 12궁도를 포함하고 있는 천문학적 컴플리케이션을 담고 있다. 달걀만 한 시계 속에 그 많은 기능을 담으면서 하루 동안 최대 3초 이상 늦거나 빠르게 가는 것도 단 2초만 허용할 정도로 정확성을 지켜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올해 파텍 필립은 2006년 출시해 컴플리케이션 워치 중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5960 애뉴얼 캘린더` 신제품을 내놨다. 로즈골드 케이스에 어두운 실버그레이 다이얼 색상이 매력적인 대조를 이룬다. 이 제품은 30일과 31일을 자동으로 구분하며 매년 3월 1일 오직 한 번만 날짜 조정을 하면 된다.

시계 마니아들은 1초도 차이가 나지 않는 디지털 시계 대신 매번 태엽을 감아주어야 하는 기계식 시계를 찾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가 돌봐주지 않으면 살아 움직이지 못하니까."

[김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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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9 17:02:22 입력, 최종수정 2009.07.10 08:54:52

◆Summer MBA / ⑧ 강성민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SCM 성패는 밀기와 끌기 활용하기 나름 
베네통, 흰색옷 먼저 만들어 인기끌면 염색
델, 부분조립품 활용 고객주문에 맞춰 생산
코카콜라엔터프라이즈, 차량경로프로그램 구축…年 4500만달러 비용절감
◆Summer MBA / ⑧ 강성민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1965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된 의류 브랜드 베네통(Benetton).

설립자인 루치아노 베네통이 아코디언과 자전거를 판 돈으로 낡은 편물기계를 마련해 스웨터를 짜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전 세계 120여 개국에 70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글로벌 패션기업의 시작이었다.

베네통의 성공 비결은 요즘 용어로 보면 획기적인 공급망관리(SCM)에 있었다.

당시만 해도 대다수 의류업체는 미리 염색된 실로 옷을 만들었다. 이에 비해 베네통은 염색된 실로 제품을 생산하는 전통적 방법을 역발상으로 뒤집어 흰색 스웨터를 먼저 대량 생산했다. 이후 패션 트렌드에 맞춰 순발력 있게 염색을 실시하는 이른바 `후염 공정`을 도입했다.

흰색 원형 스웨터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안정적이며 제품 수명이 길어 재고 위험성이 낮았다. 당연히 비용은 절감되고 여기서 확보된 원가경쟁력으로 삽시간에 시장을 장악했다.

◆ SCM은 끌기와 밀기의 미학(美學)

= 삼성전자, 델, 월마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AMR리서치가 뽑은 `2009 SCM 톱 25` 보고서에서 10위 안에 든다.

세계 최고 수준 SCM 프로세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늘날 글로벌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반면 제품 수명주기는 더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고객 기대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제대로 된 SCM 없이는 절대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진리가 됐다.

기업들이 SCM에 목을 매는 것은 SCM이 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도 절감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수준을 높이면 매출이 늘고 비용을 줄이면 순이익이 늘게 돼 있다. 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고객 주문을 이행하는 스피드와 신뢰성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제품 다양성이 확보돼야 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재고 수준이 낮아야 한다. 재고는 곧 손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율적인 생산과 유통이 요구된다. 문제는 이들이 서로 상충된다는 것이다.

마치 반대로 뛰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과 같다. 빠르게 주문을 이행하기 위해선 충분한 재고가 필요하며 제품이 다양하면 생산 효율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상충관계 속에서 최적의 공급체인은 과연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까.

삼성전자, 델, 월마트 등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공급망 관리 전략에는 `밀기ㆍ끌기`가 있다.

전통적으로 공급망은 `밀기식(Push-based)`과 `끌기식(Pull-based)`으로 분류된다.

베네통 사례로 보면 염색 전 공정은 밀기식 대량생산, 염색 공정부터는 끌기식 맞춤 공급망을 채택한 셈이다.

밀기ㆍ끌기 혼합 전략으로 베네통은 고객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키면서 대량 생산의 장점도 취할 수 있었다.

◆ 두 전략의 장점을 접목하라

= 원칙적으로 밀기와 끌기를 구별하는 것은 고객의 주문시점과 생산시점 타이밍의 차이다. 쉽게 말해 밀기식은 재고생산, 끌기식은 주문생산을 뜻한다. 밀기식은 장기적 수요 예측에 근거해 생산과 유통을 결정한다. 고객 주문시점과는 무관하다. 끌기식에서는 생산시점이 주문시점과 같다. 실제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다.

두 전략의 장단점은 명백하다. 밀기식은 생산과 유통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스템이다.

일용품과 같이 수요가 일정하거나 소비자 요구가 크게 다양하지 않은 제품이라면 미리 수요 예측을 하고 제품을 대량 생산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살릴 수 있다. 그러나 리드타임(lead timeㆍ제품이 생산 이후 소매상까지 전달되는 시간)이 길고 재고 수준이 높다는 약점이 있다.

반면 끌기식은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맞추는 데 역점을 두는 시스템이다. 수요 예측이 힘들고 고객 다양성이 크다면 끌기 전략이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리드타임이 길다면 끌기 전략은 비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선박은 생산시간이 길지만 고객 기대시간도 길기 때문에 끌기 방식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에는 밀기와 끌기를 혼합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밀기와 끌기 간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상류(생산 쪽)에서는 밀기, 하류(고객 쪽)에서는 끌기를 사용하는 전략을 통해 밀기와 끌기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혼합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전환점을 어느 곳에 둘 것인가다. 상류 쪽에 둘수록 공급망에서 밀기 전략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하류에 둘수록 끌기 성격이 강하게 된다. 경계선에서는 수요 예측에 따라 재고를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혼합 공급망에서는 밀기와 끌기의 경계에만 전략적 재고를 두며 끌기 부분에서는 전혀 재고를 보유하지 않게 된다.

`차별 지연화(Postponement)`는 혼합 전략의 좋은 사례다. 개별 제품에 따라 차별화되기 전의 공통적인 원형제품을 먼저 생산한 뒤 실제 수요가 발생하면 즉시 완제품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모듈러(Moduler) 생산`은 조립만 하면 완제품이 되는 부분 조립품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각 모듈은 몇 가지 옵션을 갖기 때문에 조합을 통해 다양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PC 제조업체인 델은 직접 주문생산으로 유명하다. 델은 모듈러 방식을 통해 주문생산 공정을 갖췄다. 최종 조립은 고객 주문에 따라 시작되지만 모듈 생산은 밀기 방식을 통해 효율적으로 조달되는 셈이다. 밀기와 끌기 혼합 전략은 순서적 최적화를 의미하는 전통적인 공급망관리 전략을 전체 최적화 전략으로 대체하는 대표적인 SCM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SCM의 완성`물류최적화`

= 퀴즈 하나. 가로 24㎞, 세로 8㎞ 크기 정방형 시가지 안에 15곳의 편의점이 있다. 이곳에 차량 2대를 이용해 라면 300박스를 배송해야 한다. 편의점마다 원하는 라면 수량이 다르고 시가지 안에는 20개의 일방통행 길마저 존재한다. 도로 한 구간의 길이는 가로 4㎞, 세로 2㎞며 편의점은 구간 한가운데 있다.

어떻게 해야 최소 비용으로 배송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아무리 경험이 많은 사람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대더라도 쉽게 최적해를 구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0.1초 안에 최적해를 구할 수 있다. 문제는 동일한 알고리즘을 이용해도 규모가 커지면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다는 것.

하지만 이미 상당수 글로벌 기업이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2004년 코카콜라의 세계 최대 병입자 겸 유통업자인 코카콜라엔터프라이즈(CCE)는 차량경로문제(VRPㆍVehicle Routing Problem)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현재 CCE는 이 프로그램을 사용해 미국 캐나다 유럽 등 430개 유통센터가 운용하는 차량 5만4000대의 최적 경로를 매일 결정하고 있다.

배송 경로를 산출할 때는 차량의 용량, 매장별 수요, 배송 가능 시간대, 도심 러시아워, 운전자 근무시간 등 다양한 제약 요소를 고려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CCE는 연간 450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배송 지연율을 기존 6.3%에서 2.4%로 줄이며 고객서비스를 크게 높였다. 물류 최적화가 비용 절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물류비가 2004년 11.9%로 일본(8.2%)이나 미국(9.5%)에 비해 높은 편이다. 특히 화물 수송에서 도로에 의존하는 비율이 2005년 기준으로 96.6%에 달해 일본(44.5%)이나 미국(84.3%)에 비해 높다.

물류 네트워크 최적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아직까지 많은 기업은 단순히 생산지나 수요지 근처에 물류 거점을 설립하는 식의 전통적 방법에 의존해 물류 네트워크를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 주문을 받아 언제, 어떤 순서로, 어떤 기계에서 제품을 생산할 것인지에 대한 모듈과 물류 최적화를 위한 모듈을 통합 운영해야 할 때다.

최고경영자(CEO)들은 매출과 성장에 관심을 쏟게 마련이다. 그러나 매출 증가가 곧 수익성 향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방법이 오히려 경쟁력을 원천적으로 키우는 일이다.

■ He is…

강성민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51)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미국 시카고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코넬대에서 경영학 석ㆍ박사를 취득한 뒤 1995년 가톨릭대에 부임했다.

1999년 국제 학술지인 `매니지먼트 사이언스`에 생산 스케줄링과 관련한 논문을 게재해 화제를 모았다. 전공인 생산관리 분야 가운데 스케줄링과 시퀀싱 등 계량적ㆍ과학적 접근법에 관심이 크다. 로지스틱스 학술대상, STX엔진 우수학술상 등을 수상했고 SK가스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부인은 W호텔 부총지배인인 배선경 씨.

■ <용 어>

공급망관리 (Supply Chain Management) = 부품 제조업체부터 제품 생산자, 유통망, 고객에 이르는 물류 흐름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파악하고 가장 원활한 흐름이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통적 개념의 SCM은 재고와 리드타임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주로 공급 사이드에 중점을 뒀던 셈이지만 최근에는 생산법인은 물론 판매법인과 유통망까지 아우르는 정확한 수요ㆍ공급 예측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정리 =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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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5 16:50:57 입력

CMA [Cash Management Account]

CMA [Cash Management Account]  
 
 요약
예탁금을 어음이나 채권에 투자하여 그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실적배당 금융상품.
 
 본문

어음관리계좌 또는 종합자산관리계정이라고도 한다. 고객이 예치한 자금을 CP나 양도성예금증서(CD)·국공채 등의 채권에 투자하여 그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투자금융회사와 종합금융회사의 대표적인 단기금융상품이나 2005년 6월부터 증권회사에서도 취급한다.

종합금융회사의 CMA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해당 업체가 부도가 나더라도 최고 5,000만 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으나, 증권회사의 경우에는 보호받지 못한다. 단, 종합금융회사를 인수한 증권회사에서 그 업무를 병행하여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는 CMA 상품을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유가증권에 투자한 뒤 남는 자금을 자동적으로 단기 고수익 상품에 운용하며, 은행의 보통예금처럼 입출금은 물론 자동납부·급여이체 등의 서비스 기능이 있고, 주식청약 자격이 주어진다. 단기간을 예치해도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아 여유자금을 운영하는 데에 적합하다.
 

 

2009년 8월 26일 수요일

MMF [Money Market Funds]

MMF [Money Market Funds]  
 
 요약
투자신탁회사가 고객의 돈을 모아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여 수익을 얻는 초단기금융상품.
 
본문
'Money Market Funds'의 약자로 투자신탁회사가 고객들의 자금을 모아 펀드를 구성한 다음 금리가 높은 만기 1년 미만의 기업어음(CP)·양도성예금증서(CD)·콜 등 주로 단기금융상품에 집중투자하여 얻은 수익을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만기 30일 이내의 초단기금융상품이다.

은행의 보통예금처럼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으로 하루만 돈을 예치해 놓아도 펀드운용 실적에 따라 이익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데 적합한 상품이다. 1996년 9월부터 허용되어 투자신탁회사에서 취급하고 있으며, 가입금액에 제한이 없어 소액투자자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 [讓渡性預金證書, Certificate of Deposit]

양도성예금증서 [讓渡性預金證書, certificate of deposit; CD]  
 
요약
제3자에게 양도가 가능한 정기예금증서.
 
본문
현금지불기(cash dispenser:CD)와 구별하기 위하여 NCD라고도 한다. 은행이 정기예금에 대하여 발행하는 무기명의 예금증서로 예금자는 이를 금융시장에서 자유로이 매매할 수 있다.
1961년 미국의 시티은행을 비롯한 대은행에서 주로 증권시장으로 유입하는 기업의 여유자금을 흡수할 목적으로 CD를 발행한 이래, 미국에서는 대규모로 발행하게 되었다. 영국에서는 1968년 10월부터, 일본에서는 1979년 5월부터 CD가 발행되었다.

미국 CD의 액면은 당초 10만 달러 이상의 대계좌의 것이 많았으나, 후에 그 이하의 소계좌 증서도 발행되었으며, 기간은 30일 이상으로 1년이 넘는 것도 있으나 대개는 90∼180일이고, 금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정하는 최고금리의 범위 안에서 각 은행의 재량으로 결정되는데 기간이 길수록 높다.

또한 정기예금증서에는 양도가 가능한 것 외에 양도가 불가능한 것도 있다. 한국의 경우 CD와 유사한 성격의 무기명 예금증서라는 것이 있었지만, 정식으로 CD가 발행되기 시작한 것은 1984년 6월부터였고, 최저예금액은 제한이 없지만 500만 원이 일반적이고 1,000만 원인 은행도 있다. 예치기간은 최저 30일이다.
 
 

2009년 8월 22일 토요일

[이나모리 가즈오의 '경영 멘토링']

"3대째 가업… 기업문화 바꿔 성장하는 회사 만들려면?"

 

입력 : 2009.08.21 16:52 / 수정 : 2009.08.21 19:31

"현장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세요 적당히 일하는 직원은 엄하게 야단을"

이나모리 가즈오는 세이와주쿠(盛和塾)라는 경영 아카데미를 통해 기업인들이 직면하는 경영상의 문제에 대해 '경영 카운슬링'을 해주고 있다. 문답 내용은 매우 구체적인 것이 특징이다. 카운슬링 내용은 책으로도 묶여 나왔는데 〈이나모리 가즈오에게 경영을 묻다〉(비즈니스북스)와 〈경영의 원점, 이익이 없으면 회사가 아니다〉(서돌) 등이 그것이다. 〈이나모리 가즈오에게 경영을 묻다〉에 소개된 카운슬링 사례를, 출판사의 허락을 얻어 요약해 소개한다.


저희 회사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연육(어묵의 재료) 제품과 냉동식품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또 해산물을 소금에 절여 말린 염건물을 자사 브랜드로 제조하고 있습니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으며, 2년 전에는 14억엔, 작년에는 13억엔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상품 구성을 바꾸었지만, 이익은 오히려 점점 줄어들어 걱정입니다.

저희 회사 직원들은 업무 수행 결과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합니다. 직원들이 회의 시간에 적극적으로 발언하지 않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변명만 내세웁니다. 직원들의 적극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연초에 경영 방침 발표회를 열고, 현장 간부를 대상으로 매일 라인별 조회와 월별 제품 검토회 등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사외 연수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이번 분기에 매출이 15% 증가하고, 경상이익도 약 3000만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저는 긍정적인 자세와 적극적인 행동으로 전 직원이 하나로 화합할 수 있는 기업문화도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항상 창의적으로 생각하자! 항상 적극적으로 행동하자! 절대 포기하지 말자!'는 행동지침을 제시하고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성과가 없습니다. 현재 저는 지역 모임이나 예정에 없는 손님을 접대하는 일에 쫓기어 일에 집중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직원들이 진심으로 납득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제가 무엇을 공부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요?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이 자신의 경영 철학을 전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영 모임 세이와주쿠(盛和塾)에서 기업인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NHK 화면 캡처

당신은 경영에 대해 상당히 많이 공부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얻은 경영 이념과 이상적인 회사 상(像)을 머릿속에서 피상적으로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당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당신 회사는 OEM 업체이기 때문에 자사 브랜드로 생산·판매하는 회사와 비교해 20~30% 싸게 납품해야 합니다. 일반 연육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와 똑같은 원료를 사들여서는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좋은 재료를 다른 회사보다 더 싸게 구입해야 합니다. 또 중요한 것은 1인당 생산액, 즉 생산성입니다. 직원들이 다른 회사보다 몇 배나 효율적으로 일하지 않는다면, 제품 원가가 다른 회사와 똑같아집니다. 그래서는 이익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이익은 현장에서 나옵니다. 경영자인 당신이 현장에 가야 합니다. 값싸고 좋은 품질의 원료를 구매하기 위해 당신이 직접 트럭을 운전해 몇십 ㎞ 떨어진 구매처를 찾아가야 합니다. 지금 당신이 승용차를 몰고 있다면, 그것을 팔아 트럭을 사십시오.

인재 육성 역시 매일 매일 경영 현장에서 추구해야 합니다. 연육 제품 생산 현장을 보세요. 조미료 같은 재료를 잘못 보관해 내용물이 줄줄 새는 경우도 있겠지요. 이에 대해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라고 엄격하게 추궁하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원료 관리를 소홀히 하면 원가가 올라가니까요.

결국 경영자 자신이 현장을 잘 알지 못하면 아무것도 안됩니다. 아무튼 10%의 이익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 이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의견을 개진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직접 현장에 가서 "이렇게 합시다, 저렇게 합시다"라고 해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내용은 정확해야만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당신은 일에 정통한 것 같지 않습니다. 지역 모임이나 내방객에 시간을 내주어 일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이익을 내기 위해 당신이 매일 현장에 나가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사장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쓸데없는 것까지 조사해서 잘 알고 있지 뭐야. 예전에는 현장에 오지 않았는데, 요즘에 일요일까지 현장에 나와서 상자를 열어보는 통에 대충 일하던 것이 모두 들통났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돼야 합니다.

당신 회사처럼 작은 기업에서 신입사원으로 들어가 사장이 되려면 먼저 현장에서 장화를 신고 우비를 입고서 추운 겨울에도 허드렛일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런 현장의 어려움도 모른 채 당신은 사장 아들이라는 이유로 대학을 나오자마자 낙하산으로 사장이 됐습니다. 그러나 사장이 된 후부터라도 좋으니 현장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이익을 내야만 하는데도 직원들은 그 대답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직원들에게 해답을 줄 사람은 오로지 당신밖에 없습니다. 경영자는 간부의 몇 배나 일하고 몇 배나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만 합니다.

경영자가 현장을 잘 아는 상태에서 큰 소리로 추궁하기 시작하면, 직원과 경영자의 관계가 멀어지고 분위기가 껄끄러워집니다. "꼭 저렇게까지 이야기해야 하나?"라는 불만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에 마음을 써서는 경영을 할 수 없습니다. 이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음을 굳게 먹고 꾸짖어야 합니다. 야단을 치면 감정이 상하고 분위기도 나빠집니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엄하여야 하는 걸까요? 바로 이 지점에서 경영이념과 기업문화가 필요합니다.

교세라의 경영이념은 "전 직원의 정신적·물질적 행복을 추구함과 동시에 인류 사회의 진보와 발전에 공헌하는 것"입니다. 직원들의 행복을 지키고자 하기에 나는 적당히 일하는 직원들을 엄하게 야단치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나 혼자 돈을 벌기 위해서 여러분을 혹사하려 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대우를 개선하려 하기 때문에 나는 더 엄하게 꾸짖는 것입니다." 이처럼 모든 것은 직원들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직원들을 엄하게 야단칠 수 있었습니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8/21/2009082101385.html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그룹 명예회장

"썩어가는 자본주의, 자본주의(慈本主義)가 구하리니…"

 

입력 : 2009.08.22 03:44

'살아있는 경영 神'의 일갈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그룹 명예회장 인터뷰
"CEO는 배 부르면 사냥 않는 사자의 절도 배워야"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그룹 명예회장
"인간의 욕망을 원동력으로 했던 것이 자본주의지만, 그것이 지나쳐 계속 편리한 것만을 추구한 결과가 이번 금융위기를 낳았습니다. 이번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인류가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77) 교세라그룹 명예회장. 일본의 이 원로 경영인이 마침내 인터뷰를 승낙했을 때 기자는 마음이 들떴다.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와 함께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3대 기업가로 꼽히며, '살아 있는 경영의 신(神)'으로까지 불리는 사람이 바로 그다. 그는 27세 때 맨손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세계적인 전자부품회사인 교세라와 일본의 SK텔레콤 격(格)인 민간 이동통신업체 KDDI 두 대기업을 창업했다. 두 그룹을 합치면 종업원 7만6000여명에 매출이 4조4000억엔(약 58조원)을 넘는다.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은퇴했지만, 일본 재계의 큰어른으로서 그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미국에서 기업인들이 가장 만나서 의논하고 싶은 인물이 워런 버핏(Buffett)이라면, 일본에선 단연 이 사람이다. 그의 경영 철학을 전수하기 위해 시작된 경영 모임 세이와주쿠(盛和塾)에서 그의 강연이 끝나면 젊은 기업인들이 그를 빽빽이 에워싸고 차례로 질문을 던진다.

특히 지금 이 시점에서 그를 만나는 의미가 남다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본주의 윤리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른 지금, "땀 흘려 번 돈만이 진짜 이익"이며 "일은 생활의 수단이 아니라 영혼을 닦기 위한 수양의 장"이라는 그의 동양적 경영 철학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는 이윤 추구와 주주 중심주의,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한 서구식 자본주의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기업은 단순히 돈을 버는 이상의 '레종 데트르(불어로 존재 이유란 뜻으로 그가 즐겨 쓰는 표현이다)'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경영의 베이스엔 거래처, 종업원, 고객 모두를 사랑해 모두가 잘돼야 한다는 자비(慈悲)의 마음이 깔려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1시간 30분간의 인터뷰 동안 '자비'라는 말을 다섯 번도 넘게 썼다. 그는 서구 기업 CEO들이 거액의 연봉을 받는 데 대해 "과거 전제 군주나 할 일"이라고 목소리 높여 비판하며, 성과급과 인력 구조조정에도 반대한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하지만 그는 늘 원대한 꿈을 꾸었고 일에 관한 한 양보가 없었던 집념의 경영인이다. 그는 기술 개발을 위해 20년간 새벽 서너 시경에야 사무실을 떠나 '미스터 a.m.(오전)'이란 별명이 붙었다. 그는 "내가 다음에 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절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이루어 내는 일"이라고도 했다.

'아메바 경영'으로 대표되는 이나모리식 조직 관리는 관리에 강하다는 도요타나 삼성이 벤치마킹할 정도로 지독하고 무시무시하기까지 하다. 아메바 경영이란 회사 전체를 20명 이하의 소규모 조직으로 쪼개 독립 채산제로 운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 결산을 해서 아메바별 채산이 다음날에는 모두 공개된다. 실적이 떨어진 부문은 문을 닫아야 한다.

그의 사상의 토대는 불교에 있다. 그는 199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머리를 깎고 불가(佛家)에 입문해 세계 경영계에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다이와(大和)라는 법명을 받고 탁발 수행까지 했지만, 이듬해 "개인의 철학 추구는 잠시 늦추고 국가의 일에 비중을 두고 싶다"면서 속계로 되돌아왔다.

그의 경영 철학과 인생관을 담은 책들은 국내에도 여러 권 번역돼 출간됐다. '카르마 경영'은 2006년에는 삼성경제연구소, 올해는 LG그룹 CEO들이 각각 선정한, 여름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에 포함됐다. 인간은 무엇인가에서부터 출발하는 그의 경영 철학은 평범하면서도 깊은 진리를 담고 있어 진한 울림을 준다.

그와의 인터뷰는, 일본에 신종플루가 확산된 탓에 몇 달간 연기됐다가 최근 교세라 교토 본사에서 이뤄졌다. 20층 사옥의 18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 옆 접견실이었다. 옆쪽 창으로 교토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교세라와 KDDI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을 창업한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 하지만 그는“인생이란 극장에서 교세라 창업자라는 역할이 우연히 맡겨졌을 뿐,그 성공은 나 자신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 제공

―세이와주쿠에서 후배 기업인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무엇입니까?

"중소기업 경영자 중에서 경영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경영이란 것은 아무리 작은 식당을 하고, 야채를 팔아도 모두 부기(簿記)나 회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부기나 회계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에요. 얼핏 보면 이익이 나는 것처럼 보여도 알고 보니까 번 돈이 바로 원재료비로 둔갑하기도 하고 설비투자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수익이 안 남는다, 자금이 모자란다, 이렇게 돼버리기 쉽습니다.

따라서 우선 부기, 회계부터 배우고, 혼자서 안 된다면 회계사에게 맡겨서라도 확실히 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둘째, 경영자는 어떻게든 이익을 내려 하고, 또 반드시 이익을 내야 하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데도 길이 있습니다. 나 혼자 많이 벌면 좋겠다는 자기애(自己愛)만으로 돈을 벌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거래처와 종업원을 포함해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더 큰 사랑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오래갑니다. 또한 경영자는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돈으로 사람을 움직이기보다는 마음 깊은 곳에서 불타오르는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서는 정말 인격밖에 없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맨 오른쪽)이 이지훈 위클리비즈 에디터(맨 왼쪽)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교세라 제공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질문을 하면 눈을 꾹 감고 듣곤 했다. 처음엔 노령에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한국에서 날아온 외국인 기자가 하는 질문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듣고, 답을 생각하기 위해 그런 것이다. 골똘히 생각하는 그의 모습에 질문하는 기자가 미안할 정도였다. 그에겐 이 인터뷰도 마음을 닦기 위한 수행의 일부인지 모른다.

―약육강식(弱肉强食)과 정글의 법칙이 통용되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당장 살아남아야 하는데,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은 너무 한가한 말 같기도 합니다.

"결코 느긋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을 경영하려면 경쟁이 아주 치열하고,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요즘 같은 때 경영은 매우 힘든 일이니까 자신의 회사 경영을 잘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필사적으로 일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지금의 일을 곁눈질 않고, 자는 동안에도, 죽을 정도로 일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저는 그 길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불교에서 가르치는 자비(慈悲)라고 하는, 남에 대한 배려가 바탕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함과 동시에 거래처, 종업원, 고객 모두를 사랑해 모두가 잘돼야 한다는 그런 기분을 베이스로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자본주의를 약육강식이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 적자생존(適者生存)이 더 올바른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연을 보더라도 사실 약육강식이란 것은 의외로 흔하지 않습니다. 다만 환경에 맞는 것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멸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길가의 한 포기 풀과 한 그루 나무까지도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가뭄이 와도 비가 올 때까지 견뎌 보자면서 필사적으로 노력합니다. 그렇게 노력하지 않으면 바로 말라붙어서 시들어 버립니다. 인간처럼 '좀 더 편히 살자', '좀 더 호강을 누리자' 이래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적자생존이란 의미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인데, 다만 일할 때의 마음은 자비와 배려가 바탕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제가 불교에서 배운 훌륭한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타(利他)'의 경영 이념을 정립했지만, 그가 창업할 때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그가 1959년 교세라의 전신인 교토세라믹을 설립하고 3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고졸사원 11명이 혈서를 들고 그에게 찾아와 임금 인상과 장래 보장을 요구했다. 그는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마당에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직원들을 집으로 데려가 "나를 믿고 따라와 달라. 자네들을 배반한다면 그때는 나를 죽여도 좋다"고 사흘 밤낮으로 설득했다.

그래서 그 문제는 해결했지만, 그는 그때 큰 짐을 짊어진 것 같았다. 회사를 차렸다는 이유만으로 직원들의 생활을 책임져야만 했기 때문이다. 제 가족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처지였는데 말이다. 그는 회사란 직원과 사회에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는 몇 주간의 고민 끝에 '회사는 내 기술을 세상에 알리는 무대'라는 생각을 미련 없이 버리고 '전 직원의 행복을 추구하고, 인류 사회의 발전에 공헌한다'는 경영 이념을 정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미국식 경영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식 경영의 문제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원래는 미국도 부지런히 무언가 물건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지난 10년 동안엔 금융에 특화해 머리를 쓰고 돈을 굴려서 큰 이익을 얻고자 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노력을 하지 않고 큰 이익을 얻으려 했습니다. 금융공학을 통해 금융 신상품, 파생상품을 만들었고, 이것을 넓게 운용하고 레버리지를 이용해 원금의 몇 십 배에 이르는 막대한 이익을 올리려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한번 돈을 버니 점점 더 돈을 벌려고 하고, 욕망은 더욱 커져 갔지요. 힘을 들이지 않고 큰 이익을 얻으려는 것은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극단적으로 발전돼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만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실패라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물론 그렇게도 말할 수 있겠죠. 자본주의라는 것은 인간의 욕망을 원동력으로 발전했습니다. 우리가 쌓아 올린 근대문명도 그렇고요. 좀 더 풍요로워지고 부자가 되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근대 물질문명을 이뤘습니다. 자본주의의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것이 너무 지나쳐 계속 더 편리한 것을 추구했던 인류의 '업(業)'이 이번 위기를 낳은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선 자본주의 그 자체가 문제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자본주의 그 자체를 부정한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공산주의로 바꿀 수도 없고, 다른 시스템을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자본주의를 해나가되 그 과정에서 인간의 자세, 마음, 이것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거기에도 분명히 절도(節度)란 것이 있을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지나친 면에 대해서는 법률이나 규칙을 바꾸는 것도 각국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것도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인간이 많은 돈을 벌려고 하는 욕망이 있는 한, 아무리 규칙이 있어도 부족합니다. 같은 일이 끊임없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사자도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이를 사냥하지 않습니다. 인간도 이와 같이 자연의 절도를 본받아야 합니다."

―대기업 CEO나 임원의 거액 연봉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높은 연봉은 그들의 능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확실히 회사가 큰 이익을 냈다면 리더인 CEO와 일부 고위 임원들의 역할이 컸을 것이므로 그만한 돈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금융계에선 극히 소수의 사람이 머리를 써서 거액의 돈을 운용함으로써 거액의 이익을 버니까요. 예를 들어 불과 100명이 수조엔을 굴려 수천억엔을 법니다. 그래서 1000억엔을 벌었다면 그 1할인 100억엔을 받아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900억엔이 남으니까요.

제조업체에도 그런 생각이 확산됐습니다. 교세라는 연간 수천억엔 정도를 벌지만, 전세계 6만명의 종업원이 벌어들인 것이죠. 그러나 그런 이익이 나면 '톱인 내가 1할 정도는 떼도 되지 않나' 생각해 제조업체에서도 거액의 돈, 즉 일반 종업원의 수십~수백배의 월급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렸어요.

그러나 과거 봉건주의나 전제주의 시대의 독재국가라면 몰라도 민주주의라면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엔 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나라를 자신의 것으로 생각했으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었겠죠. 하지만, 민주주의가 되어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를 위해서라고 말하면서도 사고방식은 과거 봉건주의 시대처럼 폭력적인 독재자, 전제군주가 하던 짓과 거의 같은 일들을 지금 다시 시작했어요. 이처럼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가 사회에 거대한 격차를 만들어 낸 것은 사회의 변화를 수렴하는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매우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과 CEO의 끝없는 욕망이 확산돼 지금 이런 문제를 일으킨 것입니다.

석가모니의 말에 '만족을 안다'는 게 있는데, 이런 겸손한 마음, 그리고 절도(節度)를 아는 마음이 지금 리더들에게 요구됩니다. 위에 선 사람, 즉 리더라는 것은 자기 희생을 보이지 않으면 안됩니다. 자기애(自己愛)가 강한 사람이 리더가 돼서는 안됩니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리더가 된 조직은 불행한 조직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에 대해서도 반대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물론 실적이 좋은 직원에게 상여금을 많이 주면 인센티브가 되겠죠. 그러나 문제는 항상 실적이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것입니다. 실적이 좋아 월급이 오를 때는 좋지만, 노력을 했는데도 실적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요? 월급이 올라 그에 맞게 생활해 왔는데, 실적이 나빠 갑자기 월급을 반으로 줄인다면 사람으로서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늦은 밤까지 열심히 일했는데도 경기가 나쁘다거나 시장이 좋지 않아 실적을 올릴 수 없다면 속상하겠죠. 그리고 성과급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 격차가 생기면 팀워크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입니다. 감정을 도외시한 성과주의는 좋지 않습니다.

다만 열심히 노력한 사람은 표창해서 명예를 줍니다. 또 개인의 월급을 갑자기 크게 올려주지는 못해도 전체적으로 회사의 실적이 좋아지면 자신의 상여금도 올라갑니다. 다시 말해 성과주의가 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고 모두가 열심히 해서 모두에게 귀속되는 것입니다. 자비의 마음이 바탕에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표창하는 정도로 보상이 될까요? 그것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해 돈을 많이 주는 다른 회사로 옮겨가지 않을까요?

"물론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죠. 다행히 우리 회사엔 그런 사람이 적습니다. 또한 저희도 회사에 이바지한 사람에게는 승진을 시켜준다든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보다 후한 대우를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비의 마음입니다. 자기애가 아니라 말입니다. 주위의 사람과 성과를 나누는 기쁨, 이것이야말로 질(質)이 다른 기쁨이고, 아름다운 기쁨입니다."

―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전세계적으로 구조조정의 바람이 일었습니다. 어려운 기업 환경 속에서 감원(減員)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불경기가 되면 매출이 줄고 적자가 되기 마련입니다. 매출은 줄어드는데도 고정비는 그대로이면 적자를 보게 되죠. 그리고 고정비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건비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에선 구조조정에 나서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저는 종업원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므로 어려울 때도 고용을 유지해 왔습니다.

교세라는 이를 위해 불황이 오래 이어지더라도 고용을 유지할 수 있게 늘 대비를 해왔습니다. 형편이 좋을 때 호강하고 돈을 다 써버리지는 않고 내부 유보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일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주주의 것이니 돈을 벌면 바로 주주에게 배당을 줘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기업은 주주의 것만이 아닙니다. 한번 입사한 사람이 회사를 신뢰하면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줘야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기업은 주주의 것만은 아니고 종업원이나 거래처, 소비자 등 폭넓은 이해관계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업이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주주만 잘해주는 것에서 벗어나 보다 넓게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인데,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결국은 기업이 번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이익을 주주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나누면 되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일본의 1960년대처럼 극심한 노사 분규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노사 화합이 가능할까요?

"자본주의하의 경영은 개인주의적 사고로 흐르기 쉽습니다. 가능하면 종업원을 싸게 부리면서 돈을 많이 벌어 경영자가 많은 이익을 차지하려는 것이죠. 일본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공산주의가 말하는 것처럼 '착취당하고 있다'는 사상이 생겨났죠. 저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기업이 경영자만 아니라 종업원의 이익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경영자가 자비의 마음을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이게 바탕에 있어야 경영자가 노조의 이해를 받아 노사 관계가 호전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한편 노조 사람들도 투쟁할 때 이런 것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즉 닭이 달걀을 많이 낳아야 하는데, 닭을 때리고만 있는 것이 아닌가 말입니다. '노사가 같이 닭을 키우자, 그래서 훌륭한 달걀을 많이 낳게 하자'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늘 이야기하는 공통적인 고민은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중소기업에 인재가 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중소기업 사장 본인 자신이 우수한 인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신보다 우수한 인재는 오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중소기업 시절에는 역시 중소기업에 맞는 인재밖에 모을 수 없는 법입니다. 그런데 우수한 인재를 모으지 않으면 회사가 잘 되지 않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중소기업에 맞는 인재라도 사장이 그들과 하나가 되어 같이 공부하면서 그들을 우수한 인재로 바꿔 나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발전시킨 경영자들이 모두 우수한 인재들이 있어서 대기업이 되었나 하면 그건 아닙니다."

―사람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즉 스스로 잘 타는 자연성(自燃性), 불에 가까이 대면 타는 가연성(可燃性), 그리고 불에 가까이 대도 타지 않는 불연성(不燃性)이 그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가연성이나 불연성인 직원을 자연성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저는 불연성인 사람은 상대로 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정열을 갖고 말하면 동조해 주는 가연성의 사람 이상은 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회사를 경영해 이런 훌륭한 회사로 만들고 싶고, 종업원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목표와 계획을 열정을 갖고 종업원에게 이야기하면 '아 사장님이 그런 생각이라면 나도…'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그렇게 이야기해도 '사장님이 말해도 그렇게 잘 되지는 않을 거야' 하는, 차갑고 정열이 없는 사람은 포기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내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불타고, 스스로 계획을 세워 개척해 나가는 자연성이 가장 좋겠습니다만…. 결국 스스로 하려는 의욕이 나고 강한 의지를 갖게끔, 종업원을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업에 자연성(自燃性) 종업원은 얼마나 될까요? 예를 들어 10% 정도라든지….

(모두 웃음) "글쎄요. 10% 정도라도 아주 잘된 경우가 아닐까요."

―훌륭한 직원으로 키우고 싶다면 엄하게 가르치라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불교에 대선(大善)과 소선(小善)이란 말이 있습니다. 대선(大善), 즉 큰 선(善)은 비정(非情)에 가깝지만, 소선(小善), 즉 작은 선(善)은 대악(大惡)을 낳습니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오냐 오냐'만 하면 불황기처럼 어려움이 닥칠 때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예를 들어 보겠다"면서 말을 이었다.

"예를 들어 자식이 너무 귀여워서 고생시키지 않고 '오냐 오냐'만 하면 아이는 잘못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필요할 때 엄하게 꾸지람을 하지 않으면 인내력도 없고 노력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이것이야말로 작은 선이 큰 악을 만든 것이죠.

그러나 자식을 키우는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즉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엄하게 꾸짖고 반드시 고치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정(非情)하고 차갑게 보일 정도지만, 자식을 훌륭한 사람으로 만드는 큰 선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입니다. 내가 항상 직원을 소중히 한다는 것은 응석을 다 받아주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1970년대에 태양광 발전 사업에 일찌감치 진출해 계속 적자를 보다가 최근에야 흑자를 보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한 이유는?

"1970년대 오일쇼크 때 저는 에너지 문제가 장차 인류에게 커다란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석유나 석탄 이런 화석연료가 언젠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따라서 고갈되지 않고 재생 가능한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세상에 확산됐고, 저도 그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세계적으로 몇 개 회사가 이런 에너지를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그 뒤 고생을 했는데, 그러면서도 앞날에 꼭 필요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도 어려움이 닥치면 포기하기 쉬운데, 그런 확신은 어디서 나옵니까? 30년이란 먼 미래의 일이 보이십니까?

"으음….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질문인데. (그는 한참 눈을 감고 고민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하늘의 계시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네요. 30년 전 하늘에서 떨어진 계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필사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열립니다. 제게는 종종 그런 계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소 엉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답변인데, 그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약간의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기술자 출신인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오랫동안 연구 개발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이 우주 어딘가에 '지혜의 창고'와 같은 장소가 있다는 것을 믿게 됐다. 무언가를 절실히 바라고 미치광이처럼 몰두하다 보면 그 지혜의 창고로부터 섬광처럼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찾아오곤 했다는 것이다. 그는 교토상을 제정해 세계적인 연구자들에게 시상하고 있는데, 그들 역시 그런 경험을 공통적으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많은 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 부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업 다각화에는 관련 사업에 진출하는 것과, 전혀 다른 사업에 진출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교세라의 경우 재결정 보석이나 의료용 세라믹재료, 절삭공구, 태양열 전지는 전자(前者)의 예가 되겠습니다만, KDDI의 경우는 후자(後者)에 해당합니다. 사업 다각화에 대한 철학을 말씀해 주십시오.

"우선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분야에서 창의력을 키워야 합니다. 저는 매일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늘 고민하라고 이야기합니다. 하루에 하나씩만 더 낫게, 더 잘하게 노력하면 1년만 지나면 큰 변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획기적인 신제품을 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 외에 손을 대는 것은 어느 정도 힘이 붙기 전에는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상당한 힘이 축적된다면 다른 분야에 진출해도 무방하겠죠.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는 안심하고 돌아갈 수 있는 성(城)부터 쌓아야 합니다."

그는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의 넷째 딸과 결혼한 일로도 유명하다. 부인을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물어봤다.

"대학을 졸업하고 교토의 한 중소기업에 입사해 연구실에서 화인세라믹스 연구를 담당하고 있었을 때입니다. 집사람은 저보다 2년 늦게 입사해 연구실 일을 도와주고 있었죠. 그때 저는 기숙사에서 생활했는데, 연구에 몰두하면서부터는 연구실에서 밥을 지어먹기 시작했습니다. 바쁠 때는 식사를 거르기 일쑤였죠. 그랬더니 집사람이 가엾다고 봤는지 도시락을 갖다 줬어요. 기쁘게 먹었죠."

―그렇다면 사랑을 먼저 표현한 것은 사모님이셨군요?

"그건 아닙니다. 사랑이 있어서가 아니라, 너무 불쌍해서 도시락을 갖다 준 것이었겠죠. (웃음) 지금도 그렇지만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은

日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
사재(私財) 출연해 일본의 노벨상 '교토상' 만들어

지난 2007년 일본스미토모(住友)생명보험은 전국의 기업체 사장 2만6000여명에게 가장 이상적인 경영자가 누구인가 물었다. 고인(故人)이 된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혼다 소이치로가 각각 1,2위에 올랐고, 3위가 바로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이었다. 현존 인물 중에선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청춘 시절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중학교 입시에서부터 낙방의 고배를 마셨고, 결핵에 걸렸다 간신히 나았다. 대학 시험은 1지망에 불합격했고, 고향의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업 시험에 번번이 낙방했다. 은사의 추천으로 중소기업에 입사는 했는데, 그 회사는 내일 당장 문을 닫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만큼 다 쓰러져 가는 회사였다.

그는 인생 역전(逆轉)의 비결을 "마음을 바꿔먹은 데서 출발했다"고 했다. '어떻게 해도 방법이 없다면 차라리 180도 마음을 바꾸어 일에 정성을 들이고 필사적으로 연구해 보자'는 마음을 먹게 됐습니다. 그 후부터 연구실에서 먹고 자는 날이 더 많을 정도로 필사적으로 실험에 열중했습니다. 그때 누적시킨 기술과 실적은 훗날 교세라를 일으키는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그는 27세 때인 1959년 300만엔을 빌려 목조 창고에서 교세라의 전신인 교토세라믹을 세운다. 교세라는 세라믹을 소재로 한 전자부품의 제조·판매를 전문으로 하는데, 세계 대형 전자메이커 중에서 교세라와 거래하지 않는 곳이 드물 정도이다. 휴대전화와 태양광 발전시스템도 만들며 주부들에게는 세라믹 칼로 유명하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공대 출신이지만, 경영 관리로도 명성을 쌓았다. '아메바 경영'으로 대표되는 분산형 조직과 투명하고 과학적인 회계 시스템이 그것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고문은 "재고 관리나 현금흐름은 교세라처럼 훌륭한 회사가 드물다"고 말하곤 했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1984년 미지의 분야인 통신시장에 진출, DDI(현 KDDI의 전신)를 창업해 공룡기업 NTT에 맞서는 일생일대의 도박을 벌이고 나섰고, 결국 성공한다.

그는 사재(私財) 200억엔을 출연, 일본의 노벨상으로 비유되는 '교토상'을 만들어 시상하고 있다. 그는 "회사는 세습해서는 안 된다"면서 65세이던 1997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2005년엔 교세라 이사직을 사임하면서 받은 퇴직금 6억엔을 몽땅 대학에 기부했다.

1983년 그의 경영철학을 전수하기 위해 세이와주쿠(盛和塾)가 설립됐는데, 회원이 5000명에 이른다. 요즘 그는 교세라에 매일 출근해 자문을 해주며, KDDI에도 최고 고문으로 주 2회 자문을 해준다. 이 밖에 사외이사와 고문을 맡고 있는 회사가 하나씩 더 있다고 그는 전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8/21/2009082101363.html

2009년 8월 19일 수요일

◆ Summer MBA / (7)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

아무리 우량업체라도 시너지 없으면 M&A 말라
규모의 경제ㆍ기술공유ㆍ사업위험분산 여부 점검
CEO의 잠재역량 발굴ㆍ조직통합 능력도 중요
◆ Summer MBA / (7)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

H건설 경영진은 최근 5조원에 K조선을 인수하라는 제안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K조선이 우량업체여서 탐나기는 하지만 건설사가 경험 없이 조선업에 진출하는 게 큰 모험으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지분 일부만 매입하는 방법도 생각해봤으나 K조선 브랜드 가치를 생각하면 인수를 택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H건설은 어떤 판단 근거를 갖고 인수ㆍ합병(M&A) 여부를 결정해야 기업 인수 후 위기에 빠지는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을까. 경영학에서는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역량을 효과적으로 묶는 `전사적 전략(corporate strategy)`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즉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사업다각화를 통한 위험 분산`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피인수 기업에 잠재된 역량을 발굴하고 이질적인 조직을 효과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창조적 능력도 M&A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 M&A 판단 `시너지 효과`에 맡겨라

= H건설이 K조선을 인수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우선 봐야 할 것이 시너지 효과다. M&A를 통해 한 회사로 거듭난 후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가 다른 비용이나 위험보다 더 큰지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른바 `비용(인수에 따른 위험 등)-편익(시너지 효과)` 분석인 셈이다.

시너지는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게 `규모의 경제`다. H건설은 K조선 인수로 기업 규모, 자원 동원력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규모의 이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커진 덩치 때문에 손실이 생기는 `규모의 손실`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규모가 커진 회사는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할 수 있고 경기 상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기술ㆍ자원 공유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범위의 경제`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가능하다. K조선이 보유한 해양구조물 기술은 H건설 해상 플랜트나 조력 발전에 활용될 수 있고 H건설 국외 영업력은 선박 수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두 회사 장점들이 특화를 하지 못하고 어중간한 상태로 남으면 시너지 효과는커녕 서로 짐이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사업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가 어느 정도 커다란지도 시너지 효과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건설사업이 갑자기 어려울 때 조선사업 쪽에 신세를 질 수도 있고, 특수 중장비를 조선소에서 직접 만들어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굳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큰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위험 관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M&A 매력은 떨어진다. 또 M&A를 통해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은 `문어발식 경영`으로 매도돼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소도 될 수 있다.

건설과 조선을 같이 하면서 얻는 시너지는 수익 확대와 원가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축소는 원가에 반영된다. 또 사업부 간 중복투자 절감, 유휴자산 매각은 자본투자 항목에 해당한다. H건설이 K조선을 인수하기 전 독자적 기업가치가 4조원이라고 가정할 때 K조선을 인수한 후 창출된 가치가 5조원 이상 된다면 H건설에 제안된 인수 가격은 타당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창조적 리더십에 시너지가 좌우된다

= 전사적 전략 연구자들은 M&A를 통해 사업 확장을 할 때 `핵심역량`을 강조한다. 잘 모르는 사업에 가능성만 믿고 덤벼들지 말라는 얘기다. 그만큼 시너지를 위한 철저한 사전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기업 비전과 목표, 운영 체제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핵심역량은 산업 고유의 생산기술을 넘어서 시장 개척 능력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는지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재무구조와 금리 조건은 기업가치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시너지를 만드는 것은 이 같은 표면적인 가치 이외 부문도 크게 작용한다. 바로 경영자 역량이다. 경영자는 남들이 모르는 K조선의 해상구조물 기술과 터빈 기술에 대한 가치를 찾아내는 안목과 이질적 기술진을 이끄는 안목이 필요하다. K조선에서 필요한 기술과 시설을 빼고 나머지는 다시 매각하거나 일부 지분을 남겨서 우호적 관계를 지속할 수도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 문제가 생길지, 협력 관계가 돈독해질지 역시 경영자 능력에 달려 있다.

M&A 방식 역시 경영자의 선택과 능력의 함수다. K조선을 인수했다고 무작정 H건설에 합병할 필요도 없다. 한 회사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시너지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무리한 통합으로 둘 다 위험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별개 회사로 두고 사업 협력을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K조선을 세계 유수 B제철과 합작으로 인수하면 어떨까? 이는 선박 건조에 필요한 철강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소재기술을 공유하기 때문에 유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합작한 철강회사는 K조선이 투자를 늘릴수록 이득이니 H건설과 이해가 엇갈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창조적 경영인의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은 그동안 우리 경제가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요소였다. 물론 시대가 변해 주주와 이해 관계자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CEO 독단으로 계열사 간 협력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먼저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한` 신뢰가 전사적 시너지 창출에 큰 힘이 됨은 부인할 수 없다.

■ 사업간 연관성 따라 전략모델 다르게

관련성 높을땐 핵심역량 공유…관련성 낮을땐 과감하게 정리

박찬희 교수가 중앙대학교 경영관에서 전사적 전략 이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전사적 전략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업 간 연관성을 객관적으로 검토해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에 따라 취해야 할 전략 모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업부 간 관련성이 높다면 핵심 역량을 이전하거나 핵심 활동을 공유해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특정 사업부가 보유한 기술과 지식을 이전하거나 공유하면서 다른 사업부 성장을 도모하는 방법이다. 또 특정한 활동을 중심으로 각 사업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시너지를 창출할 수도 있다. 서로 자본과 기술을 이용해 합자를 한다거나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실례로 신개념 디스플레이 AMOLED(유기능동발광다이오드)를 개발한 삼성SDI는 이 기술을 삼성전자와 공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AMOLED를 장착한 휴대전화를 선보이면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SDI 측에서 보면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성과를 올릴 수 있겠지만 삼성전자의 다른 장점과 결합했을 때 더욱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반대로 사업부 간 관련성이 없다면 과감한 정리나 역할 구분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은 최고경영자(CEO) 결단력이 크게 좌우한다. 부실 사업 부문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합리화를 꾀해야 한다. 유휴자산이나 시설 활용도 전사적인 관점에서 활용을 모색해야 한다.

인력 구조조정에는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해고는 퇴직금과 위로금은 물론 대체투자까지 필요한 고비용 처방이다. 남아 있는 직원들 사기 저하도 큰 문제다.

사업 간 포트폴리오 관리는 전사적 전략의 전형적인 모델이다. 과거 BCG(보스턴컨설팅그룹)가 개발한 매트릭스는 사업부 역할을 구분하고 그에 따라 기업 전체 자금이 활용되는 구조다.

성공을 거두고자 하는 모든 기업은 성장률과 시장점유율에서 차이가 있는 다양한 사업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고성장 사업은 성장을 위한 현금 투자를 필요로 한다.

반면 저성장 사업은 잉여 현금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에는 이러한 두 종류 사업 모두가 필요하다. 특히 기업에는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이 중요하다. 캐시카우는 수익 창출원, 즉 확실히 돈벌이가 되는 상품이나 사업을 의미한다. 시장성장률은 낮으나 현재 시장점유율이 높아 계속적으로 현금을 발생시키는 사업 부문이다.

GE 에너지 사업과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영체계 부문은 불황에도 꾸준히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이는 금융 부문과 온라인 사업 부문에서 입은 손실을 충당해 준다.

■ 전사적 전략(Corporate Strategy)

여러 개 사업부로 구성된 다각화된 기업을 대상으로 `가치 창출`이라는 경영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용하는 경영전략이다. 본사 차원에서 형성돼 최고경영자에 의해 결정된다. 전사적 전략은 여러 사업 부문을 어떻게 구성하고 그렇게 구성한 사업 부문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핵심 고려 사항이다.

■ He is…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우그룹(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비서실장)을 거쳐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전략경영을 기업과 정부 현실에 적용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가르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박사과정 재학 중 작성한 `Globali-zation of Daewoo:Case of Uz-Daewoo Auto`는 세계 유수 경영대학원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딜로이트 컨설팅 자문역과 우리홈쇼핑, SKC&C 등 사외이사로 활동했으며 중앙인사위원회, 국가비전2030 작업반, 녹색성장위원회 등에서도 전략경영 기법을 실천해 왔다. 한국경영학회를 통해 우리 기업 현장 사례를 발굴해 교육 현장에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정리 = 박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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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2 17:13:02 입력, 최종수정 2009.08.12 19:43:17

2009년 8월 17일 월요일

“휴대폰 요금 인하는 국가적 의제”

“휴대폰 요금 인하는 국가적 의제”

휴대폰 요금 논란이 무더위만큼이나 뜨겁다.

우리나라 인구의 96%인 4600만 명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고 각 가정은 지출의
5%를 통신비로 그 중 70%를 휴대폰 요금으로 지출하고 있다.

휴대전화 요금과 관련된 국민들의 의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93.3%가 휴대전화 요금이 비싸다고 답했다. 적정하다는 응답은 4.2%, 싸다는 응답은 0.6%....

민심이 괜히 민심이겠는가?

OECD 조사 결과와 각 종 통계자료를 분석해보면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은 비싼 것이 맞고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물론 이동통신사는 분석 방식과 적정성 등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동의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통신 요금이 내려간 것보다 외국의 요금이 더 내려갔기 때문이다. 외국은 1인당 평균 통화시간(MOU)이 늘어남에 따라 음성 통화요금(RPM)도 같은 폭으로 내리고 있는데 우리는 평균 통화 시간은 늘어나도 통화 요금은 내리지 않고 있는 것.

많이 쓰면 그만큼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 상도인데 동네 구멍가게도 아는 그 상도
를 우리의 이동통신사는 따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와 살림, 조금이라도 더 뛰고 일자리라도 조금 더 알아보려면 휴대폰사용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휴대폰 요금 무서워 전화도 마음대로 못하는 답답한 서민의 심정을 누가 알겠는가?

반면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출액 14조307억 원에 영업이익 1조7천524억원을 달성했다. 남긴 이익의 상당액이 주주 배당과 직원 성과급 등으로 나눠진 것으로 알려졌다.
3위 사업자인 LG텔레콤도 작년 매출 4조7천980억 원에 영업이익 3천790억 원을 실현했다.

그리고 대리점 보조금에 리베이트 비용 그리고 가입자 유치 위한 출혈 경쟁…일부에서 들리는 경품에 마이너스 유치까지. 이 같은 과다 경쟁에 투자된 비용만 지난 2분기 동안 무려 2조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사들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이처럼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또 마케팅에 자금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이유는 여전히 비싼 이동통신 요금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이동통신사들이 ‘10초 단위 요금제’로 연 수 천 억 원씩의 '낙전수입'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10초 단위 요금제에서는 11초를 통화해도 20초 요금을 받는다).

상황이 이러한데 온 국민의 93% 이상이 비싸다고 하는 휴대폰 요금을, 통계 산정방법과 부분적인 수치의 적정성을 문제 삼아 계속 그렇지 않다며 ‘물타기’ 식의 반박을 하는 것은 유치한 ‘말싸움’ 밖에는 안되 보인다. 정히 그렇다면 이동통신사, 방통위 그리고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이 참여하는 T/F를 만들어 우리 휴대폰 요금의 실상을 파악해보면 어떨까? T/F 활동 수 일 내 결론이 나올 일이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고 성숙되지 못한 기업은 맹목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시비하기 보다는 국가가 정한 시장의 ‘룰’과 ‘심판자’로서의 정부 당국의 역할을 더욱 엄정하게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온 국민의 관심사이고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도 한 휴대폰 요금 인하 관련 방통위와 공정위의 활동을 살펴보면 답답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일 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하나하나의 정책 유효성을 따지기 전에 휴대폰 요금 관련 서민의 억울함과 아픔을 과연 알고 있는지, 공복으로서의 ‘진정성’은 있는 것인지 한 사람 한 사람 붙잡고 물어보고 싶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이동통신 요금을 놓고 사실상의 독점과 담합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3개 대기업이 국민의 96%인 4600만여 명에게 고지서를 발부하고 요금을 걷어간다면 이는 '준 조세'와 다를 바 없으며 기업 수준의 ‘사적인 영역’이 아닌 국가가 관여해야 할 ‘공적인 영역’으로 보아야 한다. 3개 기업이 전부인 시장 아니 사실상 1개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의 자율과 경쟁에 맡길 일이 아니다.

따라서 방통위와 공정위는 산업육성이 우선이냐 제제가 우선이냐 하는 해묵은 공방보다는 시장의 공정성이 확보돼야 산업도 성장한다는 전제하에 휴대폰 요금 문제를 다루고 또 국가와 국민이 부여한 엄정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이동통신사도 지금까지의 안정적이고 독점적인 구도를 누려온 결과가 무엇인가 스스로 되물을 때가 된 듯 하다. 무선인터넷 산업은 그 폐쇄성으로 생태계 자체가 소멸되기 직전이고 또 수출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국내에서 수십 조의 매출을 올리고 수 조의 마케팅 비용을 쓰는 3개 이동통신사의 수출실적은 얼마인가?

비싼 휴대폰 요금으로 막대한 이윤을 담보하며 ‘이지 고잉(easy going)’하는 경영 방식은 이동통신사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세계최초로 통화연결음 서비스를 시작하고서도 특허권 하나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여 지금은 세계 공용 서비스가 되다시피한 통화연결음 서비스에 아무런 권리도 주장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어디에서 비롯되었겠는가?

이동통신사에는 우수한 인력들이 많다. 휴대폰 요금 내리지 않을 핑계를 찾는 데에 이 우수한 인력을 쓸 것이 아니라 제2의 통화연결음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여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달러를 벌어들여, 내릴 만큼의 휴대폰 요금은 당당히 내리는 것이 우리의 이동통신사다운 멋진 모습이 아니겠는가?

국내 이동통신 산업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국민과 서민의 희생을 강요하고 그를 정당화하는 요설을 늘어놓아서는 안된다. 그것은 도덕과 양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1인당 평균 통화시간(MOU)이 증가한 만큼의 음성 통화요금(RPM)은 내리자. 그것이 정부가 그리고 이동통신사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류지영 편집국장 기자 jyyu@kmobile.co.kr

2009년 8월 12일 수요일

◆ Summer MBA (6) ◆(계속)

작년 대우조선 인수전때 주가…두산↑ 한화↓
불참선언 두산↑…밀어붙인 한화↓
◆ Summer MBA (6) ◆

2008년 여름. 인수ㆍ합병(M&A) 시장 최대 대어로 불리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이 과열되고 있었다. 포스코와 두산 한화 GS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인수전에 대부분 참여했다.

2008년 8월 18일, 두산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은 0.28% 정도 소폭 하락했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했던 회사들과 그 계열사의 희비는 상당히 엇갈렸다. 인수 포기를 선언한 두산의 (주)두산두산건설,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은 적게는 1.6%, 많게는 7.5%까지 주가가 올랐다. 시장과 두산 주주들은 두산대우조선해양 인수 포기에 안도했다.

다른 회사들은 어땠을까. 포스코는 이날 주가가 1.53% 빠졌고 (주)GS 주가도 0.67% 정도 내려갔다. 문제는 한화였다. 두산의 이탈로 유력한 인수자로 부상한 한화는 (주)한화가 3.05%, 한화석유화학이 7.17%나 하락했다. 한화증권한화손해보험 주가도 각각 3.67%, 5.68%나 내려갔다.

이러한 주가 움직임은 `시장의 리액션`이다.

두산이 인수 포기를 선언하자마자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것은 두산대우조선해양 인수까지 밀어붙이면 안된다는 시장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이야기다.

M&A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흥분하고 기업도 요동친다. M&A를 냉철하게 판단하려면 이 변화를 침착하게 인지하고 대처하는 시장에만 귀를 기울이면 된다. 이러한 단순한 원칙을 무시하면 M&A는 결국 실패할 확률이 높다.

8월 18일 시장은 한화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극단적으로 보냈다. 당시 한화는 지배구조가 명확하지 않고 자금력도 풍부하지 않아 인수를 위해 엄청난 자금을 계열사에서 조달해야 할 것으로 평가됐다. 즉 한화의 주가 하락은 인수를 포기하라는 시장의 메시지인 것이다.

이후 한화는 한 차례 더 수렁에서 빠져나올 기회가 있었다.

세계 금융시장 붕괴의 시작으로 평가받는 9월 초 불거진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었다. 이로 인해 금융경색 현상이 심화됐고 자금줄이 막혔다.

자기자본으로만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수 없었던 한화는 이때 다시 한번 시장 메시지를 수용해야 했다. 그러나 한화는 입찰을 밀어붙였고 막대한 손해만 본 채 인수에 실패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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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1 17:09:36 입력

◆Summer MBA / (6)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 학장◆

"성공적 M&A 핵심은 이익보다 자본회전율"
투입 자본대비 이익률 높이는게 성공 관건
미래 수익만보고 무리한 차입 낭패 불러
◆Summer MBA / (6)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 학장◆

2007년 미국의 건설중장비업체 `밥캣` 인수에 성공하면서 공격적 인수ㆍ합병(M&A) 성공 사례로 부각된 두산그룹. 두산은 밥캣 인수 이후 과도한 차입금으로 인한 부담과 밥캣의 실적 악화 소식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며 어려움이 커졌다. 지난해에는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실망감까지 안겨주었다. 결국 두산은 지난 6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포함한 유동성 확보 방안을 발표하며 시장 신뢰 회복에 나서야만 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인수로 재계 선두권으로 도약한 금호아시아나그룹. M&A를 위한 무리한 차입금 확보는 최근 대우건설을 되파는 결정을 발표할 정도로 금호아시아나를 압박했다.

M&A를 둘러싼 형제간의 이견은 `형제의 난`으로까지 이어졌다. 금호아시아나의 향후 경영 방향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최근 들어 무리한 M&A의 병폐가 세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문제의 원인은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과도한 자금 차입이다. 또 투자효율성을 판단하면서 단순히 미래에 받을 수 있는 이익만 고려하고 자본회전율을 무시한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의 M&A는 단순히 매출과 영업이익만을 따져 시장점유율을 높이거나 기업의 덩치를 키우는 방향으로 많이 진행돼 왔다. 두산과 금호아시아나가 그랬고 M&A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사례도 비슷하다.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투자효율성 혹은 자본이익률을 따져야 한다. 이는 얼마만큼 투자했을 때 얼마만큼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지, 얼마만큼의 자본을 투입했을 때 얼마나 이익인지를 보는 지표다.

자본이익률은 매출총이익률과 자본회전율을 곱해서 나온다. 매출총이익은 총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개념이다.

즉 물건을 팔아서 얼마만큼의 이익이 실현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1000원어치 팔아서 10원을 남겼다`고 할 때 10원이 매출총이익이다. 매출총이익을 매출로 나누면 매출총이익률이 구해진다.

자본회전율은 자본의 이용효율, 즉 1년간 돈을 얼마나 회전시켰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사실상 자본이익률의 핵심이다. `1000원어치 팔아 10원 남긴다`는 사례를 다시 보자. 여기서는 단순히 매출총이익의 개념만 언급돼 있고 자본회전율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다. 1000원어치를 팔기 위해 얼마만큼의 자본이 투입됐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이다. 또 같은 자본을 여러 차례 회전시켜서 더 많은 매출과 이익을 남긴다는 개념도 빠져 있다.

이렇게 자본회전율이 무시될 경우 기업의 회계는 왜곡될 수 있다.

매출총이익이 많이 남는 회사라고 해도 자산이나 자본을 너무 많이 투자할 경우 금융비용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익률은 줄어든다.

즉 자본회전율을 생각하지 않고 이익이 남는 것만을 보게 되면 차입금을 과도하게 끌어오고 과잉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M&A의 가치를 평가할 때 단순히 이 회사의 매출이 얼마이고 수익성이 얼마이니 이를 인수해야겠다는 방식은 자본이익률의 한쪽 면만을 보는 경우다. 자본회전율을 고려해야 투입한 자본 대비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

기업의 위험관리(Risk Management)에서도 자본회전율이 핵심이 된다. 이는 적은 자본으로도 많은 매출을 일으키는 경영 시나리오 구성의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자본을 투입해 단기간에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은 실제로는 자본회전율이 낮아져 자본이익률은 되레 더 낮아지는 악순환의 반복을 겪고 있다. 여기에 고정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해 빚은 눈덩이처럼 늘어만 가는 기업도 많다. 과거 대기업들은 독과점 구조에 의거한 높은 영업마진으로, 혹은 부동산 특별이익으로 이 비용을 상쇄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자산과 자본의 투하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이를 토대로 한 이익률을 잘 관리하려면 기업은 근본적으로 관리회계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사업부문별로 손익계산서만 따로 만들 것이 아니라 대차대조표까지도 따로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는 계열사를 통한 자금조달과 이를 통한 그룹의 M&A 추진도 대차대조표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일어나는 하나의 예다. 실제로 사업부별로 대차대조표를 관리할 경우 한 곳에서 자금을 빼고 다른 곳에서 메우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 자본이익률과 자본회전율 

일정 자본을 투자했을 때 이익 또는 매출을 얼마만큼 냈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자본이익률은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을 매출로 나눠 계산하는 매출총이익률과 매출을 자본으로 나눈 자본회전율의 두 가지로 구성된다. 매출총이익률과 자본회전율을 곱하면 자본 대비 이익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자본이익률 지표를 구할 수 있다.

■ He is…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학 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은 연세대 상경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뉴욕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고 같은 곳에서 재무와 금융을 전공해 1984년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 취득 후 모교로 돌아온 박 교수는 1984년부터 현재까지 25년을 연세대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박 교수는 금융감독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한국선물학회장과 한국증권연구원장 등 다양한 금융단체에도 몸을 담았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 및 매각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으며 2008년부터는 ASFRC(Asian Shadow Financial Regulatory Committee) 회장과 서울특별시 금융도시자문단 단장,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며 사회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정리 = 박인혜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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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1 17:09:34 입력, 최종수정 2009.08.11 19:27:42

◆ Summer MBA / (5)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 ◆

고객정보 보관만 하면 下手…지갑을 열게 하라
메가박스 시간ㆍ요일별 요금 달리해 관객 늘려
세계 카지노지존 `해러스` 성수기 큰손順 예약받고 애호게임ㆍ식당 정보 계속 제공해 재방문 유도
◆ Summer MBA / (5)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 ◆

미국 라스베이거스 한복판에 있는 시저스 팰리스 호텔. 로마 양식으로 지어진 이 호텔은 4000석이 넘는 콜로세움 극장과 거대한 카지노, 라스베이거스 최고급 쇼핑몰인 포럼 숍으로 유명하다. 시저스 팰리스 호텔 주인은 미국 해러스엔터테인먼트(Harrah`s Entertainment). MGM미라지와 윈 등을 제친 세계 1위 카지노 사업자이자 호텔 체인이다.

최근 2~3년간 이어지고 있는 경기 불황은 카지노 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 세계 4개 대륙에서 53개 카지노를 운영하는 해러스도 불황 여파를 고스란히 맞았다. 하지만 경쟁자인 MGM미라지가 24%, 윈이 39% 이익 감소를 기록할 때 해러스는 이익 감소폭이 18%에 불과했다. 최근 경영학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수요매출관리(DRMㆍDemand and Revenue Management)` 기법을 적절히 활용한 덕택이다.

◆ 고객 DB를 실제 매출로 연결하라

= 수요매출관리는 고객 정보를 분석해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집단을 찾아낸 뒤 이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고객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관리하는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ㆍCRM)과 유사해 보이지만 수요매출관리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CRM이 고객 특성을 단순히 분석하는 것에 그친다면 DRM은 이익이 날 수 있도록 고객 수요를 창출해 수익성을 최대화하는 수요관리 기법인 것이다. 즉 다양한 시나리오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그 고객에게 맞는 가격 정보와 홍보 방법을 도출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미래 기업 수익을 예측하는 것이다.

해러스엔터테인먼트 수요매출관리를 자세히 살펴보자. 해러스가 운영하는 호텔 투숙객은 호텔 내에서 지갑이 필요 없다. 체크인 때 지급받은 카드로 카지노 게임과 식사, 쇼핑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 계산은 호텔을 떠날 때 한꺼번에 정산하면 된다.

해러스는 이를 통해 고객이 카지노와 쇼핑몰, 식당 등에서 얼마를 사용하는지 알 수 있다. 좋아하는 카지노 게임과 선호하는 식당에 대한 정보도 입력된다. 이를 통해 고객 가치를 분석하고 이들에게서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프로모션을 고안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해러스는 성수기에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 것이 아니라 호텔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는지를 기준으로 예약을 접수한다. A라는 고객이 지난번 투숙했을 때 카지노에서 돈을 많이 쓰고 쇼핑몰 이용금액도 많았다면 다른 사람 예약을 취소하고서라도 A고객 예약을 우선 접수한다. 또 A고객이 즐겼던 카지노 게임과 식당 등에 대한 정보를 우편과 전화 등으로 지속적으로 A고객에게 제공해 그가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매출관리는 서비스업인 호텔과 카지노에 꼭 필요한 기법이다. 호텔과 카지노는 투숙객이 많건 적건 간에 똑같은 인원이 투입돼 운영되어야 한다. 성수기에는 이익을 많이 올려주는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호텔에 도움이 된다. 또 비수기에는 한 명이라도 고객이 더 들어오는 것이 호텔로서는 이익이다.

◆ DRM은 제조원가도 낮춘다

= 수요매출관리는 이처럼 △현재와 미래 고객 수요 예측과 수요 창출 △매출ㆍ이익 최적화를 위한 판매ㆍ공급 사슬 구성 △고객군마다 세세한 최적 가격 설정으로 단가ㆍ판매량 최적화와 수요 조절 등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수요매출관리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극장이다. 극장은 주말에는 평일에 비해 관객이 2~3배 몰리지만 평일에는 관객 수가 주말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든다. 또 조조와 심야시간대에는 관객이 적다. 관객 수에 관계없이 똑같이 영화를 상영해야 하는 극장으로서는 고객을 분산시킬 필요성이 강하다.

이를 위해 메가박스는 국내 영화관 가운데 최초로 시간별ㆍ요일별로 가격을 다르게 책정했다. 수요가 적은 요일과 시간대에는 요금을 낮추고 반대로 수요가 몰리는 주말에는 요금을 올렸다. 이러한 메가박스 전략은 피크타임에 집중되던 관객 수요를 분산시켜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윈저와 조니워커를 판매하는 다국적 주류 회사인 디아지오도 수요매출관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기업이다. 스카치 위스키는 오랜 시간 숙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2년산과 17년산 위스키는 12년 후, 17년 후 수요를 예측해서 현재 얼마를 생산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아지오가 사용한 것은 `글로벌 분류 모델`을 이용한 사전 대처적인 수요 창출과 형성이다. 브랜드 매니저가 소비자 소비패턴 구분과 각 시장에 대한 수익 기회 분석을 통해 미래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현재 위스키 숙성량을 결정한다.

◆ 돈되는 고객서 최고수익 내라

= 수요매출관리(DRM)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서비스 사이언스 중 한 분야다. 서비스 사이언스는 서비스 주도 경제가 요구하는 기술과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경영학, 컴퓨터공학, 산업공학, 사회과학, 법과학 등 학문을 응용해 서비스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새로운 학문 영역이다.

서비스 사이언스의 목적은 기업에 막연하게 자리 잡고 있는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서비스를 과학의 한 분야로 본다. 이를 통해 서비스와 연관된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를 개발하고 측정하는 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과 방법론을 적용한다.

수요매출관리도 서비스 산업 수요를 관리하는 컨셉트에서 시작됐다. 단순한 수요 예측에서 수요 창조 개념을 넘어 `돈이 되는 고객 수요를 관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단순히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수요를 관리하는 것이다.

수요매출관리를 위해서는 수요 창출에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은 고객 집단은 누구이며, 이 집단의 행동 패턴이 어떠한지, 어떠한 방법으로 이 집단이 구매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이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적정 가격은 어느 수준인지 등을 분석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즉 고객 전체 시장을 유의미한 기준으로 잘개 쪼개어 어떤 시장을 대상으로 어떤 프로모션과 가격 정책을 써야 하는지를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 단순히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철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수요매출관리를 위해서는 시장분석 기법이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이고 실제로 금융회사나 카드회사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RFM(RecencyㆍFrequencyㆍMonetary) 기법이 있다.

RFM 기법은 고객이 미래에 구매하는 행위를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 구매 내용이라고 가정한다. 각 고객에 대한 RㆍFㆍM을 계산한 후 이를 바탕으로 고객군을 정의한 뒤 각 고객군의 응답 확률과 메일 발송 비용을 고려해 이익을 주는 고객군에게만 메일을 발송하는 것이다.

클러스터링 기법도 많이 사용된다.

이는 높은 잠재력을 지닌 유망 고객 집단을 찾아내는 것이 주요 목표다. 같은 집단에 속한 고객은 동질성을 지닌다는 점에 착안했다. 고객을 집단으로 분류한 뒤 커트라인보다 점수가 높은 집단을 선택해 이들을 중심으로 집중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다.

■ DRM은

수요매출관리로 불리는 DRM(Demand and Revenue Management)은 수요 관리에 고객 정보를 반영해 최고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수요를 창출하는 수요관리 기법이다. 다양한 시나리오와 과거 고객 데이터 분석이 핵심이다. 가격 변경이나 프로모션 등에 대한 시장 반응은 복잡하고 또 고객에 대한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복잡한 시스템 체계를 수학적으로 모델화하고 시장 흐름을 시각화한다.

■ He is…

김수욱 서울대 교수(45)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생산관리ㆍMIS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어 2003년에는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생산관리를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서울대 MBA(경영전문대학원)에서 `생산서비스 운영관리`를 강의하면서 강의평가에서 98점으로 한국인 교수 가운데 최고 점수를 받기도 했다. 수강생 19명 중에서 17명이 김 교수 강의를 100점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2007년 정년보장(테뉴어) 심사를 미리 받을 정도로 뛰어난 연구실적을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정부투자기관ㆍ기관장 경영평가위원, 교육과학기술부 정부출연기관 기관평가위원 등 외부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정리 = 이승훈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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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8일 토요일

SK컴즈 검색광고 덕분에 적자 줄었다

SK컴즈 검색광고 덕분에 적자 줄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가 올해 2분기 검색광고 매출 증가로 영업 적자 규모를 16억원대로 대폭 줄였다.

SK컴즈는 올 2분기 매출액 50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3% 줄어들었다.

하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6억원과 33억원을 기록해 1분기(영업손실 53억원, 당기순손실 67억원)에 비해 적자 규모가 확 줄었다. 회사 측은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은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진행된 교육사업부문 분사로 인해 매출이 20억원가량 줄었기 때문"이라며 "이외 사업부문의 외형 자체가 감소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적자 성적표는 검색 포털 엠파스를 인수한 2007년 이후 줄곧 이어지고 있다.

기존 주력인 싸이월드는 아직도 매출과 수익성 면에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지만 엠파스의 검색서비스 관련 인력 유지와 기술개발 비용이 늘어나면서 전체 영업이익이 손실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돈 먹는 하마`로 평가받던 검색 분야에서 올 2분기부터 의미 있는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네이트 등을 통한 디스플레이 광고는 전기 대비 17% 성장했고, 검색광고도 매출 61억원을 올려 전기 대비 16% 늘었다.

회사 측은 "대내외 환경이 지금처럼 유지된다면 올 4분기부터는 소폭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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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7 15:14:41 입력, 최종수정 2009.08.07 19:16:16

AM OLED TV 경쟁…뛰는 소니 위에 나는 삼성

AM OLED TV 경쟁…뛰는 소니 위에 나는 삼성

TV 기술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빛의 TV’라는 별칭으로 등장한 발광다이오드(LED) 후면광원(BLU) LCD TV에 이어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잠깐용어 참조)가 또 한번 TV의 무한 진화를 예고하고 있다. LCD 패널은 자체 발광하지 않는 탓에 반드시 BLU가 있어야 한다. LED BLU TV만 해도 종전에 주로 사용하던 냉음극형광램프(CCFL) 대신 LED를 광원으로 사용했을 뿐, 여전히 LCD TV다.

하지만 AM OLED TV는 이런 BLU가 필요 없다. 때문에 LCD TV에 비해 초슬림화가 가능하고 소비전력도 크게 낮출 수 있다. 특히 화질은 기존 평판 디스플레이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AM OLED의 응답 속도는 마이크로초(μs) 수준으로 LCD의 밀리초(ms) 단위보다 천 배 이상 빠르다. 어두운 상태에서는 밝기를 최소화할 수 있고, 태양광이 비춰지는 외부 환경에서도 화소마다 휘도와 명암비를 역동적으로 구현함으로써 선명한 화질을 보여준다. 향후 대면적 패널 양산 기술이 성공하면 가격 경쟁력도 월등해질 것으로 보인다.

LCD의 경우 대면적 패널로 갈수록 BLU와 컬러필터 등 재료비 비중이 커지지만, AM OLED는 이 같은 재료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 AM OLED가 지닌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얇은 패널을 구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차세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대안으로도 AM OLED가 환영받는 이유다.

디스플레이 종주국 일본, 대규모 AM OLED 프로젝트 진행

우선 AM OLED TV를 가장 먼저 출시하며 기술 리더십을 자랑한 곳은 일본 소니다. 소니는 익히 TV 세트 제조업체로 알려져 있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AM OLED 분야에서는 패널까지 자체 개발·생산한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 2007년 말 28㎝(11인치)와 69㎝(27인치) AM OLED 패널을 개발한 뒤 지난해에는 28㎝ AM OLED TV를 세계 최초로 시판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일본에 이어 유럽 시장에도 28㎝ AM OLED TV를 출시했고, 올 들어서는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소니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09’ 전시회에서 선보인 대표작은 두께 3㎜에 불과한 초슬림 28㎝ AM OLED TV ‘XEL-1’.

이 제품의 해상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 960×540(QHD급), 명암비는 무려 100만 대 1 이상의 제품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AM OLED 특성을 살려 선명한 화면과 넓은 시야각을 지녔으며, 얇고 가벼운 것이 장점이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출시 초기 약 20만엔으로 초고가 수준이었으며, 지금까지도 많아야 월 1000대 정도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소니가 28㎝(11인치) AM OLED TV를 내놓기는 했지만 아직 대량 시판용 제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소니를 필두로 디스플레이 종주국인 일본에서는 차세대 대면적 AM OLED TV 개발을 위해 민관 공동의 대규모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소니와 샤프·도시바 등 10개 기업과 일본 국립과학기술연구소가 참가하는 이 프로젝트는 오는 2015년까지 102㎝(40인치) 이상 대면적 AM OLED TV용 패널 양산을 목표로, 총 35억엔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중국도 양안관계를 축으로 한 ‘차이완’ 파워를 앞세워 AM OLED시장을 서서히 넘보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에 거점을 둔 존시안테크놀러지사는 중국에서 처음 올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AM OLED 패널 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장기적으로는 66㎝(26인치) 패널을 양산할 수 있는 5세대급 AM OLED 패널 라인은 물론, 더 큰 대형 TV용 패널을 만들 수 있는 8세대 라인도 짓겠다는 계획이다.

국외 업체보다 기술력 앞선 삼성…LG는 대응 더뎌

LCD·PDP 등 현재 주류 디스플레이시장을 석권한 위상에 걸맞게 우리나라는 AM OLED 양산 경쟁력에서는 국외 업체들보다 한참 앞서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록 원천기술은 늦었지만 양산 경쟁에서는 앞섰던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SDI와 삼성전자의 중소형 LCD와 AM OLED 사업을 합쳐 출범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가장 앞선 대표주자.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지난 2001년 6월 AM OLED 패널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지난 2004년 5월에는 세계 최대 크기인 43㎝(17인치) TV용 AM OLED 패널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개발한 43㎝ 패널은 1600×1200(UXGA)급 해상도에 휘도의 균일성을 일반 AM OLED보다 배 이상 향상시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지난 2007년 말에는 79㎝(31인치) TV용 대형 AM OLED 패널을 개발하면서 역시 세계 최대·최초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때 개발된 제품은 당시까지 발표된 AM OLED TV용 패널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0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FPD 인터내셔널 2008’ 전시회에서 AM OLED의 한계로 여겨졌던 102㎝(40인치)대의 벽을 넘어섰다. 당시 선보인 102㎝ AM OLED 패널은 TV의 총 두께가 8.9㎜에 불과했다.

지난해 삼성이 선보인 102cm(40인치) AM OLED TV.
삼성의 발 빠른 행보에 비해 LG는 AM OLED 분야에서 적어도 지금까지는 다소 더딘 모습이다. 지난 수년간 OLED 사업 조직이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를 오가며 집중적인 연구개발을 놓친 탓이다. 하지만 지난 2007년 LG디스플레이가 LG전자로부터 OLED 사업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경쟁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OLED사업부를 공식 출범시킨 뒤 총 1000억원의 설비 투자를 통해 3.5세대급 AM OLED 라인을 내년 초 양산 가동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최근 연구개발 성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와 공동으로 올 초 ‘CES 2009’ 전시회에서 38㎝(15인치) AM OLED TV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단위당 밝기가 편광판 사용 시 200cd/m², 최대 400cd/m²로 역시 최고 명암비인 100만 대 1의 화질을 구현했다. 이어 오는 2011년까지는 81㎝(32인치) TV용 AM OLED 패널을 개발한다는 게 장기적인 목표다. 특히 당분간 LG디스플레이가 집중하는 일은 AM OLED 관련 원천기술 확보다. LG디스플레이는 AM OLED 특허를 다수 보유한 미국 이스트만코닥과 기술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 들어서는 핵심 재료업체인 일본 이데미츠코산과도 상호 특허 공유 계약을 맺었다.

낮은 수율, 양산기술은 걸음마 단계

이처럼 국내외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들이 AM OLED TV 상업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빠른 시일 안에 시장이 열리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 현재 세계적으로도 대면적 AM OLED 패널을 양산할 수 있는 생산기술이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이다. 지금 양산기술로는 25㎝(10인치) 이상 대형 AM OLED 패널의 경우 수율이 30%에도 못 미친다. 10장의 패널을 찍어내면 7장 이상을 버린다는 얘기다. 수율 100%를 오가는 LCD와는 생산원가 측면에서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것이다. 삼성이나 LG 모두 아직 시판용 AM OLED TV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반면 5~8㎝(2∼3인치)대 소형 제품의 경우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수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AM OLED 패널시장이 대부분 프리미엄급 휴대전화에 집중되는 이유다. 최근 선보인 삼성전자의 프로젝터폰(햅틱빔), 옴니아2, 젯트와 LG전자의 프랭클린플래너, 스톰 등이 AM OLED 패널이 탑재된 대표적 휴대전화들이다.

여기다 LCD가 전 세계 디스플레이시장을 독식하는 가운데 꾸준히 기술적인 단점을 개선하고 있는 것도 AM OLED TV시장 개장을 늦추고 있는 요인이다. 그렇다고 AM OLED TV시장이 아주 먼 미래의 일은 아니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AM OLED TV시장은 오는 2015년께면 19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맘때 전체 AM OLED시장 규모는 70억달러 수준. 향후 몇 년 안에는 전체 AM OLED시장의 성장세를 TV가 견인하며 ‘꿈의 디스플레이’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잠깐용어 AM OLED

Active Matrix Organic Light Emitting Diodes의 약자로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라는 뜻이다. 형광 또는 인광 유기물 박막에 전류를 흘리면 전자와 정공이 유기물층에서 결합하면서 빛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한 자체 발광형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서한 전자신문 기자 hseo@etnews.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18호(09.08.12일자) 기사입니다]

AM OLED

Active Matrix Organic Light Emitting Diodes의 약자로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라는 뜻이다. 형광 또는 인광 유기물 박막에 전류를 흘리면 전자와 정공이 유기물층에서 결합하면서 빛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한 자체 발광형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Summer MBA / (4)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물건값 내려 불황극복? 차라리 덤 주는게 낫다
원가절감 한계로 매출 같을땐 제값 받는게 더 이득
美 델타항공 등 요금인하 대신 운항편수 줄여 대응
◆Summer MBA / (4)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김 사장과 박 사장은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라이벌 관계다. 이들은 불황으로 제품 판매가 줄자 똑같은 고민에 빠졌다. 매출이 줄면서 직원들을 추가로 해고해야 하는지도 고민거리다. 해결책을 찾던 두 사람은 매출액을 다시 원상복구하기 위해 서로 다른 선택에 이르게 됐다. 김 사장은 제품 가격을 낮추기로 결정한 반면 박 사장은 덤으로 제품을 얹어주는 방식을 택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 원가 절감의 한계 가격 방어로 대응하라

= 불황 이전까지 두 사람이 개당 가격 100원, 단위원가 60원인 제품을 4개 판매했던 상황부터 살펴보자. 이때 마진은 매출액 400원에서 원가 240원을 뺀 160원이다.

가격을 20% 할인해 판매하는 방법을 쓴 김 사장은 제품 4개를 팔았을 때 매출액 320원, 원가 240원으로 마진을 80원 올리게 됐다.

끼워 팔기에 나선 박 사장은 어땠을까. 그는 고객들이 제품 4개를 사면 1개를 덤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소비자로서는 제품 5개를 총 400원에 구매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1개 가격이 80원으로 떨어진다. 가격 할인율은 20%로 똑같다는 얘기다.

박 사장은 매출액 400원, 원가 300원으로 마진 100원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인 가격 할인율은 20%로 동일하지만 가격을 방어한 것이 기업으로서는 더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결국 박 사장은 끼워 팔기 방식을 적용해 고객 발걸음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반면 김 사장은 마진율이 더 많이 떨어지면서 불황을 버텨내기가 힘들어졌다.

불황기에 기업들이 `가격 방어`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업 매출은 다시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고객 구매력이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은 아니다.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가진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고 돈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첫 번째로 지켜야 할 원칙은 가격을 방어하는 것이다. 카드사나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제도를 운용하고, 요즘 소비재 기업들이 너도나도 `덤 마케팅`에 나서는 데는 나름대로 이론적 배경이 깔려 있는 셈이다.

그럼 원가 절감보다 가격 방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위해 기업 이익창출 변수(profit-driver)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든 기업에 해당되는 공식인 `이익=가격×판매량-원가` 법칙에 따르면 기업 이익을 결정하는 변수는 가격, 판매량, 원가 등 세 가지다.

기업은 세 가지 변수를 모두 활용해 불황에 대처해야 하지만 매출이 30~40% 이상 큰 폭으로 하락할 때는 원가 절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원가를 매출이 하락하는 비율만큼 줄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원가 절감에 힘쓴 나머지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면 핵심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원가 절감으로 부족하다면 가격을 내려 판매량을 늘리거나 판매량 감소를 감수하면서 가격을 지켜야 한다.

이때 가격 인하보다는 물량 감소를 수용하는 전략으로 맞서며 `가격 방어` 전략을 펼치는 것이 불황 극복에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이 제품 가격 100원, 판매량 100개, 단위원가 60원으로 평소 마진 4000원을 거둔다고 하자.

이 기업이 가격을 10% 인하하면 총마진은 3000원으로 25%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가격을 고수해 판매량이 90개로 감소한다면 매출은 9000원, 총원가는 5400원으로 마진은 3600원이 된다. 이때 마진 감소폭은 10%에 그친다.

◆ 소비자와 경쟁자 심리를 파악하라

유필화 성균관대 교수가 연구실에서 학생들에게 `가격 방어` 전략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이는 소비자의 상반된 `가격탄력성`과 관련이 깊다. 소비자는 제품 가격이 오를 때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내릴 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가격을 내려도 판매 물량에 크게 차이가 없다면 가격을 지키고 물량 감소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미국 델타항공이나 아메리칸항공이 최근 항공료 인하가 아니라 운항 편수를 줄이는 쪽을 택한 것도 불황을 `물량 감소`로 대응하고 있는 사례다.

한걸음 더 나아가 업계 전체가 공급량을 줄이도록 노력하는 방법도 있다. 선도 기업이 시장에 공급 물량을 줄일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그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다.

전 세계 철강업체가 작년 말 경기 불황을 맞아 일제히 감산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철강 가격은 감산에 따른 재고 소진으로 가격이 바닥을 치고 상승하는 상태다. 그러나 정보 공유가 안되거나 신뢰가 부족하다면 특정 기업이 먼저 가격을 낮추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최악에는 업계 전체가 불황 속에서 출혈 경쟁에 빠져들게 된다. 따라서 개별 기업이 `배신`을 할 것에 대비해 `팃 포 탯(Tit for Tatㆍ상대가 협조하면 협조로, 배신하면 배신으로 대응)` 전략을 평소 구사할 필요가 있다.

◆ 가격부담 큰 상품 `보증`으로 믿음줘라

현대자동차는 최근 글로벌 시장점유율 5%를 돌파했다. 특히 2분기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34%, 영업이익은 327% 증가하며 불황을 무색하게 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공격적 마케팅이 적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초부터 미국 시장에서 펼친 `불확실한 시간의 확실성`이라는 캠페인도 효과 만점이었다. 새 고객이 자동차를 할부로 구입한 뒤 실직하면 구직 기간 3개월 동안 현대차가 할부금을 대신 내주는 방식이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자동차를 돌려주면 그만이다. 현대차의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은 `보증`을 통해 고객이 느끼는 공포와 위험을 줄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은 세 가지 원칙에 적합해야 한다. 첫째, 효과가 나타나는 속도가 빨라야 한다. 둘째, 빨리 실천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기업 유동성에 악영향을 주면 안된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시장 개척, 인수ㆍ합병(M&A), 수직적 통합 등은 불황 극복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다.

이에 비해 `가격 방어` 전략은 세 가지 변수를 모두 충족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불황을 맞아 영업력을 강화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을 보유한 구글은 최근 400명에 가까운 인력을 감축했지만 영업 인력은 오히려 100여 명 늘리기로 했다. 더 많은 사람이 영업을 할수록 매출은 늘어난다는 단순한 진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사무직원을 영업 현장에 배치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도 있다. 우수 영업사원의 노하우를 모든 직원이 공유하고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불황기에 기업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연구개발(R&D) 인력을 대규모로 해고하는 것은 금물이다. 기업이 보유한 핵심 자산인 연구 인력을 감원하는 것은 회사의 경쟁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동이다.

■ He is…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교수(56)는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스쿨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부터 성균관대에서 마케팅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SKK GSB의 대외활동 담당 부학장을 맡고 있다.

성균관대에 부임하기 전인 1986년 독일 빌레벨트대에서 강의했고, 1994~95년에는 일본 게이오대 비즈니스스쿨에서, 2001과 2002년에는 서울대에서 초빙교수로 활동했다. 2005년부터 2년간 한국마케팅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교보생명과 제일기획 등 대기업 사외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시집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를 발표한 시인이기도 하다.

[정리 =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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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1일 토요일

키코 [KIKO]

요약
환율이 일점 범위 안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을 팔 수 있도록 한 파생금융상품.
 
 
본문
녹인 녹아웃(Knock-In, Knock-Out)의 영문 첫글자에서 따온 말로서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 상품이다. 약정환율과 변동의 상한(Knock-In) 및 하한(Knock-Out)을 정해놓고 환율이 일정한 구간 안에서 변동한다면 약정환율을 적용받는 대신, 하한 이하로 떨어지면 계약을 무효로 하고, 상한 이상으로 올라가면 약정액의 1~2배를 약정환율에 매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약정액 100만 달러를 1달러당 약정환율 1000원, 하한 950원, 상한 1050원으로 정하여 은행과 계약하였을 때, 환율이 970원으로 내려가더라도 약정환율 1000원을 적용받아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상한인 1050원 이하로 오르면 실제환율로 매도하여 이익을 얻는다. 이처럼 환율이 하한과 상한 사이에서만 변동한다면 환차손을 줄이고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환율이 하한 이하로 내려가면 계약이 무효가 되어 환손실을 그대로 감수해야 하고, 상한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에는 더 큰 손실을 입는다. 보통 상한 이상으로 오를 경우 약정금액의 2배 이상을 팔아야 한다는 옵션이 붙기 때문에 손해가 더욱 커진다. 2배의 옵션인 경우, 약정액 100만 달러 외에 100만 달러를 오른 환율로 매입하여 은행에 매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환율이 하한과 상한 사이에서 변동한다면 기업에게 유리한 상품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하여 손실의 위험성이 훨씬 크다. 2008년 한국에서 환율이 급등하였을 때, 은행과 키코 계약을 맺은 중소기업들이 큰 손실을 보았으며, 견실한 중견기업체가 환차손으로 흑자도산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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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MBA / (3)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

기업가치? 이젠 영업이익 말고 EVA를 봐라
영업이익서 법인세ㆍ이자ㆍ자본비용 뺀 금액 EVA가 마이너스라면 사업 접으라는 의미
◆ Summer MBA / (3)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

글로벌 경제위기가 최악 상황을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기업들에는 구조조정이라는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경영자들은 어느 사업이 존재가치가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불황을 이유로 임금을 깎거나 동결했다면 실적이 좋아진 뒤 노조와 갈등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EVA(Economic Value Addedㆍ경제적 부가가치)는 경영 판단 기준으로 매우 유용한 지표다.

제조업체인 A사를 예로 EVA가 뭔지부터 살펴보자. A사 자본은 4조원, 부채도 4조원이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액 2조원에 영업이익 8000억원을 올렸다. 채권단 측에서 빌린 이자비용과 세금을 제외하니 순이익은 3360억원. 밤낮 없이 일한 직원들은 "이익을 많이 냈으니 임금을 인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경영진 측 대답은 `노(No)!`였다. EVA를 고려하면 남는 돈이 없다는 것이다.

◆ EVA가 0보다 작으면 문 닫아라

= 기업가치를 논할 때 일반적인 기준은 영업이익이다. 이에 따라 좋은 기업인지 아닌지, 투자가치가 있는지 아닌지를 평가하곤 한다.

영업이익은 크게 채권자 몫인 이자비용, 정부 몫인 세금, 그리고 주주 몫인 순이익으로 구성된다. A사가 이자율 8%에 부채 4조원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자비용으로 채권단에 돌아갈 금액은 3200억원. 따라서 세전이익은 4800억원이 된다. 여기에 법인세를 30% 납입했다고 가정하면 정부 몫으로 1440억원이 돌아간다. 나머지 순이익 3360억원은 주주 몫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주주 몫인 순이익 3360억원은 과연 충분한 것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주주들은 항상 이자율보다 더 높은 수익을 원한다. 리스크에 따른 기회비용 때문이다. A사 자본은 4조원이고 주주들이 기대하는 최소 수익 수준을 이자율(8%)보다 높은 10%라고 가정하면 4000억원이 주주 몫이어야 한다.

따라서 주주 관점에서 순이익 3360억원은 기대 수익보다 640억원 모자란 수치다. 따라서 A사 경영진은 직원들 요구에 대해 단호히 `노`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은 남은 이익을 나누자는 직원들 요구를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그 대신 "EVA가 플러스니 이익을 나눠 달라"고 요구한다면 훨씬 설득력 있는 주장이 된다. EVA가 플러스라는 것은 주주들이 기회비용을 초과해 수익을 얻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인 EVA 신봉자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꼽힌다. 그는 "EVA가 마이너스라면 회사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 포스코 등 다른 대기업들 또한 EVA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 현금이 최고…EBITDA를 높여라

서윤석 교수가 이화여대 경영대학 신세계관에서 기자에게 EVA의 함의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화이트보드 내용은 서 교수의 친필 강의 노트. <김호영 기자>
= 지난해 한때 두산그룹에서 불거졌던 유동성 논란의 중심에는 49억달러를 들여 인수했던 미국 밥캣이 자리잡고 있다. 경기침체로 건설장비 업체인 밥캣 실적이 좋지 않자 인수 때 29억달러를 빌려준 채권단과 맺은 채무약정을 지키지 못할 것이란 염려가 증폭됐기 때문이다.

당시 두산은 `부채/EBITDA`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밥캣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약정을 채권단과 체결했다. 그러나 밥캣 EBITDA가 떨어지자 두산이 투입해야 할 자금이 늘어난 것이다.

EBITDA가 무엇이기에 채권단은 기업 존속가치를 가늠할 판단기준으로 삼았을까. EBITDA는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이익(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이다.

쉽게 말해 기업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실질 현금을 의미한다. 따라서 EBITDA는 기업 인수ㆍ합병(M&A) 등에서 실제 가치를 평가하고 기업 수익창출 능력을 비교하는 데 활용된다.

EBIT(Earnings Before Interest and Taxㆍ이자, 세전 이익)에 비용으로 차감했던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를 더해 구한 값이다. A기업 사례에서 `감가상각비+무형자산상각비`가 500억원이라고 하면 A사 EBITDA는 8500억원이다. 여기에 A사가 속한 산업의 평균, A사 성장성 등을 반영한 `EV(기업가치)/EBITDA`가 10배라고 가정하면 A사 기업가치는 8조5000억원이 된다.

EBITDA에 근거한 기업가치에서 부채 4조원을 제외한 4조5000억원이 주주가치다. 만약 A회사가 상장회사이고 시가총액이 5조원이라면 A사는 주식시장에서 5000억원 고평가된 셈이다. 따라서 채권단의 관심은 실질 현금을 의미하는 EBITDA에 있을 수밖에 없다. 두산이 추가 자금을 투입해 부채를 줄일 수 없다면 다른 선택은 없다. 어떻게 해서든 밥캣 EBITDA를 높여야 하는 것이다.

■ 기업 구조조정, 재무제표 맹신은 금물…브랜드 파워등 기업가치 꼼꼼히 따져본후 칼대야

2009년 여름 한국 기업들은 `구조조정`이라는 괴물과 한바탕 전투를 벌이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계 정보가 차지하는 역할은 절대적이다. 재무제표상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이 존재한다. 재무회계식의 획일적인 사고로는 엉뚱한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사가 a, b, c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각각의 사업은 1000억원, 600억원, 4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고 각각의 공헌이익은 200억원, 290억원, 300억원이었다. 그런데 A사 자체에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500억원이다.

이를 매출액 비율에 따라 a, b, c사업에 부담시켰다면 이 비용을 각각의 이익에서 250억원, 150억원, 100억원씩 차감해야 한다. 이 경우 각 사업 부문의 최종 영업이익은 -50억원, 140억원, 200억원을 기록하게 된다. a사업은 5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구조조정 대상 1순위로 꼽힌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A사가 a사업을 정리하고 나면 b, c사업만 남는다. 이때 고정비 500억원은 b, c사업이 나눠 맡을 수밖에 없다. 다시 매출액 비율에 따라 배분하면 각각 300억원, 200억원을 차감하게 돼 영업이익은 b사업의 경우 10억원 적자, c사업은 100억원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 이 경우 b사업을 또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

b사업을 정리한다면 A사의 고정비는 c사업에서 모두 감당해야 한다. 결국 A사는 c사업도 할 필요가 없다.

얼핏 보면 어리석은 경영방식 같지만 이는 미국의 한 회사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례다. 이를 `죽음의 순환(Death Spiral)`이라고 부른다. `죽음의 순환`은 고정비를 무조건 사업별로 100% 배분해야 한다는 재무회계적 사고방식이 야기한 결과다. 이러한 사고방식에 따르면 신규 사업을 시작하면 기존 사업이 부담하던 공통비를 나눌 수 있어서 기존 사업의 수익성이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오류도 야기할 수 있다.

결국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외부 이해관계자를 위한 `재무회계`가 아니라 내부 경영자를 위한 `관리회계`다. 이는 경영자의 내부 자원관리에 대한 의사결정과 부서, 개인의 실적 평가를 위해 회계정보를 탄력적으로 구별, 측정, 분석하는 과정이다. 실제로 과거 대우그룹 붕괴 과정에서 재무회계적 잣대로 인해 기업의 내부적 가치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재무제표는 기업의 중요한 재무 정보를 담고 있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모든 해법을 제시하는 자료는 아니라는 얘기다.

■ He is…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55)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에서 회계학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을 거쳐 미국 UCLA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일리노이대학에서는 종신교수 자격을 받았다. 국내로 복귀해 아주대를 거쳐 이화여대 경영대 학장과 한국관리회계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서 교수는 대기업 경영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00년 두산중공업과 LG텔레콤 사외이사를 시작으로 2003년부터는 포스코와 SK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이사회 출석률은 100%이고, 안건에 대해 반대도 꺼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한국이사협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회계학이라는 어쩌면 딱딱한 학문을 연구하고 있지만 취미는 당구. 스코어가 500점이다. 가방에는 항상 무협지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사고가 자유롭다.

■ <용어>

EVA(Economic Value Addedㆍ경제적 부가가치) =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에서 법인세ㆍ금융ㆍ자본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을 뜻한다.

1980년대 후반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개념으로 새로운 투자에 대한 사전 검증은 물론 사후 평가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성과를 보다 근본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기준을 제공한다.

선진국에서는 기업의 재무적 가치와 경영자 업적을 평가할 때 순이익이나 경상이익보다 EVA를 더 많이 활용한다.

[정리 = 박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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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MBA / (2) 조명현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

불확실성 시대 `리얼 옵션`으로 리스크 줄여라  
선택과 집중 대신 복수대안에 소규모 투자
삼성, 소니ㆍ도시바 표준경쟁땐 모두 선택
삼성전자, 블루레이 승리 굳어지자 `올인`
"저금리로 석유 투기" SK에너지 시나리오 유가 100弗 넘어 대박
◆Summer MBA / ② 조명현 고려대학교 경영대 교수◆

조명현 교수가 고려대 경영대학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리얼 옵션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고려대>
DVD 이후 차세대 제품을 놓고 일본 전자업계 라이벌인 소니와 도시바는 한판 승부를 벌였다. 소니는 블루레이 디스크를, 도시바는 HD-DVD를 내세웠다. 소니로선 베타맥스 방식이 마쓰시타의 VHS 방식에 밀려나며 비디오테이프레코더(VTR) 시장을 내줬던 뼈아픈 경험을 또 한 번 반복할 순 없었다.

소니로선 천만다행이었을까. 이번 싸움의 승자는 소니였다. 지난해 2월 후지이 요시히데 당시 도시바 사장이 HD-DVD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차세대 매체의 승자는 블루레이로 굳어졌다. 과거엔 포르노를 비롯한 영화사업자들이 VHS를 선택했지만 이번엔 콘텐츠 회사들이 블루레이의 손을 들어줬다.

누가 승자가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양쪽 모두를 선택했다. 블루레이와 HD-DVD에 모두 투자하면서 어느 것이 표준이 될 것인지 지켜본 것이다.

승자가 블루레이로 굳어지자 삼성은 HD-DVD를 빠르게 포기하고 블루레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지금 삼성전자는 소니와 블루레이 시장에서 점유율 수위를 다투고 있다. 경영학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리얼 옵션(Real Option) 기법`의 대표적인 사례다.

◆ 옵션 투자는 금융시장에만 있는 게 아니다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다. 지식기반 산업인 IT(정보기술)뿐 아니라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전통적 산업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들로서는 현재의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기법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통상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은 세 가지다. 참여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참여자들이 보유하는 지식이나 기술수준이 높아질수록,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질수록 불확실성은 커진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기업들이 대처할 수 있는 전략적 기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리얼 옵션 기법과 시나리오 플래닝이 그것이다.

옵션(Option)은 원래 금융시장에서 쓰이는 용어다. 금융시장만큼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큰 곳은 없다. 이 때문에 위험을 줄이기 위한 수단, 즉 헤징(Hedging)의 목적으로 옵션이 탄생했다. 주식 가격이 변할 때 반대 방향으로 옵션을 매수할 경우 주식 급등락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리얼 옵션도 위험을 헤징하는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 기법 가운데 하나다. 리얼 옵션은 게임이론 대가인 아비나시 딕시트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가 만들어낸 재무적 옵션(Financial Option)에서 기본 개념을 가져왔다. 재무적 옵션이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처법으로 개발된 것처럼 실물시장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리얼 옵션이 탄생한 것이다.

◆ 대안마다 역량을 구축하고 집중하라

= 일반적으로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는 여러 대안을 검토해 최고의 수익률(IRRㆍ내부수익률)을 올리는 방안을 선택한다. 확실성이 높은 때라면 `선택과 집중`을 위한 당연한 선택이고, 의사결정도 비교적 손쉽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이 같은 투자 의사결정이 결코 쉽지 않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기술이나 제품이 시장 표준으로 떠오르는 일도 왕왕 발생한다. 블루레이와 HD-DVD 가운데 어느 것이 산업표준이 될지 모르는데 한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가 다른 것이 표준이 될 경우 시장에서 순식간에 낙오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 리얼 옵션 기법이다. 하나의 대안을 선택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대안에 대해 소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다. 기업은 여러 가지 대안에 조금씩 투자하면서 기술을 익히고 시장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특히 대안마다 대규모 투자 때 필요한 역량을 파악하고 미리 인재와 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미리 `보험`을 들었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옵션별 성공 가능성과 투자수익률 등을 검토해 투자를 확대하거나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러한 리얼 옵션식 사고는 기술발전이 빠르고 불연속적인 신약 개발이나 IT 분야의 투자 의사결정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머크나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업체들은 보다 전문적으로 `블랙-숄스 옵션가격 결정모델`을 이용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한 벤처기업들의 기술을 블랙-숄스 모델로 평가해 전략적 투자를 한다. 기술 평가 이후 실제 제품개발 단계에서도 블랙-숄스 모델을 꾸준히 적용해 단계적으로 투자액을 높이거나 투자 중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최근엔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도 리얼 옵션 기법이 널리 쓰이고 있다. 본격적 M&A에 나서는 것이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판단한다면 일단 지분을 출자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맺어 세력권 안에 둔 뒤 불확실성이 가신 뒤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이다.

◆ 리스크 줄이고 역량은 키우고 시나리오플래닝도 필요

= 정유회사 로열더치셸은 1980년대 말 소련 붕괴 가능성이 높고 결과적으로 국제유가는 상승할 것이란 시나리오에 베팅했다. 결과는 대성공.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의 대가인 피터 슈워츠의 견해를 받아들인 덕분이었다.

로열더치셸의 대성공 이후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시나리오 플래닝에 주목했고,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리얼 옵션 기법과 함께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에 예상되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시나리오별로 전략적 대안을 미리 수립하는 경영 기법이다. 국내 기업으로는 SK그룹이 계열사별로 아예 담당 임원을 둘 정도로 시나리오 플래닝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에너지의 경우 석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되파는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3% 수준에 그친다. 반면 석유를 직접 시추해 판매하는 석유 개발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50%를 상회한다. 1980년대부터 석유 개발사업에 뛰어든 SK에너지는 5~6년 전 석유 가격이 급격히 변동하자 추가 투자에 나서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때 SK에너지가 사용한 방법이 바로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우선 유가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면서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정리했다. 이어 투기세력의 유무, 수요산업의 성장ㆍ정체 등에 따라 네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고 각각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시나리오를 정교하게 만들었다.

그 가운데 SK는 전 세계적 저금리 기조에 따라 석유 투기자본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란 쪽에 베팅했다. SK에너지는 추가 투자를 결정했고 한때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치솟으면서 큰 이익을 남겼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경영자들은 투자를 아예 하지 않거나 반대로 리스크와 상관없이 투자하는 쪽으로 갈린다. 전자는 리스크를 겁내는 것이고 후자는 리스크를 무시하는 것이다. 두 방식 모두 바람직하지 못한 선택이다.

전략적 사고의 핵심은 어느 정도 리스크를 수용하면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리얼 옵션은 물론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성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전략적 방법론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①기업이 당면한 이슈를 도출 ②이슈별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추출 ③각 요소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요인을 선정 ④시나리오 여러 개를 조합 ⑤각각의 대응전략을 수립 ⑥시나리오들의 전개과정을 모니터링 등 총 6단계로 전개된다.

시나리오는 현실적인 이슈를 포함하되 최대한 자세한 내용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니터링 단계에서는 각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에 중점을 두도록 전략을 계속 수정해야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한 미래를 구성원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를 통해 구성원이 리스크를 인지하게 만들고 이에 대한 대응과 변화의 필요성을 일깨워 조직 역량을 결집하도록 해주는 효과를 갖는다.



■ <용 어>

리얼 옵션(Real Option) = 아비나시 딕시트 프린스턴대 교수의 파이낸셜 옵션 이론을 실물 경영환경으로 확장한 개념이다. 경영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투자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옵션이라는 헤징(위험회피)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블랙 - 숄스 옵션가격 결정모델 = 블랙과 숄스가 개발해 1973년 발표한 모형이다. 다섯 가지 데이터를 이용해 옵션이론을 도출했는데 실물 경영에서는 여기에 입력되는 데이터를 기업 상황에 맞는 내용으로 변형해 사용하고 있다.



■ He is…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45)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고등경영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밴더빌트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한 뒤 1997년 고려대 경영대에 부임해 경영전략과 국제경영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중견 학자다. 1998년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JFE)`에 실린 `소유구조, 투자, 기업가치(Ownership Structure, Investment, and Corporate Value)`라는 논문에서 기존 기업지배구조 이론과 맞서는 논리를 펴 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논문으로 1999년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매일경제 이코노미스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공기업ㆍ준정부기관 기관장 평가단 간사를 맡기도 했다. 부인은 송기원 연세대 자연과학부 교수.

[정리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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