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들은 제품서 긍지ㆍ지위도 사고 싶어한다 | |||
| 마켓 드라이빙 이론 배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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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MBA / (1) 하영원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초기 소비자 연구는 신고전경제학파의 소비자 수요 이론을 전제로 했다. 소비자는 주어진 예산하에서 자신의 효용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선택을 하고, 이는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합리적 행동을 정의하기 어렵고 소비자가 무엇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소비가 왜 일어나는지 설명이 부족했다. 이후 심리학과 사회학이 소비자 행동 연구에 본격적으로 접목됐다. 프로이드의 심리분석 이론을 바탕으로 한 `동기조사`는 심층 면접법이나 집단 면접법 등을 통해 구매 결정에 있어서 심리적 요인을 분석했다. 1960년대 등장한 `사이코그래픽스(psychographics)`는 라이프 스타일을 행위, 관심, 의견 등 사이코그래픽 변수와 인구통계적 변수에 의해 측정하는 식으로 소비자 행동을 설명했다. 1960년대 후반 들어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을 종합한 소비자정보처리모형(CIP)이 개발됐다. `하워드-셰스 모형`, `엥겔-콜라트-블랙웰(EKB) 모형`, 베트만의 `정보처리모형`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모형은 논리적 의사결정자인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데 인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가정한다. 1968년 처음 개발된 EKB 모형은 이후 다섯 차례 수정을 거쳐 1986년 엥겔-블랙웰-미니아드(EBM) 모형으로 정착됐다. EBM 모형은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투입→정보처리→의사결정 과정→의사결정 영향요인` 등 4단계에 따라 설명한다. 1971년 랭카스터가 내놓은 `특성이론`도 있다.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는 소득, 가격 등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특별한 속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살 때 소비자는 실용적 목적뿐 아니라 승차감, 디자인, 내부 장식 등 제품 특성을 고려해 구매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에는 쾌락적, 경험적 관점에서 소비자 행동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소비자의 구매행동이 합리적ㆍ논리적 인지뿐만 아니라 정서적 동기로부터 이뤄진다고 본 것이다. 이 관점은 소비자가 정서적 동기에서 구매 행동을 하며 소비과정에서 즐거운 느낌을 경험하고자 한다고 전제한다. 물리적 특성보다는 사랑, 긍지, 지위 등을 표현하는 상징적 가치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소비자의 감성과 잠재의식을 기업이 먼저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마켓 드라이빙` 이론은 이러한 시도의 연장선상에서 주목받고 있다. [황시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9년 8월 1일 토요일
◆Summer MBA / (1) 하영원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계속
◆Summer MBA / (1) 하영원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 이젠 기업이 소비자 가르치는 마켓 드라이빙 시대 | ||||||
| `값싸고 튼튼` 대신 `왠지 더 좋다` 반응 이끌어내야 삼성전자 TV `뛰어난 LCD` 아닌 `LED`로 대박 새 제품은 완전히 새로운 범주로 차별화해야 성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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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MBA / (1) 하영원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사실 이 동영상은 삼성전자의 광고였다. 삼성전자는 3월 `LED TV`를 글로벌 시장에 론칭했다. LCD TV이지만 광원으로 냉음극형광램프(CCFL) 대신 LED를 넣고 두께를 3㎝ 이하로 줄인 TV를 삼성전자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군(new category)으로 소비자에게 인식시켰다. 삼성 LED TV는 출시 4개월 만에 전 세계적으로 65만대가 팔려나가면서 히트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범주적 차별화(categorical differentiation)`를 실천해 불황기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LED TV`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정하지 않고 `뛰어난 LCD TV`로 접근했다면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을지 모른다. ◆ 소비자에게 배우지 말고 가르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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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마켓 드리븐(market-driven)` 전략은 분기별로 소비자 성향조사를 실시한 뒤 거기에 맞춰 가격이나 제품 특성을 변경하는 식의 검증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방식은 소비자들이 대개 고정적인 선호를 갖고 있다고 가정한다. 이처럼 의례적인 소비자 조사를 바탕으로 신제품 전략을 세우는 기업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반면 `마켓 드라이빙(market-driving)` 전략은 소비자의 잠재 의식에 초점을 맞춘다. 또 주도권은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이 쥔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마켓 드라이빙 전략을 "소비자를 가르치는 전략"이라고 정의한다. 기업이 소비자 행태에서 마케팅 방법을 배우는 수동적 단계를 뛰어넘어 혁신적인 제품을 통해 소비자를 `가르친다`는 뜻이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 꿈속 테마파크를 현실로 만든 디즈니랜드는 소비자가 앞서 희망했던 사업 모델이 아니었다. 기업이 먼저 상상력과 혁신을 통해 완전히 다른 범주의 제품을 가능케 한 사례다. 특히나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이 `완전히 범주가 다르다` `아주 새롭다`고 느끼는 제품이 잘 팔린다. 과거의 마케팅 연구들은 소비자의 선호(preference), 경험(experience), 인식(perception) 등 차가운 주제(cold topic)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엔 감성(heart)과 영혼(spirit)에 호소하는 `뜨거운 주제(hot topic)`가 대세다.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해야 한다는 간결한 메시지다. `가격이 싸고 제품이 튼튼하다`가 아니라 `왠지 모르지만 이게 더 좋다`는 반응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의 맛은 다른 경쟁제품과 엇비슷하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다른 제품과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빙그레에서 사용하는 항아리 모양의 용기는 일종의 새로운 선택 기준이 됐다. 범주적 차별화가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심플한 디자인, 터치 방식을 통해 대성공을 거둔 애플 아이팟(iPod) MP3플레이어도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후발 기업에도 범주적 차별화가 성공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하이트맥주는 OB맥주가 장악하던 시장에 제품을 처음 내놓을 때 `비열처리`를 내세웠지만 차별화에 실패했다. 하지만 `지하 150m 암반수`라는 후속 마케팅은 큰 성공을 이끌어냈다. 맛이 아니라 원료가 다르다는 식의 홍보가 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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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제품과 비교를 과감히 거부하라 = 아이스크림 제조사인 하겐다즈는 편의점에 상품을 공급할 때조차 개별 냉동고를 고집한다. 다른 빙과류와의 가격 비교를 애초부터 막겠다는 취지다. 여러 브랜드의 상품이 한군데 뒤섞여 있으면 자연스럽게 가격을 먼저 비교하기 마련이다. 비교가 아닌 개별적 가치 판단만 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범주적 차별화를 위한 중요한 장치다. 범주적 차별화는 명품 업체에서 두드러진다. 한 벌에 2만달러를 호가하는 샤넬의 `오트 쿠튀르(고급 여성복)`는 고작 1년에 200벌 정도 팔린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을 들여 오트 쿠튀르를 만드는 것은 남들보다 유행을 6개월 이상 앞서가는 창조적 차별화를 위해서다. 당신의 제품이 범주적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는지는 수량을 여러 개 더했을 때 소비자의 선택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동방신기가 출연한 공연 한 번을 볼지, `짝퉁` 동방신기가 나오는 공연 열 번을 볼지 선택하라면 결과는 자명하다. 다만 주의할 점은 있다. 도를 넘어서는 무리한 차별화는 실패한다는 교훈이다. 1992년 펩시콜라는 무색 콜라인 `크리스털 콜라(Crystal Pepsi)`를 출시했다. 검은색 콜라 일색의 시장에서 나름대로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시도는 엄청난 실패로 끝나고 생산은 1년 만에 중단됐다. 검은색이 아닌 콜라는 맛과 청량감이 떨어질 것이라는 소비자 기호를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존 소비자들의 인식이나 선호를 무시하면서까지 차별화를 시도할 경우엔 오히려 실패를 맛보게 된다. ■ He is… 하영원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55)는 마케팅 분야에서 뛰어난 학문적 성과를 쌓아왔다.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러트거스대 조교수를 거쳐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소비자학회장, 한국마케팅학회장,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효성그룹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부인은 김명숙 서울시립대 교수다. 저서로 `소비자 행동(법문사)` `마케팅 원론` `신제품 마케팅(이상 학현사)` 등이 있다. 오는 10월 마케팅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소비자 연구 저널(Journal of Consumer Research)` 오프라인판에 마켓드라이빙 이론을 담은 논문 `범주적 속성이 소비자 선택 상황에 미치는 영향`이 실릴 예정이다. [정리 = 황시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고] Summer MBA 지상강좌 23일부터 연재
앞으로 이어질 강의 주제는 마케팅, 재무관리, 생산관리, 회계, 글로벌 전략 등 경영학의 다양한 분야를 아우릅니다. 출연 교수진도 국내 8개 대학, 소장학자와 원로급 교수들로 다변화했습니다. 특히 글로벌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기업들의 실제 사례를 담는 등 현장감도 살렸습니다. 기업인들은 물론 경영학에 관심 있는 직장인, 대학생, 일반 독자 여러분께 무료로 `미니 MBA`를 수강하는 효과를 드릴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 매일경제신문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WPP 총수 마틴 소렐
'황제(皇帝)의 불치병'… '광고·마케팅 제국' WPP 총수 마틴 소렐 "난 '창업자의 병(病)' 앓고 있다"
갱년기 우울증 빠졌던 마흔 때 인생 돌파구 찾기 위해 창업
어떡하면 잘 키우고 이끌까 '창업자의 病' 앓고 또 앓다 세계 최고 '미디어 파워'로
"미디어그룹 분열과 재편성… 대폭풍 불어닥칠 것"
- ▲ 서울 여의도 TNS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마틴 소렐(Sorrell) WPP그룹 대표는 끊임없이 사업을 끌고나가야 하는 창업자의 고통을 '창업자의 병'이란 말로 표현했다. 그만큼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 그는 WPP그룹을 20여년 만에 세계 정상의 광고·마케팅 그룹으로 키워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광고와 커뮤니케이션에 종사하는 기업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세계적인 광고·시장조사·홍보·마케팅 대행사들이다. 이 회사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WPP그룹 소속이라는 점이다.
WPP그룹은 광고·마케팅업계의 제국(帝國)이라 할 만하다. 런던에 근거지를 둔 이 지주회사는 270여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103개국 1400여개 사무소에 7만여명이 일한다. 해마다 미국의 옴니콤(Omnicom)과 세계 광고·마케팅 순위 1·2위를 다툰다. 지난해 매출은 136억달러, 프로젝트 수주액은 674억달러.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돼 FTSE100 주가지수에도 포함돼 있다. 영국 증시에서 시장 가치는 7월 30일 현재 43위다.
이 거대 광고·마케팅 그룹을 이끄는 최고경영자 마틴 소렐(Sorrell)이 최근 방한, Weekly BIZ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영국 국적의 유대계 기업인인 그는 이 기업을 창업 24년 만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는 40세이던 1985년 WPP의 모태인 '와이어 앤드 플라스틱 프로덕츠(Wire and Plastic Products)'를 인수하며 '늦깎이 창업'에 뛰어들었다. 누가 봐도 '뜬금없는 시도'였다. 당시 와이어 앤드 플라스틱 프로덕츠는, 이름 그대로 플라스틱과 철사 바구니를 만들던 기업이었다.
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그는 잘나가는 광고회사 사치앤사치(Saatchi & Saatchi)의 CFO(최고재무책임자) 자리를 그만뒀다. 사치앤사치에서 그는 창업주 사치 형제에 이어 '제3의 형제'로 불릴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는 뒤늦은 창업에 뛰어들었을까?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TNS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소렐 대표의 대답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간단했다. "'갱년기(male menopause)' 우울증에 시달렸거든요.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싶었습니다."
누군가는 중년을 맞아 정체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등산을 시작한다. 아니면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그 해법이 소렐 대표에게는 '창업'이었다는 것이다. 농담인가 싶어 그의 얼굴을 살폈다. 약간의 미소를 띠고 있을 뿐 그는 진지했다. 세상에는 정말 별별 창업자가 많다.
기자의 미심쩍어하는 눈길을 느낀 듯, 소렐 대표는 말을 이어갔다. "그때는 정말 우울했습니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해야 할 것 같았죠. 그게 오히려 열정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까지 창업의 열정에 넘치지는 않아요. 오히려 '창업자의 병(founder's disease)'을 앓고 있습니다."
창업자의 병? 기자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소렐 대표는 다시 설명을 계속했다. "회사를 창업해 본 사람들의 경험은 일반 사람들과 다릅니다. 저는 때때로 '남자가 애를 낳는 것과 같다'고 표현합니다. 기업에 문제가 닥쳤을 때 창업자의 입장은 매니저나 직원의 입장과는 아주 다릅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만약 무언가 일을 시작하고 싶다면, 그걸 끝내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그야말로 모든 종류의 문제와 이슈가 제기됩니다. 전 그런 고통을 지금 받고 있어요."
- ▲ 세계적인 M&A·미디어 전문가 마틴 소렐 WPP그룹 대표. /블룸버그
국내의 대표적인 벤처기업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사석에서 사업의 고통에 대해 물으면 "마치 나 혼자 천길 벼랑 끝에 선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확실히 창업자에게 경영은 진검이 오가는 사투(死鬪)인 것이다.
그러나 소렐 대표의 고통은 적어도 헛되지는 않았다. 20여년의 사투(死鬪) 끝에,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전문가이자 M&A 전문가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광고회사 임원으로 잔류했다면 감히 꿈꾸기 어려운 자리다.
그는 영국 기업들의 이미지를 높인 공로로 2000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전 세계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그는 어떤 언론이라도 만나고 싶어하는 세계 최고의 인터뷰 대상자(interviewee) 중 하나다.
그는 기대를 헛되게 하지 않았다. 1시간 남짓한 인터뷰가 이어지면서, 그는 거침없이 미디어와 세계 경제 현안을 넘나들며 다양한 주제를 언급했다. 예측에는 반드시 '첫째', '둘째'를 붙여 가며 신중하게 근거를 제시했고, 모호한 수치가 있으면 블랙베리를 두드려 즉석에서 확인했다.
'디지털 페니(Digital Pennies·지나치게 저비용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뉴미디어의 약점)', 'LUV(유럽·미국·아시아의 경제 성장 곡선을 각각 빗대 만든 신조어)' 등 자신의 설명을 보충하기 위해 귀에 달라붙는 '스티커 메시지'도 수시로 구사했다.
그는 미디어산업이 향후 저비용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예측은 공짜 콘텐츠 공급 시대가 온다고 역설한, 세계적인 IT전문가의 최근 저서 '프리(Free)'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현상에 우려할 만한 측면이 있으며, 세계 각 국가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평생 미디어를 상대로 사업을 해오셨는데, 향후 세계 미디어 산업이 어떻게 바뀔 것으로 예측하십니까?
"일단 뉴미디어와 전통 매체 간의 융합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경기 침체이고 또 하나는 뉴미디어의 부상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로 인해 많은 미디어 그룹들에 그동안 숨겨져 있던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입니까?
"먼저 전통 매체부터 언급하겠습니다. 미국과 서유럽의 경우, 전통 매체들은 마치 '파리처럼(like flies)' 추락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서히 '살해되고(killed)' 있습니다. 뉴미디어가 (정보 복사와 전달이 저비용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낮은 가격에 콘텐츠를 공급하니 전통 매체들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NBC유니버설 최고경영자(CEO) 제프 주커(Zucker)가 지난해 쓴 표현을 인용해 볼까요? '우리는 아날로그 달러(dollars)의 시대에서 디지털 페니(pennies)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마틴 소렐(Sorrell) 대표가 이끄는 WPP그룹의 성공 방정식은 공격적이다.
먼저 소렐 대표가 시대의 변화를 읽고, 적기(適期)에 저평가된 기업을 산다. 그리고 경영을 호전시키고, 그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또 다른 저평가 기업을 사들인다.
이 성장 모델은 위험이 크다. 세계의 미래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그에 따라 적정한 기업가치를 추산해내지 못하면 단번에 몰락할 수 있다. 그러나 소렐 대표는 통찰력으로 이 위험을 거뜬히 뛰어넘어 왔다는 평가를 듣는다.
'광고 못지않게 홍보(PR)와 입소문 마케팅이 기업의 중요한 마케팅 도구로 성장할 것'이란 그의 예측이 대표적이다. 그는 WPP 인수 후 3년 동안 18개 회사를 사들였는데, 대부분이 PR·입소문 마케팅 대행사였다. 지금 광고회사들이 홍보와 입소문 마케팅을 강화하는 흐름을 감안하면 20여년 앞을 내다본 셈이다. 각국 언론은 호오(好惡)를 불문하고 그의 통찰력과 기업가 정신에 대해서만은 "제국의 건설자(영국 인디펜던트)"나 "모험가(미국 뉴욕 선)"라는 표현을 통해 경의를 표한다.
그의 통찰력의 원천은 '현장'이다. 지금도 그는 1년에 25~30개국을 돌아다니며, 각국 현장에서 지식을 직접 습득한다. 이날 인터뷰 장소에서도 그의 '습관'은 적잖게 기자를 당황하게 했다. 인터뷰 서두에 오히려 자신이 기자인 것처럼 '심층 인터뷰'를 먼저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한국 정부에 대해 대중은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까?" 등 간단치 않은 질문이 잇달아 쏟아졌다.
사무실은 분명 에어컨 바람으로 서늘했지만, 기자의 이마에는 뜻하지 않은 '역(逆) 인터뷰'로 진땀이 났다. 그러고 보니 이번 인터뷰에 앞서 WPP 계열사 직원들에게 들은 말이 생각났다. 소렐 대표가 한국에서 휴식시간도 거의 없이 1시간마다 회의를 잡아 계열사 직원 수십명을 만나고 있다는 것이다. 책상 위를 흘깃 쳐다보니 회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점심용으로 쓰였던 샌드위치 부스러기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겨우 정신을 차려 한국이 처음이냐고 물었다. 그가 "몇 번 다녀갔다"고 답했다. 이미 여러 번 방문했으면 한국을 잘 알 텐데, 왜 질문을 하느냐고 묻자 바로 대답이 이어졌다.
"무슨 말을…. 보통 한 나라에 3일 정도를 머무르는데, 그중에 6시간을 자니까 최대 18시간을 현지 지식 습득에 씁니다. 그래 봐야 약 54시간 정도가 되죠. 하지만 당신은 1년에 수백 일을 한국에 있죠. 그러니 지금 당신이 나에게 한국을 가르쳐 주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갑자기 170cm가 채 안 되는 이 남자의 열정과 호기심이 방 전체를 꽉 채우는 것처럼 느껴졌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그의 키는 약 167cm이다).
이제 기자가 그의 지식을 배울 차례였다. 질문을 던지자, 그 역시 세계 각국의 현장에서 습득한 미디어와 경제 변화 예측을 시작으로 흔쾌히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전통 매체의 역할을 뉴미디어가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요?
"중요한 논란이 일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뉴미디어가 전통 미디어를 대신해 우리에게 새로운 '눈'을 주는지 여부입니다.
즉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사용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user generated content)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저나 이 방의 다른 사람들 누구나 기사를 쓸 수 있어요. 하지만 과연 이런 사용자 제작 콘텐츠가 전통 매체의 콘텐츠를 대체할 만큼 충분히 질이 높을까요? 일관성, 정확성, 긴박성에서 사용자 제작 콘텐츠는 정말로 전통 매체의 콘텐츠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정부나 국민은 이 문제를 판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구글 같은 뉴미디어가 정말 그들의 슬로건대로 '아무 해를 끼치지 않는다(Google does no evil)'고 믿는다면, 구글에 인터넷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도록 허용하고 사람들은 공짜로 콘텐츠를 받아보면 됩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이나 국민을 대리한 정부는 미디어의 다양성 보호에 나서야 합니다. 즉 기존 미디어들이 좀더 경쟁력을 갖는 융합(consolidation)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현재 이 문제는 미국과 유럽 같은 서양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지만, 아시아도 비슷한 갈림길에 직면할 것입니다."
―뉴미디어 자신도 문제가 있습니까?
"그럼요. 무엇보다 뉴미디어는 수익 모델을 만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페이스북은 큰돈을 벌지 못합니다. 트위터도 돈을 못 벌죠. 유튜브와 마이스페이스도 아마 큰 재미는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예외적으로 큰돈을 벌고 있습니다.
뉴미디어 기업들은 매출이나 이익보다는 인터넷 트래픽(소통량)이나 방문자 수에 근거를 두고 기업을 운영합니다. 아마도 이익을 내거나 현금을 창출하기 전까지 5~6년은 더 걸릴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벤처 캐피털은 더 돈을 쏟아 부어 현금을 소진해야 합니다.
그 결과는 명확합니다. 뉴미디어와 전통 매체 간의 융합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많은 미디어그룹이 효율성을 잃고 분열될 것이고, 이들이 새로운 형태로 재통합될 것입니다. 이것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으로 번질 겁니다.
심지어 뉴미디어 간 제휴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MS와 야후(Yahoo)의 제휴 논의가 매우 활발한데, 이는 구글이 주도하고 있는 검색시장의 균형을 위해 매우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MS와 야후는 인터뷰 며칠 후인 29일 검색 사업 제휴에 합의했다)."
―한국도 최근 미디어 간 교차 소유를 완화하는 미디어법 개정을 거쳤습니다. 알고 계시는지요?
"미디어 간의 장벽을 없애는 취지로 법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디어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긍정적입니다. 사실 한국도 미디어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나라 중 하나입니다. 도움을 적절하게 받는다면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을 배출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한국의 전통 인쇄 매체를 위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만약 당신이 한 국가, 한 개의 미디어 플랫폼에만 머무른다면 그건 문제입니다. 다만 한국어로 발행되는 신문이기 때문에 오히려 좀 더 이로운 면은 있어요. 당신이 다양한 국가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신문, 즉 영어 신문이거나 프랑스어 신문이거나 독일어 신문이었다면 경쟁이 더 치열했을 겁니다.
그래도 저는 한국 신문이 뉴미디어로 진출하고, 해외로도 진출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영국에서 가장 취약한 미디어를 꼽으라면 상업방송인 iTV인데, 영국에서만 무료로 제공되며 '한 국가, 한 플랫폼'에만 머무르다가 경쟁력이 약화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금 뉴미디어 회사를 하나 산다면 어디를 고르시겠습니까?
"당연히 구글이죠. 그들은 인터넷 검색 서비스가 뛰어난데, 앞으로 모바일(휴대전화용) 검색 서비스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맞을 겁니다. 이미 구글은 이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가속이 붙고 있습니다.
다만 전통적인 기업들과 구글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좀 복잡합니다. 저는 구글을 한때 '프레네미(Frenemy)'라고 표현했는데, 단기적으로는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적이 될 것이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런 면을 생각하면, 사실 당신 질문에 가장 정확한 답변은 '차세대 구글(구글에 비견할 만한 차세대 유망주를 의미)'일 겁니다(큰 웃음). 혹시 한국에서 박사들이 몇 명 차고에 모여 엄청난 뉴미디어 기술을 개발한다면 좀 알려주세요."
―많은 기업 CEO들을 만나실 텐데, 세계 경기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로이터통신의 한 기자가 이런 말을 했었죠. 세계 경기 전망을 요약하면 '러브(LUV)'라고. 서유럽은 L자형, 미국은 U자형, 아시아는 V자형으로 경기가 움직일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 말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내 개인적인 견해는 유럽의 경우엔 약간 올라간 이탤릭 'L'자 형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꼬리가 길게 늘어진다는 의미).
아마도 경기는 계속 좋아질 겁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올 수 있습니다. 과연 정부가 계속 적자 재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세금을 올릴 수 있을까요? 높은 실업률을 두고 볼 수 있을까요? 제 생각은 그럴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 돈을 더 찍어내야 하고, 결국 언젠가 인플레이션이 올 겁니다."
―광고의 미래는 어떻습니까?
"세 가지 변화가 있을 겁니다. 첫째는,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중앙 및 동유럽지역의 부상입니다. 둘째는 뉴미디어 광고의 부상입니다. 마지막으로 또 중요한 점은 바로 통찰력(insight)입니다. 소비자를 꿰뚫어 볼 줄 아는 통찰력이 장차 이 업계에서 매우 중요한 능력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데이터는 점점 많아질 것이고, 광고는 데이터에 의해 집행될 것입니다. 결국 주어진 데이터를 보고 왜 소비자가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에서 승부가 판가름나게 됩니다. 다시 말해 광고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키(key)는 바로 새로운 시장, 새로운 매체, 소비자 행동원리에 대한 이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보다 공격적인 M&A를 벌여왔던 만큼 M&A의 타이밍을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 기업들이 해외로 신규 사업을 시작하거나 M&A를 하기에 적기입니까?
"제 대답은 '예스(Yes)'입니다. 지난 몇 달간 우리는 경기 후퇴와 함께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에 본사가 있는 서구의 다국적 기업들이 급격하게 보수적으로 돌아서는 것을 목격해 왔습니다.
하지만 중국 같은 곳의 회사들은 이들이 투자를 줄이는 사이 거꾸로 투자를 늘리고,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국적 회사들은 투자를 늘릴 수가 없어요. 이들은 분기별 실적으로 성과를 판단하기에 단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줄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장 점유율이 한 번 줄어들면 다국적 회사들은 나중에 비싼 비용을 치르게 될 겁니다."
―이런 질문 많이 받으셨겠지만, 본인이 성공한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글쎄요(웃음). 광고와 PR, 디자인, 시장 조사 비즈니스를 일찌감치 통합한 게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20여년 전만 해도 PR이나 디자인 대행 등은 하찮은 업무에 불과했어요. 하지만 저는 광고와 다른 비즈니스를 통합하면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987년에 당시 우리 회사의 13배 규모였던 JWT그룹(광고)을 사들였죠. 이어서 힐앤놀튼(PR), MRB(마켓리서치) 등 기업들을 잇달아 통합해 남들에 앞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산업에 큰 흥미를 느낀 점도 작용했습니다. 광고나 마케팅 대행 사업은 역사나 경험 같은 게 꼭 필요하지는 않거든요. 제가 PR 캠페인을 직접 집행하거나 직접 광고를 만들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처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진입 장벽이 없고, 매우 개방적인 산업입니다. 스포츠나 엔터테인먼트산업과도 비슷해요. 원칙적으로 이 업종의 회사들은 오로지 가장 마지막으로 수행했던 작업에 의해서만 평가받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을 위한 충고를 해주시겠습니까?
"아시아 국가들은 서구 시장에 무게중심을 둘 것인지, 아시아의 국가들과 새로운 무역관계를 늘릴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호주는 선택을 잘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호주는 확실하게 아시아 편을 택했는데,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방금 호주 시드니로부터 왔는데, 모두가 경제에 아주 낙관적이었습니다. 경기 침체란 통상 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를 말하는데, 그런 정의로 본다면 호주는 선진국 중 거의 유일하게 경기 침체를 피해냈습니다. 이는 명확하게 중국에의 의존도를 높인 덕분입니다. 호주는 우리 크리켓 속담에 따르면 '편을 잘 골랐습니다(That's batting on a good wicket)'."
어음할인 [discounting of bills]
요약
은행이 어음소지자의 의뢰에 의해 액면금액에서 만기일까지의 이자를 공제하고 매입함으로써 어음의 유통을 도모하는 것
본문
경제적으로는 은행이 어음할인을 통해 신용을 제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상은 주로 상업어음이 되며, 화환(貨換)어음 ·은행인수어음도 어음할인의 좋은 대상이 된다.
상업어음은 상품거래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성 ·확실성 ·자동성 ·유동성 등에서 우수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 어음이라 하겠으나, 일람출급(一覽出給)어음의 경우는 할인의 대상이 되는 지급기간이 없기 때문에 제외된다.
어음할인시장이 발달되어 있는 영국 ·미국 등지에서는 은행의 어음할인이 원칙적으로 할인시장에서 중개업자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즉, 어음의 할인업무는 은행 ·어음 브로커(bill broker) ·할인상사(discount house) 등에 의해 영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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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음 [bill]
요약
발행하는 사람이 일정한 금전의 지급을 약속하거나 또는 제3자에게 그 지급을 위탁하는 유가증권
본문
지급을 약속하는 증권을 약속어음이라 하고, 제3자에게 지급을 위탁하는 증권을 환어음이라 한다. 수표는 법률상의 형식에 있어서는 환어음과 같은 지급위탁증권이나, 경제상의 기능에 있어서는 어음에서와 같은 신용작용을 하지 아니하고 지급작용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음법과 구별하여 수표법이라는 다른 법률을 규정하고 있다.
어음은 유가증권인데, 그 표창(表彰)하는 권리와 증권과의 관계가 아주 밀접하여 권리의 발생 ·행사와 이전의 전부에 증권이 필요하므로, 완전한 유가증권이다. 어음이 표창하는 권리는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금전채권이며, 이 권리는 어음의 작성에 의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므로 설권증권(設權證券)이라 한다.
또 어음은 유통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하기 위하여, 그 원인에서 분리하여 권리의 행사에 원인의 입증을 요하지 않은 무인증권(無因證券)이며 증권상의 권리관계가 증권에 기재한 문구에 따라 정하여지는 문언증권(文言證券)이다. 어음의 유통에 있어서 거래의 안전을 꾀하기 위하여, 어음요건인 필요적 기재사항을 법으로 규정하여(어음법 1 ·75조) 그 하나라도 기재하지 아니하면 원칙으로 무효가 되는 엄격한 요식증권(要式證券)이다. 또 어음은 본래 지시식(指示式)으로 발행할 수 있으나, 기명식으로 특히 지시문구를 기재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법률상 당연한 지시증권(指示證券)으로서 배서에 의하여 양도할 수 있다.
어음에 의한 권리행사에는 어음증권의 제시를 요하는 제시증권(提示證券)이고, 어음채무자는 어음과 교환하지 아니하면 지급할 필요가 없는 환수증권(還受證券)이며, 증권상의 권리를 처분하는 데에는 반드시 증권으로 하여야 하는 처분증권(處分證券)이다.
어음은 화폐제도를 전제로 하여 생긴 법적기술로서, 현대의 경제사회에서의 그 기능을 전부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대개 다음과 같다.
① 송금과 지급작용:이것은 금전지급의 지역적 간격을 극복하여 현금수송의 불편과 위험을 덜어주고, 쉽게 그 채무지급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예컨대, X지의 A가 Y지의 B에 대하여 100만 원의 채권을 가지는 동시에 Y지의 C에 대하여 같은 금액의 채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A는 B를 지급인으로 하고 C를 수령인으로 하는 환어음을 발행하여 C에게 송부한다. C가 이 어음에 의하여 B로부터 100만 원을 받는다면, 하나의 어음에 의하여 X ·Y 양지간의 현금수송의 불편과 위험없이 A ·B와 A ·C 사이의 채권채무관계가 결제되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의 국내거래에는 어음 이외에 우편환 등 여러 간편한 송금방법이 있으나, 국제거래에서는 아직도 어음이 주요한 결제수단이다. 약속어음도 같은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② 신용작용:이것은 금전지급의 시간적 간격을 극복하여 자본의 회전과 유통을 원활하게 한다. 예컨대 도매상에서 상품의 공급을 받은 소매상이 대금회수기를 만기로 하는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도매상에 교부하면, 소매상은 대금회수기까지 자기의 신용을 이용할 수 있다. 또 도매상은 은행으로 하여금 그 어음을 할인하게 하여 곧 대금액을 취득함으로써, 이후의 거래를 준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신용의 수단으로서 이용되는 것은 약속어음이 많으나, 환어음도 이 목적에 사용될 수 있다.
어음은 중요한 경제적 기능을 가지며 현대의 경제사회에서 불가결한 제도이지만, 이것이 오용되거나 남용되는 폐해도 없지 않다. 어음의 추상성(抽象性)을 이용하여 도박채권 또는 폭리에 의한 채권 같은, 법이 금하는 채권을 은폐하거나 가장한 사람을 지급인으로 하는 허무어음의 발행, 자력이 없는 사람이 서로 상대방을 지급인으로 하는 어음을 발행하여 이것에 인수 또는 배서를 하는 등 부당하게 신용을 남용하는 예들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어음제도 전체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으나, 근대문명의 이기가 어느 정도의 폐해를 수반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다. 어음제도의 폐해는 그 효용에 비하면 경미한 것이며, 따라서 그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법기술적인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또 어음제도는 법기술적인 제도이므로 이것을 이용하는 데는 상당한 법률적 지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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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 [portfolio]
요약
주식투자에서 위험을 줄이고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방법.
본문
원래는 ‘서류가방’ 또는 ‘자료수집철’을 뜻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주식 투자에서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함으로써 한 곳에 투자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위험을 피하고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된다. 은행이나 투자자 등이 가지고 있는 유가증권 목록 또는 투자 자산의 집합을 뜻하기도 하는데, 대체로 직접투자에 자신 없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투자 방법이다.
크게 현금화의 난이도와 관련된 유동성, 원금의 침식성 정도와 관련된 안정성, 예상소득에 대한 기대와 관련된 수익성 등 3가지를 고려해 투자가 이루어지며, 이러한 증권 포트폴리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책임자를 포트폴리오 관리자(manager)라고 한다.
주식편입비율에 따라 성장형, 안정성장형, 안정형 등으로 구분하는데, 성장형은 주식에 70% 이상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함으로써 위험이 있지만 고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법이고, 안정형은 이와는 반대로 30%를 주식에 투자함으로써 고소득보다는 안정 위주로 투자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신탁재산의 10% 이상을 동일종목에 투자하는 행위, 동일 회사가 발행한 주식 총수의 20%를 해당 주식에 투자하는 행위, 특수 관계인이 가지고 있는 유가증권을 투자신탁재산으로 취득하는 행위 등은 금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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