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9일 일요일

[명품시계 이야기] ⑨ 예거 르쿨트르

[명품시계 이야기] ⑨ 예거 르쿨트르
손목실험 등에 1000시간 소요…충격 끄덕없어
176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 시계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에서 만든 `리베르소` 라인은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떨친다. 앞ㆍ뒤로 180도 회전이 가능한 혁신적인 제품이기 때문이다.

1931년에 탄생한 이 시계는 인도에 주둔하고 있던 영국 군인들의 여가용 폴로 게임을 위해 개발됐다. 말을 타는 과격한 폴로경기를 마치고 나면 시계알이 깨지는 등 고장나는 일이 잦았다. 폴로경기용 시계를 의뢰받은 예거 르쿨트르는 뒤집어지는 시계를 착안했고 특허권까지 획득했다.

`리베르소`의 또 다른 특징은 뒤집은 시계 뒷면에 착용자가 원하는 대로 다양한 인그레이빙(조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원하는 그림이나 사진을 입히는 에나멜 작업과 인그레이빙을 할 수 있어 `하나뿐인 시계`로 만들어준다.

이 때문에 `리베르소`(평균 가격대 1500만~3000만원)는 스포츠 마니아나 나만의 특별한 상징물을 갖고 싶어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거대 럭셔리 기업인 리치몬트그룹이 보유한 `예거 르쿨트르`는 1833년 스위스 시계 제조 명장들의 고향인 발레드쥬에서 시작됐다.

예거 르쿨트르의 시초가 된 안토인 르쿨트르는 그 마을에서 시계 전동장치를 잘 만드는 기술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마이크론 단위까지 잴 수 있는 `밀리오노미터(millionometer)`와 키(열쇠) 없이도 태엽을 감을 수 있는 시계장치를 개발하는 등 뛰어난 부품을 만들어냈다.

1917년 안토인의 손자인 자크 데이비드 르쿨트르는 프랑스 파리의 크로노미터 제조업자인 에드몬드 예거와 손을 잡게 된다. 두 사람은 1937년 `예거 르쿨트르`라는 시계 브랜드를 만들게 된다.

`예거 르쿨트르`는 신기술의 무브먼트(시계의 핵심부품)를 끊임없이 개발해 왔다.

현재까지 1000개가 넘는 무브먼트를 만들어냈고 그중 엄선된 30여 개 제품으로 시계를 만들고 있다. 리치몬트그룹의 까르띠에나 쇼메 등의 시계에도 예거 르쿨트르의 무브먼트가 사용된다. 1929년 예거 르쿨트르가 개발한 `칼리브레 101`은 지금까지 생산된 가장 작은 기계식 시계장치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예거 르쿨트르에는 매우 엄격한 실험 프로그램인 `1000시간 테스트`가 있다.

완성된 모든 제품을 회전시와 부동시로 나눈다. 계산된 충격을 가하고, 방수기능을 5기압까지 테스트한다. 또한 다양한 온도 변화도 견디도록 하고, 사람 손목에 채워진 상태에서 벌어지는 각종 상황에 대한 테스트가 1000시간 동안 진행된다.

시계 브랜드가 많지만 나사부터 외관 디자인까지 100% 수공예로 만드는 시계 매뉴팩처는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오래 전 스위스 시계공방 기술자들의 손맛과 정신을 지켜가고 있는 브랜드인 예거 르쿨트르도 그중의 하나로 꼽힌다.

[김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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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9 16:51:0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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