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8일 화요일

시세이도 마에다 신조 사장 '예술경영'

시세이도의 '예술경영' 이끄는 마에다 신조 사장

"40% 위험은 감수… '60% 즉결주의'로 과감히 승부"

입력 : 2009.07.24 16:00 / 수정 : 2009.07.24 16:06

 

미국 최고의 디자인 스쿨로 꼽히는 RISD(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의 존 마에다 총장은 지난 4일자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 "독창성과 예술성의 잡종 교배야말로, 기술 수준이 평평해진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신무기"라고 말했다.

일본의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資生堂)는 마에다 총장의 말을 실증하는 좋은 사례다. 일본 도쿄 시오도메의 시세이도 본사에서 만난 마에다 신조(前田新造·사진) 사장은 시세이도의 저력이 "아름다움과 예술에 대한 고집"에서 비롯됐으며, 시세이도의 정신은 "동양과 서양의 장점을 합하고 '오리지널'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세이도는 1872년 설립된 서양식 약국이 모체였다. 아버지가 창업한 이 약국을 1915년 화장품 회사로 바꾼 후쿠하라 신조(福原信三) 시세이도 초대 사장은 예술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는 시세이도의 전통을 만들어냈다. 그는 스스로 파리에서 미술과 사진을 배웠고, 직원들과 함께 서양을 돌며 견문을 넓혔다. 그는 일본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디자인 부서(의장부)를 만들고 시세이도의 상징문양인 하나츠바키<왼쪽 사진>를 도안했다. 1919년에는 도쿄 긴자의 명소가 된 갤러리와 레스토랑을 지었다. 그 결과 시세이도의 디자이너들은 서양의 아르누보(자연에서 소재를 얻은 문양이 특징인 19세기 말·20세기 초 미술 사조)와 동양적인 감성을 결합한 독특한 '시세이도 스타일'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시세이도는 디자인 경쟁력을 경영의 핵심으로 여긴다. 예를 들면 시세이도의 디자이너는 입사 후 1년 동안 글씨 쓰기를 새로 배운다. 시세이도에서만 사용하는 독특한 서체를 어떤 디자인에서건 익숙하게 쓰도록 연습시키는 것이다. 디자인 아웃소싱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디자인 노하우는 1대 1로 도제식으로 전승된다. 이 같은 전통에서 야마나 아야오, 마쓰나가 신, 나카무라 마코토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탄생했다. 시세이도 디자인 부서의 입사 경쟁률은 800대 1이 넘는다.

시세이도는 예술과 디자인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는 드물게 '아름다움'을 세계화하는 데 성공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계속 늘어 작년엔 37.8%에 달했다. 국내 1위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선전하고 있지만, 해외 매출 비중은 11% 정도이다. 시세이도는 유럽, 미국은 물론 중국 등 신흥시장에도 진출해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대리점이 2만5000여개에 달한다. 경쟁 업체인 가네보가 2004년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를 이기지 못하고 도산한 것과 대조적이다.

마에다 신조(前田新造·62) 시세이도 사장은 날렵한 선의 정장에 하얀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빗어 넘긴 단정한 모습이었다. 직원 시절 시장 개척을 위해 수십 차례 한국을 드나든 '한국 전문가'답게, "안녕하세요"가 그의 첫 인사였다. 꼿꼿한 자세에 엷은 미소로 상대를 경청하며, 엷은 스킨로션 냄새를 풍기는 그를 마주하고 있으니 신사(紳士)라는 말의 의미가 새삼 와 닿았다.

세계적인 경영 석학 데이비드 아커(Aaker)가 쓴 책 '브랜드 리더십'에 따르면, 시세이도 스킨케어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연상시키는 브랜드 이미지는 화장품 회사로는 이례적으로 '혁신'으로 돼 있다. 아모레 퍼시픽 부사장 출신인 이해선 CJ오쇼핑 사장에게 시세이도의 경영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가끔 부진하다가도, 혁신과 현지화로 성장을 이뤄내는 회사"라고 정리해줬다. 시세이도의 2대 사장을 지낸 후쿠하라 요시하루(福原義春) 명예회장은 "혁신이 없으면 전통도 없다"며 "혁신을 통해 전통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 사장인 마에다 신조의 2005년 사장 선임 자체가 일본 재계에서는 혁신적인 인사로 화제가 됐다. 당시 회사의 성장이 정체 기미를 보이자 시세이도는 경영기획실장이던 그를 사장으로 발탁했다. 오너 가문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무려 14명의 선배를 뛰어넘은 인사였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현장 중심 개혁에 착수했다. 그는 자신의 경영 방침으로 '60% 즉결주의'를 내걸었다. 60%의 확률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40%의 위험이 있어도 바로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다. "상품을 파는 것은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100%의 안전성을 추구한다면 상품을 팔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따라서 60%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망설이지 않고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물론 그런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시대 조류의 본질을 확실하게 파악해 둬야겠지요."

100개가 넘던 시세이도의 브랜드를 핵심 6개 브랜드로 줄인 결정도 '60% 즉결주의'에서 나왔다. 너무 많은 브랜드는 인건비와 판촉비 부담으로 회사에 짐이 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의 결정에 이해관계가 걸린 사업부들은 반발했고, '사장의 독단'이라는 이메일도 날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밀어붙인 브랜드 통합의 효과는 확연했다. 츠바키(샴푸)나 마키아주(메이크업)처럼 핵심 브랜드에 마케팅 비용이 집중되면서 분야별 1위로 올라섰다.

그는 판매사원(뷰티 컨설턴트)의 평가척도에서 '매출' 항목을 없앤 것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대신 고객이 판매사원의 서비스에 대해 평가한 앙케트 엽서를 평가척도에 넣었다. "판매사원은 고객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지만, 그들의 활동이 매출 목표 달성에 얽매이게 되면 고객의 만족감은 소홀하게 생각하기 쉽다는 판단에서였죠. 매출 목표라는 건 사원이 마음에서부터 고객이 아름다워지길 바라고 그 열의가 고객에게 전해짐으로써 고객이 계속 시세이도를 방문하게 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달되는 것입니다."

그가 매출 목표 철폐를 결심했을 때 사내에선 모두 불안해했다. 판매사원들이 게으름을 피우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매출 목표는 한번 달성한 뒤에는 대충 달려가면 된다는 마음이 됩니다. 그러나 고객의 만족도를 평가척도에 포함시키면 움직이고 있는 시간 모두를 고객을 위해 쓰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결과 모든 고객들과의 만남이 진검 승부가 되는 것이죠. 이 개혁이 성공한 것은 실시 2년 반 만에 고객으로부터 160만통의 앙케트 엽서를 받은 것으로 증명됩니다. 그 중 90%는 칭찬하는 말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마에다 사장은 지난 2007년 기업 내 대학인 '에콜시세이도'를 개교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철학이나 문학도 포함돼 있다. 화장품 회사 임직원들이 데카르트에 대한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것은 이 회사만의 진풍경일 것이다.

―직원들에게 철학이나 문학을 가르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향후 10년간 일어날 가장 본질적인 변화가 무엇일까요? 글로벌화일 것입니다. 그리고 글로벌화의 파도가 비즈니스맨에게 요구하는 것은 다양성에의 대응력일 것입니다. 철학이나 문학을 배우는 의도도 거기에 있습니다. 경리나 인사부 사람들이 평소 생각하지 않던 철학이나 문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으로 다양성의 대응력을 단련하게 됩니다."

―예술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일본 기업 중에서 시세이도의 근무 환경이 비교적 자유롭고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평이 있습니다.

"저는 직원 시절부터 시세이도가 정말 다니기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발적인 예술 동호회 활동이 장려됐지요. 회사 철학에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 life balance)'라고 해서 일과 사적인 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개념이 잡혀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많이 확산된 개념이지만, 수십년 전에 특히 일본에서는 예외적인 경영 방침이었죠. 예술가이시기도 했던 후쿠하라 신조(福原信三) 시세이도 초대 사장의 영향이 기업 문화에 크게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모든 제품은 리치(rich)해야 하며, 제품 스스로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분의 철학은 지금도 매우 중요합니다."

―모든 제품이 리치해야 한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제품이 리치해야 한다는 것은 제품을 구성하는 요소 전반에 미(美) 의식이 풍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품 디자인은 물론, 포장 같은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말고 아름다움이 넘쳐야 한다는 것이지요. 즉 모든 분야마다 장인(匠人) 정신이 살아 숨쉬어야 합니다. 또 소비자에게 제품 자체로 말해야 한다는 것은, 제품을 봤을 때 바로 직관적으로 시세이도의 철학이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좀 추상적인데요. 제품에 직관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낄 만큼 최선을 다한 사례를 예를 들어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전부 다 사례라고 말하고 싶지만…(웃음). 굳이 사례를 들어야만 한다면 2006년 샴푸로 출시된 '츠바키'를 사례로 들고 싶습니다. 2006년 이전에 우리 회사에는 샴푸 브랜드가 7개 있었습니다. 그런데 7개 브랜드를 다 합쳐도 샴푸 업계 톱 3에 들지 못했어요.

우리는 시세이도의 '정신'을 그 자체로 보여주는 제품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시세이도의 문양이었던 동백꽃(하나츠바키)을 브랜드화하기로 한 것이죠. 우리는 3년의 시간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리고 동백꽃에서 이름을 따서 '츠바키'를 아예 상품명으로 했습니다. 샴푸 용기는 동백꽃의 주된 색깔에 맞춰 붉은 색조에다 꽃병 모양으로 디자인해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심었습니다."

―제품에 시세이도의 '브랜드 이미지'를 심었다는 의미입니까?

"네. 소비자의 진심을 움직이는 것은 사실 제품의 세세한 기능이 아니라 브랜드에 담긴 신뢰입니다. 실제로 저희는 츠바키를 마케팅할 때 예전처럼 샴푸의 기능을 일일이 소비자에게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희는 '일본 여성의 검은 머리는 무엇보다 아름답다'는 감성적인 콘셉트만 담았습니다. 그 결과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츠바키는 출시 2주 만에 샴푸·린스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제품에 정신을 담으라'는 말은 쉽지만, 실행은 쉽지 않은데요. 직원들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시하십니까?

"고객의 외모를 바꿔주는 것은 물론, 마음까지 풍요롭게 바꿔줄 수 있도록 주문합니다."

―제품으로 마음을 바꾼다?

"네. 진정한 아름다움은 사람의 내면에 작용하는 것입니다. 화장품은 기본적으로 피부를 아름답게 가꾸는 제품입니다. 하지만 사실 한 단계 더 들여다보면 화장품은 사람의 내면에 작용하는 제품입니다. 사회 공헌활동을 하다 보면 좀더 이 점을 뚜렷이 느낄 수 있습니다. 저희 임직원은 매년 2000여곳의 노인 시설과 장애인 시설을 방문해 화장을 해 드립니다. 저도 가끔 나가는데, 그때마다 무한한 화장의 힘을 절감합니다.

예를 들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 분들에게 화장을 해 드리면 생활 자체가 활기를 찾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화장한 얼굴에 만족을 느끼시면서 세수를 한다거나, 옷을 갈아입는다거나, 스스로에게 신경을 쓰게 됩니다. 심지어 기저귀를 쓰던 분께서 스스로 기저귀를 쓰지 않게 되시기도 합니다. 이런 게 진정한 아름다움입니다."

―그런 보이지 않는 가치를 실제 제품에 구현할 수 있습니까?

"물론 저희가 단순히 '화장의 힘은 강하다'고 생각만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저희는 화장의 힘을 수치화하고, 연구 개발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저희 스스로는 '휴먼 사이언스'라고 부르지요. '뷰티 솔루션 센터'라는 곳에서 맡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높은 기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예를 들어 화장했을 때 혈류량의 증감을 측정하기도 하고, 마음의 안정 여부를 측정하기도 합니다. 노화 방지(안티 에이징)나 미백(화이트닝), 발모 제품들이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쳐 개발됩니다."

―나라나 지역마다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모두 다를 텐데요.

"물론입니다. 예를 들면 한국 여성들은 미의식이 높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일본 여성들과 비슷합니다. 세안 후에 기초적인 피부 손질을 수차례에 걸쳐 매우 꼼꼼하게 합니다. 피부 색조와 머리카락 색깔도 일본 여성들과 비슷하고, 화이트닝이나 안티에이징에 관심이 많은 면도 비슷합니다. 한국 여성을 위한 제품을 개발할 때는 이런 점을 참조하고, 일본 시장 제품 중 적합한 제품을 적용해 출시하기도 합니다.
시세이도 제공 도쿄 시오도메 본사 앞에서 팔짱을 낀 포즈를 취한 마에다 신조 시세이도 사장. 그는 2005년 취임 이후 60%의 가능성이 있으면 바로 실행에 옮긴다는‘60% 즉결주의’를 내걸었다.

반대로 중국 같은 경우는 상당히 리치한 제품, 즉 유분이 많고 사용 질감이 두꺼운 제품을 좋아합니다. 로션 같은 경우도 촉촉하고 심지어는 약간 끈적이는 느낌까지 있는 제품을 선호합니다. 따라서 중국 시장에서는 중국 소비자의 '보이지 않는 취향'을 커스터마이징한 제품을 따로 설계해 내놓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인 같은 경우는 감귤 향을 싫어합니다. 그런 제품은 판매할 때 거의 배제합니다."

―화장품 업계가 전반적으로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향후 경기가 회복됐을 때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게 더 중요합니다. 특히 마케팅 비용이나 인건비는 줄이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저희가 성장시키고 싶은 부분, 그리고 성장할 여지가 있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봅니다. 선택과 집중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향후 성장할 시장은?

"음…. 아무래도 중국이겠죠. 물론 한국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너들이 전통적으로 사진, 미술 등 예술에 조예가 깊으셨는데, 사장님도 예술에 개인적인 취미가 있으십니까?

"(웃음) 트롬본을 붑니다. 대학 때 특히 열심히 했는데, 나중에 회사를 그만두면 제대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Cover Story] 상대방도 춤추게 하는 협상의 10계명

[Cover Story] 상대방도 춤추게 하는 협상의 10계명

  • 입력 : 2009.07.25 03:15

CEO·변호사… 7000여명 수강한 IGM 협상 스쿨을 가다
상대 마음 저 깊은 곳 '숨은 욕구' 건드려라

#1. 강사의 말

"자, 다들 눈 감으세요. 제한시간은 30초입니다. 지금부터 옆에 계신 분과 팔씨름을 합니다. 상대방 손이 테이블에 닿을 때마다 1점씩 얻습니다. 가장 점수를 많이 얻은 두 분께 상품을 드립니다. 시~작!"

몇년 만의 팔씨름인가? 옆 사람 손을 잡고 용을 써본다. 40대인 상대방 힘도 만만치 않다. 쉽지 않은 승부. 1점 얻기도 어렵다. 그런데…. 저쪽 어디선가 '쿵쿵쿵쿵쿵쿵쿵…' 뱃고동 소리가 들려온다.

"그만!" 강사의 게임 종료 선언. 금빛 포장의 초콜릿은 '무려' 32점씩을 사이좋게 획득한 두 사람에게 돌아갔다. 어떻게? 두 사람은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승패를 주고받으며 두 사람 손과 테이블의 충돌음으로 '뱃고동'을 울려 퍼뜨렸다. 이때 폐부를 찔러오는 강사의 설명.

"여러분, 제가 이기면 1점 드린다 했지, 팔씨름 진다고 감점한다고는 하지 않았죠? 그걸 읽어낸 두 분은 부지불식간에 멋진 협상을 하신 겁니다. 이렇듯 협상은 상대방을 넘어뜨려야만 이기는 '씨름'이 아닙니다. 서로 윈윈(win-win)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댄스'입니다."

아이고…. 덜 떨어진 나는 그만 댄스 파티장에 샅바 차림으로 나타나 씨름을 했구나!

협상스쿨 강좌를 듣고 있는 수강생들. / 허영한 기자youngha@chosun.com
#2. 영화 '선생 김봉두'의 한 장면이 스크린에 흐른다.

두 농부가 고성(高聲)과 삿대질과 욕설을 교환하며 격하게 싸우고 있다. '(물건을 운반해야 하니) 경운기로 이 길을 지나가야 하네', '(그러면 길 위에 올려놓은 내 호스가 찢어지니) 절대 경운기를 지나가게 할 수 없네' 하는 다툼이다.

이때 두 농부를 진정시키는 선생 김봉두(차승원)의 멋진 갈무리. "그러니까 남진이 아버님은 (비닐) 하우스에 물을 대야 하니까 호스를 이 길에 꼭 놓아야 되고, 성남이 아버님은 (물건 운반을 위해) 경운기가 꼭 이 길로 지나가야 한다는 말씀이잖아요? 그것만 해결되면 되는 거잖아요?"

선생 김봉두는 삽을 들고 땅을 파고는 호스를 묻고 흙으로 덮는다. 그렇다. 이제 경운기가 지나가도 호스가 찢어질 염려는 없다.

"됐죠?" '중재자 김봉두'는 의기양양하게 자리를 뜬다. 영화를 보던 수강생들이 일순 조용한 탄식을 내뱉는다.

강사의 해설. "남진 아버지가 '경운기의 이 길 통과를 허락 못한다'고 핏대를 세우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요구(position)'일 뿐입니다. 마치 물 위로 솟아오른 빙산의 일각과 같은 거죠. 중요한 것은 물 밑에 잠겨 있는, 즉 상대의 마음 속에 잠겨 있는 진정한 '욕구(interest)'입니다. 여기선 '비닐하우스에 물을 대고 싶다'는 게 욕구죠. 즉 호스가 찢어지지만 않는다면, 이 길 위로 경운기가 지나가든 탱크가 지나가든 남진 아버지는 상관 없는 거죠? 그 '욕구'를 정확히 읽어낸 김봉두 선생은 '땅을 파서 호스를 묻고 난 후 경운기는 통과시킨다'는 '창조적 대안(creative option)'을 만들어 협상을 타결시킨 것입니다."

최근 경영인들 사이에 협상 노하우 공부가 붐이다. 세계경영연구원(IGM)의 '협상 스쿨'은 명강좌 중 하나로 꼽힌다. Weekly BIZ의 인기 코너 'Case Study'의 단골 메뉴 중 하나도 바로 이 연구원의 '협상 이야기'다. 이 강좌를 듣고 난 후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협상은 골프와 같아서 체계적으로 배우면 결과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걸 확실히 느꼈다"고 했다. 김신배 SK C&C 부회장은 "짧은 시간에 협상 원리를 효과적으로 체득했고, 협상을 알고 나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길이 명확히 보인다"고 했다. 대기업의 CEO·임원·중견 간부나 주요 로펌의 변호사, 고위 공무원 등 무게 있고 다양한 수강생의 누적 숫자가 7000명을 넘겼다.

기자도 지난 14~15일 이틀간 열린 이 강좌에 참여했다. 강사진은 IGM 최철규 부원장(영국 LSE 경영학석사), 이계평 이사(서울대 경제학박사·전 컨설턴트), 신철균 교수(KAIST 산업공학박사·전 삼성SDS 전략기획그룹장)였다.

위의 두 '#1', '#2'는 바로 16시간에 걸쳐 이어진 이 코스의 초반 풍경들이다. 그리고 이 두 풍경이 주는 교훈은 협상의 시작이자 끝이고, 기초이자 핵심이었다.

1일차 강좌의 초반 5시간은 간단한 모의 협상을 곁들이면서 '협상의 10계명'을 익히는 과정이었다. 후반 3시간은 '제대로 된 모의 협상'에 할애됐다. 5명씩 협상팀을 이뤄 1시간 반 동안 전략을 짠 후 상대방의 5인조 팀과 1시간 반 동안 모의 협상을 벌였다. '쇼핑몰을 짓고 있는 부동산 개발사'와 '이곳 입주를 검토하는 할인점'을 대표해 임대료와 임대기간·조건에 대해 밀고 당겼다.

이 협상 장면은 고스란히 비디오로 녹화됐고, 2일차 후반부 3시간의 '피드백' 수업 교재로 활용됐다.(2일차 전반부 5시간은 '실제 협상 전략과 협상 준비서 작성')

피드백 수업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오랜만에 맞닥뜨린 스스로의 옆모습과 목소리는 어색했고, 아둔함과 해망쩍음은 당혹스러웠다. 얼굴은 화끈거리다 못해 뜨겁게 달아올랐다. '내가 저렇게 빠른 속도로, 남들이 이해하기도 힘들게 말하는구나', '협상에서 거짓말 한번 잘못 하면 두고두고 욕보는구나' 하는 깨달음만으로도 수강의 보람은 본전을 넘어섰다.

■ 협상의 10계명

①상대방'요구(position)'에만 얽매이지 말고 '욕구(interest)'를 찾아내라.

가장 유명한 '콜라 비유'.

뜨거운 여름날, 땀을 닦으며 우리 가게로 들어온 손님이 "콜라 주세요" 한다. 그런데 이런…. 콜라가 다 팔렸네. 이때 "콜라 다 떨어졌네요"라고만 응답하면 그 손님은 나간다. 협상 결렬이다.

여기서 '콜라'는 그의 요구일 뿐이다. "콜라는 떨어졌지만, 시원한 사이다는 있네요"라고 답하면 협상은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 '목이 마르니 시원한 청량 음료수를 마시고 싶다'는 손님의 욕구를 찾아내고 부응했기 때문이다. 마치 선생 김봉두가 남진 아버지의 욕구를 읽어냈듯이….

②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창조적 대안(creative option)을 개발하라.


1967년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완승했다. 이집트는 항복하고 시나이 반도를 홀랑 빼앗겼다. 이후 평화협상은 난항. 시나이 반도가 생선 가시처럼 협상의 목에 걸렸다. 두 나라 모두 시나이 반도 반환이란 원칙에는 공감했지만, 이집트는 "100% 반환"을, 이스라엘은 "일부 반환"을 요구하며 11년간 평행선을 그었다. 1978년, 사이러스 밴스(Vance)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홀연 나타나 탁월한 협상가로 이름을 남긴다.

밴스 장관은 두 나라의 '욕구(interest)'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집트는 왜 그리 '100% 반환'에 집착하지? 시나이 반도는 자원도 없고 비옥하지도 않은데…. 알고 보니 이집트의 욕구는 "6일 만에 항복하며 실추된 자존심을 '100% 반환'으로 회복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반면 이스라엘의 욕구는 '군사 전략적 완충'이었다.

밴스 장관이 내놓은 '창조적 대안(creative option)'은? "시나이 반도를 100% 반환해 이집트 자존심은 세워주고, 대신 UN 평화유지군을 주둔시켜 '군사적 완충지대'를 만들자." 11년간 표류한 협상은 깔끔하게 타결됐다. 20세기 최고 성공작이라는 '캠프 데이비드 협상'이다.

③ 상대방의 숨겨진 욕구를 찾아내 자극하라
창조적 대안은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상큼한 해법. 하지만 늘 찾을 수는 없다. 그럴 경우는 어떻게 할까? 손해 보는 쪽의 '숨겨진 욕구(hidden interest)'를 찾아내 건드릴 필요가 있다.

1940년대 유명한 육체파 여배우 제인 러셀과 저명한 영화 사업가 하워드 휴스의 전설적 협상 이야기.

러셀은 1년 전속료로 당시로선 어마어마한 100만달러를 요구하며 요지부동이었다. 이 가격에 사실상 타결되는 상황. 휴스는 막판에 '5만달러씩 20년 분할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60만달러로 깎는 셈. 그러나 손해 보는 듯한 러셀은 이를 받아들였다. 다음과 같은 휴스의 설득 논리가 러셀의 '숨겨진 욕구'를 성공적으로 자극했기 때문이다.

"일시불 100만달러가 당장이야 좋겠지. 하지만 몽땅 날릴 수도 있어. 매년 5만달러가 들어오면 20년 동안 안심할 수 있잖아?" ('미래 불안 회피 욕구' 자극)

"(지급 방식은 발표하지 않으니) 어차피 발표는 '전속료 100만달러'라고 할 거야. 당신은 순식간에 전례 없는 '100만달러 수퍼스타'가 되는 거지." ('명예욕' 자극)

"일시불 100만달러에는 세금이 절반 가까이 붙어. 왜 그걸 내?" ('납세 거부감' 자극)

휴스, 참 머리 좋다. 사람에게는 이렇듯 명예·안전·출세·과시·공평·인정(認定)·안락·가족·인간관계 등을 향한 다양한 욕구가 숨어 있다.

④ 윈윈(win-win) 협상을 위해 노력하라
좋은 협상, 윈윈의 협상은 좋은 뒷맛을 남긴다. 반면, 최악의 협상은 상대방을 쥐어짠 끝에 타결되는 경우. 당장은 내가 이득을 본 것 같지만, '협상에서 쥐어 짜였다'고 느끼는 상대방은 기회만 오면 복수하겠다고 칼을 갈게 마련이다. 심지어 계약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 "쥐어짜기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이므로 '창조적 대안'과 '숨겨진 욕구'를 적극 활용해 반드시 윈윈의 결과를 만들라"는 조언이다.

⑤ 서로 인정할 객관적 기준부터 먼저 정하라
객관적 기준(standard)을 정하지 않은 채 막연하게 "1억원 깎자", "못 깎는다"고 다투면 '협상'이 아니라 '흥정(bargaining)'이다. 시세, 장부 가격, 비슷한 규모 기업의 시가총액, 비슷한 협상의 최종 타결가, 공정한 제3자 전문가의 평가액 등을 서로 인정하는 객관적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아파트를 사고판다고 치자.

흥정; "5억에 팔겠다"와 "4억에 사겠다"던 두 사람이 "그럼 반씩 양보해서 4억5000만원에 하자"고 타결.

그래픽=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협상; 역시 "5억"과 "4억"을 부른 집주인과 원매자가 인근 시세, 비슷한 평형의 최근 매매가, 조망(眺望), 교통 같은 객관적 기준을 놓고 두루 검토한 후 "4억5000만원"으로 타결.

에이, 결국 똑같은 결론이구먼. 협상한 쪽이 괜히 시간만 들였잖아? 이런 의아심에 강사는 다음처럼 답했다.

"설사 결과가 똑같더라도, 객관적 기준을 놓고 협상을 거친 쪽은 결과에 훨씬 더 '수긍(首肯)'과 '납득(納得)'을 합니다. 수긍을 하면 협상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고, 결국 윈윈의 좋은 협상이 되는 것이죠. 객관적 기준을 공유하고 협상한 쪽이 단순히 흥정만 한 쪽에 비해 더 적절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은 물론이고요.'

⑥ 합리적 논거를 지렛대로 활용하라
무작정 윽박지르고 고압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터프(tough)한 협상가'라고? 절대 아니다. 스스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합리적 논거'를 많이 장착한 사람이 진정 강력한 협상가. 그래야 협상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 합리적 논거란 객관적 데이터, 권위 있는 이론, 관습, 전통, 내규 등을 뜻한다.

똑같이 100억원에 팔더라도, 합리적 논거를 많이 들이댄 협상가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100억원이 결코 비싸지 않군' 하는 인식(認識)을 갖게 하고 높은 만족도로 도장을 찍게 만든다. 협상이란 결국 서로 상대방의 인식을 바꿔내는 과정.

⑦ 배트나(BATNA)를 최대한 활용하라

강사의 조크. "세상에서 가장 협상하기 어려운 상대는 아들 딸이랍니다. 왜냐? 아들 딸은 대신할 차선의 대안(代案)이 없잖아요? 처나 남편 같은 배우자는 대안을 찾을 가능성이 조금은 있잖아요?"

수강생들의 폭소가 터진다. 배트나(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란 '협상이 결렬될 경우 대신 취할 수 있는 차선의 대안'을 뜻한다. 협상력을 키우는 강력한 무기. 이를테면 회사와 연봉 협상 중인 김 차장이 얼마 전 경쟁사로부터 '부장으로 오라'는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면 훌륭한 배트나를 손에 쥔 셈이 된다.

훌륭한 협상가는 배트나를 잘 키운다. 배트나가 없으면 만들어내기도 한다. 경쟁사 지인을 통해 스카우트 제의가 있는 듯이 슬쩍 흘리는 식으로 말이다.

좋은 배트나가 있다면? 협상 상대방에게 알리는 게 좋다. 다만 '관계'가 매우 중요한 협상이라면 배트나를 드러냈다가 상대 감정을 상하게 해 낭패를 볼 수 있다. 또 배트나를 알릴 때에는 본인이 노골적으로 밝히기보다는, 상대방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3자를 통해 점잖게 알려지게 하는 편이 좋다.

자신의 배트나가 좋다면? 협상의 시간을 끌어도 좋다. 배트나가 나쁘면? 되도록 협상을 빨리 끝낸다.

⑧ 좋은 인간관계를 맺어 협상의 토대로
상대방이 오랜 협상 끝에 합의해놓고는, 오늘 갑자기 "원점부터 재협상하자"고 나온다.

"이분이 왜 이러시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이렇게 받아치면 하수(下手)다.

"저는 당신이 약속을 쉽게 번복하는 분이 아닌 것을 잘 압니다. 그런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니 뭔가 사정이 있다고 짐작이 갑니다. 하지만 재협상은 불가능합니다. 두 회사의 장기적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합의 사항은 유지하되 다른 사안에서 절충하시죠."

이렇게 이슈와 사람을 분리하는 협상가가 고수(高手). 이슈에는 강하게 나가더라도, 사람에게는 반드시 부드럽게 하라. 협상 시작 전에 되도록 차 한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협상 과정에서는 상대방을 명예로운 사람으로 만들라. 그래야 좋은 인간관계가 구축되고 협상도 잘 흘러간다. 그렇다고 스스로를 너무 꾸미려고 하면 역효과.

강사의 충고. "모를 때는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세요. 화가 난다면 너무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화난 모습도 보여 주세요. 자기 본연의 모습에 충실할 때 가장 좋은 인상을 줍니다."

⑨ 질문하고 질문하고 또 질문하라

하버드 대학의 한 놀라운 연구 결과.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 욕구(interest)를 알아내기 위한 질문을 단 한 번도 하지 않는 경우가 무려 전체의 50%나 된다. 왜 그럴까?

상대방의 욕구를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질문을 하면 무지(無知)와 불평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둘 다 큰 착각이다. 풍부한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욕구를 알아내야 협상에서 성공한다.

질문도 잘해야 한다. "가격을 3%만 깎아주시면 안 돼요?"라고 질문하면 "안돼요"라는 짧은 대답으로 대화가 끊기기 마련. 이렇게 '예스 노'를 묻는 '닫힌 질문'은 협상을 교착으로 근접시키기 쉽다.

"가격 인하를 하면 어떤 점이 곤란해지시는 건가요?"처럼 대답을 길게 이끌어내는 '열린 질문'을 해야 한다. 그래야 대답 속에 상대방의 정보가 나오고 '창의적 대안'이나 '숨은 욕구'를 찾아낼 단서가 보인다.

질문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경청(傾聽)의 미덕. 듣고 듣고 또 들어야 협상에서 유리하다. 상대방의 말을 끊지 말고, 충분히 공감(共感)하면서 들어라. 잘 듣고 고개만 잘 끄덕여도 좋은 인상을 주고 협상에 유리해진다. 공감과 동의는 다른 것이니, 공감에는 인색하지 말라.

상대방 질문에 동의하기 어려울 때의 화법.

"아니죠, 왜냐하면…" 식으로 부정(否定)을 내세우지 말라. 대신 "맞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식으로 긍정(肯定)을 일단 내세운 후 설명을 하라. 상대방과 기분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요령이다.

⑩ 준비하고 준비하고 또 준비하라
"단체 협상을 할 때 가장 괴로운 순간은 언제일까요?"

강사의 질문에 침묵이 흐른다.

"옆에서 헛소리할 때입니다. 아군이 적군처럼 어이없는 얘기를 할 때 가장 힘들죠."

폭소가 터진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뭘까요?"

다시 침묵이 흐른다.

"준비, 준비, 철저한 준비입니다."

너무 뻔한 이야기 아닌가?

"뻔하지만, 준비야말로 압도적으로 중요합니다. 우리와 상대방의 요구, 욕구, 창조적 대안, 숨겨진 욕구, 객관적 기준, 배트나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협상 준비표를 통해 예습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아군의 헛소리와 헛발질은 바로 준비 부족에서 오는 가장 치명적 상황이거든요."

2009년 7월 23일 목요일

지상파(KBS·MBC·SBS) 버금가는 '종합편성 채널' 2개 나온다

지상파(KBS·MBC·SBS) 버금가는 '종합편성 채널' 2개 나온다

입력 : 2009.07.23 02:22

연말까지 사업자 선정 전국 90%이상 가구 시청…
'황금 채널' 확보가 관건 방송 3사 기득권은 여전

22일 국회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 등 미디어 관련 법안을 통해 1980년대 신군부가 만든 지상파 방송사의 독과점 구조라는 낡은 규제의 틀이 29년 만에 깨지게 됐다. 언론 학자들은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29년 만에 시장 진입 장벽을 허물었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번 개정안은 KBS·MBC·SBS 3사가 독점해온 지상파 방송 시장에 10% 지분 한도에서 신문과 대기업의 지분 참여를 허용했다. 또 현행 지상파TV처럼 뉴스와 오락·드라마 등을 편성할 수 있는 종합편성(이하 종편) 채널과 YTN과 같은 보도전문 채널에 신문과 대기업이 30%까지 지분을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여야 협상 과정에서 지상파와 보도전문 채널의 지분 제한 한도가 각각 20%와 49%에서 10%와 30%로 대폭 축소되는 등 규제완화라는 당초 입법 취지를 살리지 못한 '반쪽짜리' 개혁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종합편성 채널발(發) '미디어 빅뱅' 올까?

이번 방송법 개정안의 핵심은 새로운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종편 사업자는 운영하기에 따라 지상파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종편 채널이 등장하면 지상파처럼 뉴스를 포함해 다양한 프로그램의 편성이 가능하고, 케이블·위성TV와 IPTV(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 등에서 의무 전송 채널로 지정되어 전국 90% 이상 가구에서 시청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케이블TV에는 1500만 가구, 위성방송에는 245만 가구, IPTV에는 50만 가구가 가입해 있다.

한 언론학자는 "정부는 새롭게 등장하는 종합편성 채널을 통해 지상파가 독점해온 방송 시장을 개방하자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지상파의 여론 독과점을 해소하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언론재단의 '언론수용자인식조사'에 따르면, KBS·MBC 2개 방송사의 영향력 합계는 53.4%로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에 비해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현재 최대 2개까지의 종편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으로, 다음 달 중 사업자 선정 기준을 마련해 올 12월까지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새롭게 등장하는 종편 사업자가 위성이나 케이블TV 사업자들로부터 좋은 위치에 채널 번호(예를 들어 MBC에 이어지는 12번 등)를 받을 경우 아주 짧은 시간에 지상파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황금 채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종합편성 채널이라고 하더라도 수많은 케이블채널 중 하나로 전락해 현재의 PP(방송채널사업자)들처럼 1~2%대 시청률을 전전할 수도 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보도전문 채널 사업자도 최대 2곳까지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보도 전문 채널은 기존 YTN과 MBN이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경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규제 완화 효과 줄고, 사후 규제만 강화될 우려도

이번 방송법 개정안은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 방송에 대한 진입 규제를 완화했지만, 10%까지로 지분이 제한됐고, 경영권 행사마저 지상파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는 2013년 이후로 유예됐다. 이 때문에 매출 기준으로 전체 지상파 시장에서 81.1%를 차지하는 KBS·MBC·SBS 3사의 독과점 구조는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선문대 황근 교수(신문방송학)는 "국회에서 정치적 타협을 하는 바람에 규제완화 비율은 줄어들고, 사후 규제가 오히려 강화됐다"며 "진입규제가 심해져 실제로 들어올 사업자는 많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에 대한 규제만 강해질 우려도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법안은 구독률 20%를 넘는 신문은 방송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규제 장벽을 만들어 놓고, 다시 매체 합산 시장점유율로 사후 규제까지 하고 있어 자칫 규제기관의 권한만 커질 우려도 있다.

이번 법안은 정부 여당이 야당과 언론노조 등에 밀려 사실상 지상파의 기득권을 지켜준 측면도 크다. 여당의 법안 마련 과정에 참여했던 한 언론학자는 "애초에 지상파에 대한 진입 제한을 완화한 것은 경영난에 허덕이는 지역 방송에 자본의 물꼬를 터주는 큰 효과가 있는데, 서울에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조중동 방송' '재벌방송'이라는 선동에 말려 아무런 효과를 챙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미디어 법 개정에서 자산 규모 10조원 미만 사업자나 기존 방송 사업자의 경우 1인 지분 제한 한도가 기존 30%에서 40%로 늘어난 것은 지상파 10%, 종편·보도채널에 30%로 제한한 신문과 자산 규모 10조원 대기업에 비해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이번 방송법 개정안은 대기업 등의 지상파 사업 진출을 사실상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대기업, 방송 진출 '제한적 허용'

신문·대기업, 방송 진출 '제한적 허용'

입력 : 2009.07.23 02:19 / 수정 : 2009.07.23 07:23

여(與) 미디어법 강행처리, 야(野) "원천무효" 주장…
5공(共) 신군부가 만든 방송체제 '29년만의 수술'

여야의 격렬한 몸싸움 속에 미디어 관련 법안이 22일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즉각 법안 무효화와 장외투쟁을 선언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방송노조와 일부 이익단체들도 이에 가세하면서 당분간 정국은 냉각될 전망이다.

이날 본회의는 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의장과 의원들의 본회의장 출입을 쇠사슬까지 동원해 봉쇄하고 표결도 막는 바람에 한나라당친박연대, 무소속 일부 의원들로만 의결정족수인 재적 과반수 148명을 겨우 넘긴 가운데 진행됐다. 자유선진당은 본회의에 참석해 '찬성' 투표를 하려 했으나 민주당 측이 입장을 막는 바람에 본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번에 통과된 미디어 관련 법률은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방송법'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등의 개정안이다. 이번 개정으로 그동안 금지됐던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 사업 참여가 제한적인 범위에서는 가능하게 됐다. 이로써 1980년 신군부가 위압적이고 강제적인 언론통폐합, 신문·방송 겸영 금지 조치를 통해 만들어 낸 방송독과점 미디어 산업 구조가 일부나마 바뀔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됐다는 평가다.

난투극 국회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미디어법안이 차례차례 통과되자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의장석을 둘러싸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과 국회 경위들을 향해 뛰어들며 항의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장 안팎에서 고함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최악의 난투극을 벌였다./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개정 법안은 대기업과 신문사가 지상파의 경우 10%까지만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했다. 또 케이블TV의 종합편성·보도채널 지분은 30%, 인터넷방송(IPTV)의 종합편성·보도채널 지분은 49% 한도내에서 각각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대기업과 신문사는 어떤 방송사도 독자적으로 소유하거나 경영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 밖에도 구독률 20%를 넘는 신문은 방송 사업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여론 독과점을 막기 위한 여러 장치들을 규정했다.

그동안 미디어법 처리에 소극적이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자신의 여론독과점 규제 관련 주장이 반영된 수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이 정도면 국민도 공감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러나 민주당측의 출입 봉쇄로 표결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민주당측의 저지로 국회 청사에 들어오지 못한 채 사회권을 한나라당 소속 이윤성 부의장에게 넘겼다. 신문법은 재석 의원 162명 중 찬성 152표·기권 10표로, 방송법은 재석 의원 153명 중 찬성 150표·기권 3표로, IPTV법은 재석 의원 161명 만장일치로 각각 가결됐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민주당이 원내에서만 싸우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나와 이강래 원내대표는 의원직 사퇴를 결행할 것"이라고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또 이 부의장이 방송법 1차 표결에서 재석의원수가 정족수인 148명에 미치지 못하자 다시 표결을 실시해 통과시킨 데 대해 "국회법 위반으로 원천무효"라고 했다. 민주당은 다른 법안 역시 대리투표 의혹이 있다며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7/23/2009072300111.html?srchCol=news&srchUrl=news1

 

2009년 7월 7일 화요일

최태원 SK회장 - 이재용 삼성전무, 지난달 만난 까닭은?

최태원 SK회장 - 이재용 삼성전무, 지난달 만난 까닭은?
이동통신분야 협력, 강화방안 논의 가능성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이건희 전 회장의 장남 이재용 전무와 만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5일 삼성 고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6월 30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내 홍보관을 방문해 전시된 제품을 둘러보고 이재용 전무와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최 회장에게 삼성전자 완제품(DMC) 부문을 총괄하는 최지성 사장이 현황을 설명했으며 이 자리에는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등도 배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회장 일행은 삼성의 휴대폰이나 넷북 등 차세대 단말기와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LTE(Long Term Evolution) 장비 개발 현황 등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관을 둘러본 후 양측은 사장단을 중심으로 1시간가량 별도 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만남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업자 1위인 SK와 휴대폰 제조 등 전자업계 1위인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의 만남인 만큼 이를 계기로 앞으로 SK그룹과 삼성그룹이 차세대 단말기나 4세대 이동통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삼성과 SK 측은 이번 만남이 일상적이었다며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 회장은 이공계 출신이라 평소에 첨단기술이나 신제품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이번 최 회장 일행의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방문이나 삼성전자 경영진과의 만남이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SK 관계자는 "특별한 비즈니스를 위해 삼성전자 경영진을 만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제조업계 1위인 삼성전자와 통신서비스업계 1위인 SK가 협력관계 강화를 위해 사전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SK텔레콤이 지난 4월 4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와이브로와 LTE를 병행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LTE 단말기는 물론이고 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도 세계 기술 표준화 추세에 발맞춰 개발을 진행해왔다. 삼성은 LTE 부문에서도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해 놓은 상태다. SK텔레콤삼성전자가 내놓은 `넷북`을 차세대 단말기로 주목하고 있어서 양측이 공동 협력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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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6 04:00:03 입력, 최종수정 2009.07.06 14:16:58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9&no=368238

가입자 증가 두드러진 유선통신社는? 초고속인터넷은 SK브로드

가입자 증가 두드러진 유선통신社는?
초고속인터넷은 SK브로드
IPTVㆍ인터넷전화는 KT
올해 상반기 유선 통신시장에서 초고속인터넷은 SK브로드밴드가, 인터넷전화(VoIP)와 인터넷TV(IPTV)는 KT가 두각을 나타냈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6월 말 가입자 집계 결과 올 상반기 초고속인터넷 순가입자 증가(순증)에서 1위를 기록했다.

SK브로드밴드는 초고속인터넷 부문에서 6월 한 달간 5만2745명이 늘어 상반기 총 20만4885명의 순증 가입자를 확보했다.

특히 이 회사는 49만명으로 추산되는 초고속인터넷 상반기 총 순증 가입자의 40.8%를 차지해 이 부문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인터넷전화와 IPTV 시장에서는 KT가 경쟁사들에 비해 우수한 성과를 일궜다.

KT의 인터넷전화 시장 가입자는 올 6월 말 기준으로 79만5000여 명을 기록해 작년 말(32만6000여 명)에 비해 46만9000여 명 늘어났다.

같은 기간 45만6000여 명이 늘어난 SK브로드밴드와 44만7000여 명이 증가한 LG데이콤에 비해 근소한 우위를 기록했다.

KT의 IPTV 실시간 방송 가입자도 작년 말 7만5000여 명에서 올 6월 말 23만여 명으로 15만5000여 명이 증가했다. 이는 LG데이콤(15만1000여 명), SK브로드밴드(8만7000여 명) 등의 가입자 증가폭에 비해 앞선 것이다.

그러나 6월 한 달 기준으로는 SK브로드밴드가 3만4700여 명의 실시간 IPTV 가입자를 확보해 가장 많은 가입자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6월부터 전국 대도시와 중소도시로 서비스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80개 채널을 갖춘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손재권 기자 /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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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5 16:20:57 입력, 최종수정 2009.07.05 21:15:35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09&no=367938

정부 녹색산업 활성화 방안 뭘 담았나?

정부 녹색산업 활성화 방안 뭘 담았나?
녹색기술 인증제 9월 도입
기업 보증 3배 늘려 7조로

정부가 녹색 펀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소득공제 및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녹색 채권, 장기예금에 투자하면 이자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이 밖에 녹색 기술ㆍ프로젝트에 `녹색인증제`를 도입해 집중적이고 선별적인 지원을 도모한다.

정부는 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제4차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녹색 투자 촉진을 위한 자금유입 원활화 방안`을 발표한다.

우선 정부는 올해 하반기 중 산업은행과 연기금이 중심이 되어 5000억원 규모 녹색 사모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녹색 인증을 받은 기술, 프로젝트나 녹색 기업이 발행한 증권에 60% 이상을 투자하는 형태다. 이 펀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에게는 출자금액의 10%(공제 한도 1인당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해주고 출자금액의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연기금의 참여를 유도하고 펀드 투자 대상을 확대해 공모 또는 사모 녹색 펀드를 활성화하도록 유도하겠다"며 "녹색 펀드는 최소한 3년 이상은 존립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올해 600억원 규모로 조성되어 있는 `녹색 중소기업 전용 펀드`는 2013년까지 1조100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녹색 산업의 장기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채권과 장기예금이 조성된다. 이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개인은 이자소득에 대해 예금은 2000만원, 채권은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된다.

녹색 기술ㆍ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올해 9월 안에 `녹색인증제`가 도입된다. 이는 산업 지원 대상을 명확히 해서 선별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민관 공동의 녹색인증협의체를 구성해 인증에 대한 법적 근거를 녹색성장 기본법으로 규정할 방침이다. 특히 녹색 기술이 기업의 핵심 주력 산업인 기업에 대해서는 `녹색기업 확인`을 해주는 방안도 검토된다.

녹색 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원도 대폭 확대된다.

녹색 R&D에 대한 재정 지원은 올해 2조원에서 2013년에는 2조8000억원으로 확대되고 산업은행 중심으로 3000억원 규모 `연구개발 및 사업화 지원 매칭 펀드`가 이달 내에 설립된다.

녹색 기업과 프로젝트에 대한 신용보증 지원은 올해 2조8000억원에서 2013년에는 7조원으로 3배 가까이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대책에는 친환경 자동차와 LED 조명에 대한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대규모 설비 자금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6000억원을 지원하고 친환경차 부품업체에 대해서는 유동화증권 인수, 녹색 브리지론을 통해 2012년까지 설비 운전자금을 1조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LED 조명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교체 비용을 지원하면서 수요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공공기관이 LED 조명으로 교체할 경우 리스회사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장기에 저리(4~5%) 수준으로 대출해주기로 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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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5 17:40:02 입력, 최종수정 2009.07.05 19: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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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리셋`버튼을 눌러라

한국경제 `리셋`버튼을 눌러라
섣부른 낙관론에 단기처방 치중…개혁부진ㆍ고질병 방치
◆經世濟民의 틀이 바뀐다 3부 (1)◆

새장에 갇혀 밤에만 노래를 부르는 꾀꼬리가 있었다. 박쥐가 새장에 다가가 물었다. "너는 왜 밤에만 노래를 부르고, 낮에는 조용한 거지?" 꾀꼬리가 대답했다. "낮에 노래를 부르다가 이렇게 잡혀와 새장에 갇히게 됐잖아. 더이상 낮에는 노래를 부르지 않기로 했어." 어이가 없어진 박쥐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말했다. "어차피 지금은 아무 상관없잖아. 넌 이미 새장에 갇혀 있는데."

달라진 상황을 깨닫지 못하고 과거에 갇혀 있는 어리석음을 빗댄 우화 한토막이다.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세계 자본주의에 심각한 균열이 드러난 지 280여 일이 지났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이후 세계 자본주의는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장기 불황의 공포는 초대형 재정적자와 제로(0)에 근접하는 금리정책을 등장시켰고, 이는 `구제금융 거품(Bailout Bubble)`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작은 정부`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거부감도 크게 감소했다. 또 저성장과 낮은 기대이익을 감수하며 리스크관리에 매달리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요컨대 `금기(禁忌)`는 깨졌고, 예전으로 되돌아 가기에는 경제위기의 골은 깊었다.

이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선진국들은 지난 9개월여 동안 생존을 위한 개혁에 박차를 가해 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금융규제 개혁안을 발표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80년 만에 추진되는 대개혁이다. 유럽 각국도 중앙은행의 시장 모니터링과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정책기능을 재조정하는 식의 개편에 나섰다.

기업과 금융회사 구조조정도 거침없이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재정을 쏟아부으며 금융회사의 부실을 털어내고 있고, 시장원칙에 따라 기업 퇴출과 인력조정을 묵묵히 감내해가고 있다.

미국의 6월 실업률은 9.5%로 2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5월 실업률 역시 9.5%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지난 5월 한국의 실업률은 3.8%로 1년 전에 비해 0.8%포인트 높아졌을 뿐이다. 그나마도 일부 자영업자와 비정규직ㆍ청년층이 고용 악화의 피해를 뒤집어썼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위기 전으로 복귀할 수 있으리란 근거 없는 낙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안이하게도 한국 정부는 여전히 위기극복을 위한 단기 조치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덕분에 긴장감만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체계 개선과 노동 유연성 확대, 서비스업 선진화 등의 시스템 개혁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오로지 정책당국자의 `말`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오히려 경제위기를 핑계 삼아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각종 고질병들이 마냥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제 거듭나기`에 열중하는 동안 한국만 예전의 관행을 답습하며 미래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밤에만 노래하는 꾀꼬리`는 오늘날 한국 경제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위기의 징후들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부채 만기의 불일치가 초래한 비극이었다면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소비와 저축의 불일치가 주원인이다.

이런 판국에 한국 정부와 한국 개인의 빚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관리대상수지와 국가채무비율은 각각 GDP 대비 -5.0%와 35.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5%, 30.1%에 비해 크게 악화된 수치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나라 빚 때문에 정부 부문에 의한 추가 수요 확대(경기부양)도 앞으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월평균 3조원씩 증가했다. 지난해의 2조원을 크게 웃도는 기록적인 수준이다. 넘치는 유동성은 이미 한국 경제의 최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세계가 `집값 버블`로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과잉유동성 흡수를 위한 `출구전략(Exit Stategy)`의 결단 시기는 반드시 온다"고 지적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과잉유동성 흡수를 위한 `출구전략`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달 19일 유럽연합(EU) 각국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제 경기회복에 맞는 정책적 조율이 중요하다"며 "신뢰할만한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경제는 출구전략 실행 시점에 맞춰 다시 한번 요동칠 것이고, 한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출구전략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느냐다.

이종화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책을 설계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라며 "막상 상황이 닥쳐 출구전략을 준비하게 되면 적절한 정책 타이밍을 놓쳐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당장 실행을 할 단계는 아니지만 나중을 위해 출구전략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 이진우 차장 (팀장) / 김태근 기자 / 박만원 기자 / 한예경 기자 / 박용범 기자 / 김은정 기자 / 강계만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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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5 17:40:03 입력, 최종수정 2009.07.06 07: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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