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KBS·MBC·SBS) 버금가는 '종합편성 채널' 2개 나온다
입력 : 2009.07.23 02:22
연말까지 사업자 선정 전국 90%이상 가구 시청…
'황금 채널' 확보가 관건 방송 3사 기득권은 여전
22일 국회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 등 미디어 관련 법안을 통해 1980년대 신군부가 만든 지상파 방송사의 독과점 구조라는 낡은 규제의 틀이 29년 만에 깨지게 됐다. 언론 학자들은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29년 만에 시장 진입 장벽을 허물었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이번 개정안은 KBS·MBC·SBS 3사가 독점해온 지상파 방송 시장에 10% 지분 한도에서 신문과 대기업의 지분 참여를 허용했다. 또 현행 지상파TV처럼 뉴스와 오락·드라마 등을 편성할 수 있는 종합편성(이하 종편) 채널과 YTN과 같은 보도전문 채널에 신문과 대기업이 30%까지 지분을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여야 협상 과정에서 지상파와 보도전문 채널의 지분 제한 한도가 각각 20%와 49%에서 10%와 30%로 대폭 축소되는 등 규제완화라는 당초 입법 취지를 살리지 못한 '반쪽짜리' 개혁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종합편성 채널발(發) '미디어 빅뱅' 올까?
이번 방송법 개정안의 핵심은 새로운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종편 사업자는 운영하기에 따라 지상파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종편 채널이 등장하면 지상파처럼 뉴스를 포함해 다양한 프로그램의 편성이 가능하고, 케이블·위성TV와 IPTV(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 등에서 의무 전송 채널로 지정되어 전국 90% 이상 가구에서 시청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케이블TV에는 1500만 가구, 위성방송에는 245만 가구, IPTV에는 50만 가구가 가입해 있다.
한 언론학자는 "정부는 새롭게 등장하는 종합편성 채널을 통해 지상파가 독점해온 방송 시장을 개방하자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지상파의 여론 독과점을 해소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언론재단의 '언론수용자인식조사'에 따르면, KBS·MBC 2개 방송사의 영향력 합계는 53.4%로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에 비해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현재 최대 2개까지의 종편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으로, 다음 달 중 사업자 선정 기준을 마련해 올 12월까지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종편 사업자가 위성이나 케이블TV 사업자들로부터 좋은 위치에 채널 번호(예를 들어 MBC에 이어지는 12번 등)를 받을 경우 아주 짧은 시간에 지상파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황금 채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종합편성 채널이라고 하더라도 수많은 케이블채널 중 하나로 전락해 현재의 PP(방송채널사업자)들처럼 1~2%대 시청률을 전전할 수도 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보도전문 채널 사업자도 최대 2곳까지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보도 전문 채널은 기존 YTN과 MBN이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경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규제 완화 효과 줄고, 사후 규제만 강화될 우려도
이번 방송법 개정안은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 방송에 대한 진입 규제를 완화했지만, 10%까지로 지분이 제한됐고, 경영권 행사마저 지상파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는 2013년 이후로 유예됐다. 이 때문에 매출 기준으로 전체 지상파 시장에서 81.1%를 차지하는 KBS·MBC·SBS 3사의 독과점 구조는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선문대 황근 교수(신문방송학)는 "국회에서 정치적 타협을 하는 바람에 규제완화 비율은 줄어들고, 사후 규제가 오히려 강화됐다"며 "진입규제가 심해져 실제로 들어올 사업자는 많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에 대한 규제만 강해질 우려도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법안은 구독률 20%를 넘는 신문은 방송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규제 장벽을 만들어 놓고, 다시 매체 합산 시장점유율로 사후 규제까지 하고 있어 자칫 규제기관의 권한만 커질 우려도 있다.
이번 법안은 정부 여당이 야당과 언론노조 등에 밀려 사실상 지상파의 기득권을 지켜준 측면도 크다. 여당의 법안 마련 과정에 참여했던 한 언론학자는 "애초에 지상파에 대한 진입 제한을 완화한 것은 경영난에 허덕이는 지역 방송에 자본의 물꼬를 터주는 큰 효과가 있는데, 서울에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조중동 방송' '재벌방송'이라는 선동에 말려 아무런 효과를 챙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미디어 법 개정에서 자산 규모 10조원 미만 사업자나 기존 방송 사업자의 경우 1인 지분 제한 한도가 기존 30%에서 40%로 늘어난 것은 지상파 10%, 종편·보도채널에 30%로 제한한 신문과 자산 규모 10조원 대기업에 비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이번 방송법 개정안은 대기업 등의 지상파 사업 진출을 사실상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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